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로 다시 뛰는 대구…10주년 맞은 대구섬유박물관의 변신

김창원 기자 2025. 5. 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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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문화·기술 아우르는 특별전 ‘섬유, 경계를 넘다’ 개최
참여형 전시·리모델링 통해 미래산업 플랫폼 도약 본격화
대구섬유박물관 전경.
대구는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심장과도 같았던 도시다. 1960~80년대를 지나며 수출 중심의 국가 산업화를 견인했던 중심축이자, 국민경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해온 지역이었다. 수많은 시민들의 삶은 방직기 소리와 함께 흘러갔고, 도시의 풍경 역시 직물공장과 함께 그려졌다. 섬유는 대구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섬유산업은 점차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해외 생산기지의 부상, 산업 구조의 고도화,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복합적 요인 속에서 지역 섬유기업은 예전의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한때 '섬유 도시'로 불리던 대구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필요로 하게 된다.

대구섬유박물관 패션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 2015년 대구시 동구 팔공로에 문을 연 대구섬유박물관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다. 산업의 기억을 복원하고 지역 정체성을 재확립하며 미래 산업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문화적 공간이다.
대구섬유박물관 산업관.
섬유인들의 오랜 염원과 지역민의 지지 속에 탄생한 이 박물관은 한국 섬유산업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었다. 박물관은 연면적 9100㎡ 규모의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구시가 설립하고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석기)이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개관 당시부터 산업의 과거·현재·미래를 종합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패션관', '산업관', '미래관'등의 전시관을 구성해 관람객에게 입체적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대구섬유박물관 미래관.
△10주년 맞은 대구섬유박물관의 오늘과 내일.

박물관이 다루는 핵심 주제는 '섬유'다.

하지만 이 공간은 단순히 직물과 실, 옷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업의 발전과 쇠퇴, 인간의 노동과 도시의 정체성, 기술의 진화와 문화적 상상력까지, 섬유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을 풀어낸다.

관람객은 과거의 공장 기계와 전시품에서 산업화 시대의 숨결을 느끼고, 미래관에서는 탄소섬유와 나노섬유 같은 첨단 신소재를 통해 섬유가 단순한 과거 산업이 아닌 미래산업임을 깨닫는다.

특히 대구섬유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기능을 넘어, 문화 교류와 시민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인문학 강좌, 설날과 추석 등 명절을 활용한 전통문화 체험 행사 등은 박물관을 지역민들의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공립박물관 평가에서 매회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교육 프로그램 운영 분야에서는 세 차례나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대구섬유박물관 특별전 중 관계자가 관람객에게 박물관의 역사와 전시품을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향한 리모델링과 특별전

개관 10주년을 맞은 올해, 대구섬유박물관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오는 2030년을 목표로 전시 전면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체험하고 오감을 통해 이해하는 '참여형 전시'로 구성할 계획이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반영해 콘텐츠를 강화하고 섬유 산업의 혁신적 비전과 미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업사이클 패션디자인 수업 참여자들이 각자에게 지급된 재료를 바탕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환의 신호탄으로 특별전시회가 다음달 5일부터 10월 12일까지 'BEYOND TEXTILE: 섬유,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섬유가 더 이상 의류에만 국한된 소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기능 합성섬유, 스마트 섬유, 복합 소재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한 섬유는 이제 스포츠 용품, 자동차 내장재, 의료기기, 군용 장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와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 기술로 생분해 가능 섬유나 건강 모니터링 섬유 등이 주목받고 있다.

대구섬유박물관에 마련된 실과 바늘의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특별전은 이러한 흐름을 조명하며, 섬유의 기술적 진보뿐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변화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이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박물관이 미래 산업 중심 박물관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대구섬유박물관은 더 이상 과거를 추억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섬유 산업이 지나온 찬란한 시간을 기억하는 동시에, 산업문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시민·산업계·기업 간 소통의 가교로 거듭나고 있다.

박미연 대구섬유박물관장은 "대구의 섬유는 여전히 살아 있고,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산업 전시의 틀을 넘어, 산업과 기술, 문화가 융합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