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이재명도 퇴출해야”.. 광주에서 꺼낸 한동훈의 ‘보수 리셋’ 선언
“광주 정신은 민주주의.. 586은 팔아먹었다”
“호남 정치에 12억 기탁…좋은 정치는 포기할 수 없다”

2025년 5월 29일, 대선을 닷새 앞둔 사전투표 첫날.
정치권의 시선은 광주 충장로에 집중됐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직접 이곳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김문수 대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 이례적 연설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투표 때 입고 있던 정장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의 밤' 당시 국회 본회의장을 지켰던 바로 그 복장이었습니다.
메시지는 단호했고, 상징은 명확했습니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퇴출돼야 한다.”
보수의 불모지로 불리는 광주에서, 한 전 대표는 단지 연설만 한 게 아니라, 보수 정치의 전면 재설계를 선언했습니다.
계엄 저지, 험지 정치 기탁, 포퓰리즘과 세대착취 비판, 그리고 586 청산까지.
그의 말은 보수 정치의 작동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묻는 ‘리부트 선언’에 가까웠습니다.
충장로에서 시작된 이 유세는 지역을 넘은 시선으로, 보수가 어디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정치 프레임 전환의 실험장이었습니다.

■ “계엄의 밤, 나는 나섰고 이재명은 숲에 숨었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계엄 저지’ 역할을 강조하며 이재명 후보를 정면 겨냥했습니다.
“그날(12월 3일) 목숨 걸고 여당 대표로서 계엄을 막았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숲에 숨었다.”
또 국민의힘 내부의 극우 계파를 향해서도 “우리 당에 아직도 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이 남아 있지만, 당대표였던 나를 보라”고 선 긋기를 시도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의 진짜 정신, 보수의 정신은 계엄을 막은 정신”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직결된 비상계엄 논란과 선을 그으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독점해온 ‘광주의 기억’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 “광주 정신은 민주주의.. 586이 팔아먹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광주 정신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며 “나는 1980년 당시 어린아이였기에 부채의식은 없다. 남은 건 존경과 사랑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민주당의 586, 686 정치인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그 정신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소비하지 말라”며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광주항쟁의 의미를 ‘세대의 교훈’으로 재정립하면서, 특정 진영의 소유물로 묶어두려는 시도에 선을 그었습니다.
“이제는 광주 정신을 민주주의의 토양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세대가 이 나라를 바꿔낼 것”이라는 발언은, 그런 문제의식 위에 선 명확한 선언이었습니다.

■ “포기하지 않겠다” 12억 7천만 원 기탁.. 험지 정치에 던진 연대
한동훈 전 대표의 행보는 상징을 넘어서 실질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이번 경선에서 10시간 만에 30억 원을 모금했고, 그중 12억 7,000만 원을 호남권 등 험지 정치에 써달라고 당에 기탁했다”며 “포기하지 않는 것이 좋은 정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곡성에서 고작 500표를 얻었지만, 가장 먼저 곡성을 찾았다”며 “정치가 성과주의에 갇히면 희망도 함께 사라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호남과 수도권의 ‘정치 불모지’에서 버티고 있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신호이자, 탈지역주의 정치 실현을 향한 분명한 실천의 메시지였습니다.
한 전 대표는 기탁 당시, 전남·전북·제주도당과 수도권 내 열세 지역에서 분투 중인 당원들, 그리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사무처 당직자들을 위해 이 후원금이 “투명하게, 가장 절실한 곳에 쓰이길 바란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어준 대법관? 노쇼주도성장? 이건 이재명을 위한 정치”
정책적 비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한 전 대표는 “김어준을 대법관 만드는 것은 이재명을 위한 정치이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라며 “호텔에 사기치고 노쇼 유도해서 경제 돌아간다고 속이는 포퓰리즘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른바 ‘이재명표 정치’를 포퓰리즘·사기·세대착취로 규정하면서, ‘정의롭지 않은 진보’를 고발하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 “정치 고립지대에서 보수의 갱신 실험”.. 한동훈의 도전
한 전 대표의 광주행은 상징을 넘어선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이 자가혁신을 요구받는 시점에서 가장 배제된 공간을 향해 걸어 들어갔습니다.
광주, 호남이라는 정치적 경계선에서 다시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계엄 저지와 당내 쿠데타 저항을 언급하며, 국민의힘이 권위주의의 유산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를 역설했습니다.
과거를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민주주의를 정당의 ‘기본값’으로 삼겠다는 다짐은 분명했습니다.
기존 보수의 이미지와 거리를 둔 채, 전환의 길을 열겠다는 명료한 입장이었습니다.
“이재명의 세상이 계속되면 이 공실들이 채워질 수 있겠느냐”는 물음은 지역 비판을 넘어 현실 진단이자 정책 경쟁 제안이었습니다.
해묵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선택받지 못했던 공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충장로 유세는 한 사람의 연설을 넘어, 낡은 정치 문법을 전환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계엄 저지, 험지 기탁, 포퓰리즘 거부, 탈지역주의 선언까지.
더 이상 변화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국민의힘의 방향을 재설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제 판단은 유권자의 몫입니다.
이번 결정이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 현실의 벽 앞에 멈춰설지는 6월 3일, 투표장이 답할 것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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