“생생한 영도가 주는 문학 동력…묘박지·봉래산이 글에 스민다”

조봉권 선임기자 2025. 5. 2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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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기반 문인 2인 나란히 신작

# 손증호 시조시인 ‘다시, 봄’

- 섬, 오랜 생활공간이자 창작공간
- 26편 연작시 ‘절영도’ 책 내고파

# 손음 시인 ‘고독한 건물’

- 도심선 창의성 발휘하기 어려워
- 카페 영도일보 꾸리며 영감 받아

섬으로만 이뤄진 기초지자체 부산 영도를 삶터로, 일터로, 창작의 터로 삼고 밀도 높은 예술 활동을 펼치는 중진 문학인 두 사람이 얼마 전 앞서거니 뒤서거니 작품집을 냈다. 부산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영도문인협회장으로 활동하는 손증호 시조시인은 네 번째 시조집 ‘다시, 봄’(작가 펴냄)을 선보였다. 1989년 영도의 해동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것을 계기로 영도 사람이 된 그는 줄곧 영도에 살며 한국 시조단의 중요한 시인이 됐다. 손음 시인은 세 번째 시집 ‘고독한 건물’(같이 가는 기분 펴냄)을 내놨다. 그는 영도구 청학동 작은 언덕에 카페이자 문학공간인 ‘영도일보’를 차려 운영하고 시 전문 웹진 ‘같이 가는 기분’을 내며 ‘영도에 둥지를 틀고 전국 네트워크를 가꿨다’고 인정받는다.

손음 시인(왼쪽)과 손증호 시조시인이 지난 22일 부산 영도구 카페이자 문학공간 영도일보에서 최근 각자 펴낸 새 작품집을 들고 환담하고 있다.


손 시인과 손 시조시인을 영도일보에서 만나 영도와 문학 이야기를 나눠 보면 어떨까? 두 사람의 시 세계가, 영도라는 섬의 숨겨진 면모가 새롭게 드러나지 않을까? 그래서 지난 22일 영도일보에서 두 시인을 만났다.

손증호 시조시인의 ‘다시, 봄’에는 단시조(한 개 연으로만 이뤄진 시조)가 많다. 일상에서 잡아챈 시상을 익혀서 쓴 좋은 단시조는 일당백이다. 그의 단시조 ‘초인종’은 이렇다. “아기의 작은 배꼽은 어여쁜 초인종/ 배 살살 쓰다듬다 장난치듯 꼬-옥 누르면/ 아기가 딩동댕동 웃네/ 엄마 살풋 눈을 감네.”(전문) 내친김에 ‘양면테이프’도 보자. “이쪽에 붙었다가/ 저쪽에 붙었다가/ 배알도 줏대도 없이/ 저리 살까 싶더니만/ 넌지시/ 양쪽을 묶어/ 하나 될 줄 몰랐네.”

‘절영도 22 - 봉래산의 봄’도 실렸다. “햇살 미리 드는 곳엔 봄꽃 먼저 찾아들어/ 노루귀 귀를 열고/ 별꽃 총총 눈을 뜨면/ 봉래산 함지골 자락 꽃비 촉촉 다 젖는다.” 그는 “영도는 오래된 내 생활공간이자 특별한 창작 무대다. ‘절영도’ 연작시를 26편 썼다. 더 쓰고 사진도 넣어 ‘절영도’ 연작 시조집을 내고 싶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손음 시인이 청학동에 카페 영도일보를 열고 다채로운 문학 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웠고 고마웠다”고 이어 말했다.

손음 시인이 이야기를 받았다. “해운대 신도시에서 광고 일도 하고 논술 관련 학원도 하며 열심히 살다가 2016년 영도로 이사 왔고 2022년 예약제로 운영하는 카페 영도일보를 열었죠. 여기서 문학 동력을 크게 얻었어요.” 그가 덧붙였다. “신도시는 구조가 완벽하잖아요.” 예술가로서 창의성을 발휘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기 어려웠다는 말로 이해됐다. “누추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곳 골목에 생기가 서려 있어요. 골목투어를 자주 하죠. 묘박지 풍경도 놀랍습니다. 영도 사람들이 민트색을 좋아한다는 점도 발견했어요. 얼마나 과감해요. 그 색감과 감성이.”

시집 ‘고독한 건물’에 영도의 동력이 열어준 새로운 발견이 스몄다. “한 장의 파도를 받아본다/ 파도 속에 무엇이 들어있나/ 일간지처럼 성실하게 배달되는 슬픔”(‘해변의 전문가’ 중) “꽃이 아름답다고 말하려니 두렵다/ 차라리 꽃나무를 한번 안아 주어야 할까”(‘꽃나무’ 중) “영도에서 집은 사람으로 분류된다 ㅁ자나 ㄱ자로 이름표를 달고 살면서 식구 같은 화분 몇 개 키우면서 산다 언덕 위아래, 계단 위아래 쉬지 않고 구성된 집들, 빠짐없이 빼곡하게 촘촘하게 숨 가쁘게 내려다보면 까마득하게 올라오는 집들 내려가는 집들”(‘영도에’ 중)

그는 여러 문학 행사를 영도일보에서 열었다. 지금 집중하는 프로그램은 ‘천 권의 시집 스테이’다. 예약하고 영도일보에 오면 차도 마시고 쉬고 꽃도 보고 시집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시를 엄숙하게 모셔두지 말자고 했다. “우리 생활에서 시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증호 시조시인은 31일 오후 3시 부산 수영구 아트팩토리 공감에서 ‘다시, 봄’에 실린 시조를 노래로 부르는 문학 콘서트를 여는 등 시조를 알리는 활동에 온 힘을 기울인다.

부산 시조인 모임도 영도일보에서 열며 ‘영도의 힘’을 느껴보는 순간이 머잖아 올 듯 했다. 예술가는 예술가의 방식으로 지역을 가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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