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공약에도, 투표에도 없는 사람들… 이주민의 목소리는?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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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얄마씨는 "매번 꼬박꼬박 세금도 내는데, 식당 운영하면서 1년에 한 번씩 비자 갱신하러 가는 건 좀 힘들다"며 "2~3년에 한 번 정도만 해줘도 좋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영주권을 얻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주권 받고 싶어도 통장 잔고가 얼마 있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하고 가게를 하면 그 조건을 다 맞추기가 사실 어렵다"며 "영주권 받을 때 지금까지 세금을 얼마나 냈는지 봐주고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둘째, 셋째도 낳아서 여기서 학교 다니고 키우고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인 A씨(32)는 2022년 한국에 들어와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그 역시 비자 체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결혼이민이 아닌 이상 비자 신청 조건과 발급이 너무 어렵다"며 "이 때문에 오히려 불법 체류자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자 신청 절차가 완화되면 오히려 외국인들 정보를 데이터화해 정부가 가지고 있어서 이주민 문제 컨트롤이 더 쉬워지고 범죄자 관리도 수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민자 컨트롤타워' 설치, 외국인 아동 보육 지원 등 포괄적 다문화 정책을 약속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는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10대 공약이나 선관위 제출 공약서에서 이주민·다문화 관련 정책을 명시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다문화위원회가 주요 다문화 단체들과의 정책 협약으로 이를 대신했다. 지난 20일 사단법인 한마음교육봉사단, 지난 22일 영남권 주요 다문화 단체들과 협약을 맺고 다문화 가정과 이주민의 사회적 통합 촉진에 뜻을 모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근로자 활용 확대를 제시했다. E-9(고용허가제) 비자를 소지한 서비스업 소상공인 · 자영업자 외국인 근로자의 허용업종 및 직무범위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주민이나 다문화 인권 등 포용적 정책은 없었다. 대선 공약에는 보이지 않지만 국민의힘 역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는 지난 27일 중앙당사에서 다문화 및 한부모 가정 아동 지원을 위한 정책 강화를 목표로 사단법인 한마음교육봉사단과 정책협약을 가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외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국내 기업이 주요 국가산단(▲울산미포 ▲여수 ▲반월-시화 ▲온산 ▲창원 ▲구미 등)으로 복귀할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대 10년간 최저임금보다 임금을 적게 주는 '차등 임금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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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이주민센터친구(서울 영등포구)에서 만난 송은정 센터장은 "대선 공약은 단순한 혜택 제시가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치"라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는 유권자가 아닌 반려동물을 위한 공약도 나왔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실재하고 경제에 기여하는 이주민을 공약에서 제외하는 것은 차별로 내모는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민이 이민자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민자는 이미 한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인데 투표권이 없고 일부 반이민정서와 특정 국가 혐오 정서 등을 이유로 대선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소외돼 왔다"며 "대선 국면에서 이민정책은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제외나 차등 임금 논란 등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곤 한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계절노동자, 결혼이민자, 이주 배경 학생 등 이민자 관련 정책을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해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이민정책을 체계화하고, 통합 및 조정할 수 있는 이민전담조직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얄마씨와 A씨가 모두 불편함을 토로한 비자 제도에 대해서도 물었다.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는 단순한 인력 도입을 넘어선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숙련을 갖춘 사람들을 위한 비자 제도 개선, 영주권 또는 장기 체류 자격 취득 요건 완화, 가족 동반 및 정착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이미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농업 및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 핵심적인 노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산업 분야의 생산성은 물론 지역 경제 유지에도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양적 수급뿐만 아니라 근로 환경의 개선과 인권 보호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우진, 김다정 기자 mone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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