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재난의 방어선, 댐(DAM)

2024년은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한 해였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전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5℃ 상승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기후 마지노선'인 1.50℃를 처음 넘어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상(異常)이 일상(日常)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강풍으로 초대형 산불이 발화해 21만 명의 이재민과 4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에서는 6개월 치 비가 사흘 만에 내려 5만 명이 고립되는 역대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3월,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서울면적의 1.6배인 995㎢를 태웠다.
수도권에서는 81년 만의 때늦은 4월 폭설이 내렸고, 5월에는 시간당 74㎜의 집중호우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처럼 기후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상의 위협이 됐고 한강 유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강 유역은 인구와 산업이 밀집해 있어 재난 발생 시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후재난을 사전에 조절하고 완화할 수 있는 기반시설로 댐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국내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29억㎥)은 북한강 상류에 위치해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홍수량의 85%를 조절하는 핵심 시설이다. 1984년 서울 대홍수 시, 댐 계획홍수위까지 단 21cm만 남겨둔 상황에서도 방류를 최대한 늦추어 대규모 하류 피해를 막았다. 최근 23~24년에는 선제적 홍수조절용량 확보로 집중호우와 태풍 내습에도 수문방류 없이 유입 홍수량을 전량 저류하여 홍수 피해를 경감시켰다.
올해 준공 40주년을 맞은 충주댐(27.5억㎥)은 유역면적이 소양강댐의 2.5배에 달하며, 남한강 유역 홍수조절의 52%를 단독으로 담당하고 있다.
2006년 태풍 '에위니아' 내습시 초당 2만2천6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홍수 유입에도 절반 이하 40%만 방류해 하류 피해를 저감했다.
2023년에는 중부지방 폭우로 43년 만에 괴산댐이 다시 월류하는 상황에서도 유입 홍수를 최대한 저류하여 남한강 홍수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남북 공유하천인 임진강에는 군남댐과 한탄강댐이 상류의 예고 없는 방류에 상시 대응하고 있다. 2020년 군남댐 계획홍수량을 초과하는 초당 1만4천 톤 홍수 유입에도 한탄강댐과의 연계운영을 통해 홍수 위기상황을 극복했다. 2024년에는 역대 1위 일강우(358㎜, 파주)와 최장기간 상류댐 방류 상황에도 군남댐 운영기준을 개선해 하류 대피시간을 확보하고 무사고로 대응했다.
댐은 홍수조절 외에도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매년 약 46억㎥의 물을 서울과 경기·충청 34개 시·군, 약 1천500만 명에게 꾸준히 공급한다.
이 물은 생활용수를 넘어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공업용수로 활용되며, 우리나라 첨단산업 발전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댐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소양강댐 하류에서는 댐의 낮은 수온을 활용해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 에너지로 전환하는 수열에너지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충주댐과 소양강댐 상류에서는 유휴 저수 공간을 활용한 수상태양광을 설치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재난의 힘이 거칠어질수록 댐은 더욱 든든한 방어선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최근 권역별 하천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의 물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 안에는 물그릇을 넓히고, 댐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50년과 40년 전에 선견지명으로 건설한 댐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의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홍수 등에 대비한 선견지명이 다시금 필요한 시점이다. 지구의 온도는 마지노선을 넘었지만, 재난만큼은 댐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선익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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