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권·건강 해치는 내 집 앞 풍력발전기 결사 반대"

윤병집 기자 2025. 5. 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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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해상풍력발전기 첫 설명회
고성·삿대질 등 주민 반발 ‘파행’

"아이들 전자파·고주파 피해 우려"
"어민 포섭 수십억···주민은 날벼락"

업체 "주민 의견 적극 수렴할 것"
강동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강동해변을 가리키면서 해상풍력발전기가 생길 경우 바다 조경이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울산 북구 강동 앞바다에 고정식 해상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이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사업대상지가 먼 바다가 아닌 주거단지와 불과 3.5㎞ 떨어진 거리란 게 밝혀지면서 고층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진 탓이다.

이로 인해 업체가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첫 주민설명회는 고성과 삿대질, 물건 투척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분위기 속에 사실상 반쪽짜리 설명회에 그쳤다.

#강동 앞바다 3.5㎞ 해상 8㎿ 규모 18기 설치

29일 울산 북구 강동문화센터 대회의실에서는 동남해안해상풍력㈜가 정자항 일대에 추진 중인 '동남해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업체는 이날 환경영향평가(초안)을 공개하면서 전반적인 사업 추진경위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동남해안해상풍력㈜은 강동해변 동쪽으로 약 3.5㎞ 떨어진 지점에 고정식 해상풍력발전기 18기를 설치해 1기당 8㎿, 총 144㎿ 규모의 전력 생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생산한 전력은 해상송전선로~육상송전선로~동울산변전소를 통해 지역 기업과 산단 등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어부들의 조업에 영향을 주는 만큼 당초 이 사업의 쟁점도 어업종사자들의 피해 여부와 그에 대한 보상 문제로 관측됐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어민보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더 표면화됐다.

# "바다 전망 보고 왔는데  풍력발전기 왠 말"

이날 주민설명회에서는 특히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바다 전망 보고 들어온 우리 집 앞에 풍력발전기가 왠 말"이냐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사업 수행 절차가 처음 이뤄졌던 2013~2014년 당시와 달라진 주거환경과도 연관이 있다. 업체 내부적으로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수년간 검토하던 당시인 2014년부터 500~1,000세대에 달하는 고층 대단지 아파트가 잇따라 준공하면서 조망권의 가치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KCC스위첸 거주민이자 부동산업자 신모 씨는 "(강동관광단지)는 일출과 운무가 아름다운 천혜의 바다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고층아파트와 고지대 건물은 이러한 바다 환경을 조망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가치"라며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 한가운데 보기 흉한 풍력발전기를 수십대 세워둔다면 누가 여기 입주하겠나. 집값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다"라고 말했다.

업체가 수년 전부터 어민에게는 사업 추진 의사를 보인 반면, 주민들과는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주민은 "수년 전부터 업체가 어민들을 포섭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뿌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보통 해상풍력이라고 하면 먼 바다에 설치하니까 당연히 어민들하고만 협상을 하나보다 생각했지 이렇게 가까울 거라고 누가 알았겠나"라며 "사업 추진을 위해 풍향계측기를 2013년에 설치했다고 하는데, 10년이 넘도록 주민들에게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던 건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동남해안 해상풍력 발전사업 위치도.

# 육상송전선로 고압선서 전자파 우려도

뿐만 아니라 강동관광단지를 관통하는 육상송전선로 고압선에서 전자파가 나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음을 강조한 한 주민은 "강동은 울산을 넘어 전국에서 학령인구 가장 많은 지역이다.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 우리 아이들이 하루하루 전자파와 고주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고성과 지적이 이어지던 가운데 일부 주민이 업체 측이 제공한 기념품을 단상 위로 던지며 퇴장하자, 뒤이어 다른 주민들도 하나둘 기념품을 내던지며 대회의실을 나섰다. 분이 덜 풀린 이들은 단상에 쌓인 물품을 발로 차면서 항의를 대신했다.

동남해안해상풍력㈜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사전에 사업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기 전이었고, 내부적으로도 사업비가 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다 보니 진행 여부가 여태껏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아직 공사 착수에 앞서 진행해야 할 행정절차가 많이 남은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라고 전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