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올리브영·해변…베테랑 작업자들이 영감 얻는 곳
- 20인 창의성 원천이자 힐링공간
- ‘나’의 그 곳은 어딘가 물음 던져

침대 코인노래방 현관문 호텔 뜨개카페 올리브영 폴대 대중목욕탕 덕수궁 KTX 일산대교.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장소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영감을 얻는다. 작가 번역가 평론가 영화감독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직업으로 활약하는 작업자 20명이 특정한 곳에서 삶과 일의 동력을 되찾는 과정을 털어놓았다.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고 어느 지점을 가도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곳. 너무 많은 사람이 오가기 때문에 들락거리는 누구든 크게 관심받지 않는 곳. 잠깐 시간이 떴을 때 들어가기도 좋고 단독 일정으로 잡아 오래 머물러도 좋고. 이러니저러니 다 좋은 곳.” 소설 ‘파출소를 구원하라’를 쓴 작가 원도가 좋아하는 이 장소는 올리브영이다. 똑같은 이유는 아닐지라도 이곳에서 힐링을 느끼거나, 새로운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가 번쩍 떠오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박참새 시인은 침대를 꼽는다. “쓰게 되는 글보다 써야 하는 글이 조금씩 쌓여 늘어갈 때마다 나는 반드시 누웠다. 잠에 들지 못해도 정신은 꼭 도망가 있는 채로 몇 시간씩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글을 쓸 수 있었다.” 포근하고 쾌적한 잠자리에서 푹 자고 일어나서 충전 완료된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공감되는 사연이다.
황의정 작가에게는 제주도 하도리 해변이 그곳이다. “수평선 위로 길게 펼쳐진 우도와 빼꼼 고개를 내민 성산일출봉. 그 사이를 바삐 오가는 여객선들. 물때가 변할 때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해변, 하얗게 빛나는 모래사장, 바람에 일렁이는 은갈색 억새풀 언덕과 쪽빛 바다. 제주에 사는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이 바다는 항상 그대로다. 다채로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들이 늘 고스란하다.” 자연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에너지를 고루 전해주는 최적의 장소일 거다.
이용재 음식평론가, 정승민 디자이너, 최재혁 번역가, 신동헌 기자, 연상호 영화감독, 백지혜 요리연구가 등. 이 책에 실린 20명의 작업자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동시에 털어놓는다. 오랜 경력과 성취를 자랑하는 이들 베테랑 작업자들도 하루하루 일 때문에 고뇌하고, 영감을 찾아 ‘바로 여기’로 향한다.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얻는 장소다.
특별하지 않고 일상적이지만 나다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곳, 그래서 몸과 마음을 잘 쉴 수 있는 곳, 그렇지만 일과 옅고도 짙게 연결된 곳. 다만 영감을 쉽게 찾을 수 없듯, 영감의 공간도 단번에 찾기는 어렵다. 내가 어디서 잘 쉴 수 있는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지치는지, 또 무엇에서 힘을 얻는지 알아야 내게 맞는 공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명 필자의 각각 다른 공간을 보고 나면 궁금해질 것이다. “나의 바로 여기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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