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제동’…美 연방법원 “권한 없다”
트럼프 행정부, 즉각 항소…미국 촉발 '무역전쟁' 안갯속

미국 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관세를 부과한 행위가 연방법이 부과한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단하고, 중단 명령을 내린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즉각 항소를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미국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28일(현지시각) 미 연방 국제무역법원(CIT)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초부터 펜타닐 등 마약 밀수문제를 명분으로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 고율관세를 부과했다. 4월에는 대규모 무역적자로 인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세계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했지만 90일간 적용을 유예한 뒤 각국과 무역협상에 돌입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한 근거 법률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었다.
IEEPA는 미국의 적대국에 제재를 가하거나 자산을 동결하는 데 사용돼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제정 이후 미국 대통령은 87건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관세 부과에 이 법을 적용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하다.
CIT의 3인 재판부는 “IEEPA는 그러한 무제한적인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부과된 관세는 무효화된다”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WSJ에 따르면 법원은 “의회가 관세 권한을 무제한으로 위임하는 것은 다른 정부부처에 입법권을 부당하게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판결했다. 또 미국의 무역적자가 해당 법률이 정의하는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이후 제기된 2건의 별도 소송에 대한 결과다. 뉴욕에 본사를 둔 와인 수입업체 ‘V.O.S 셀렉션스’와 다른 4개의 중소기업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오리건주(州)와 뉴욕주 등 12개 주 또한 공동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법원의 결정에 따른 관세 징수 중단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NYC는 “행정부는 관세 징수를 중단하기 위한 관료적 절차를 최대 10일 동안 완료해야 한다”며 “하지만 판결 직후 법무부는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실제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판결 직후 강력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국가 비상사태를 어떻게 적절하게 해결할지는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권의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판결이 유지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행정부는 당초 불공정한 대외 무역관행에 대해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부과를 검토했다. 해당 조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사용했던 조항으로, IEEPA보다 더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법원 판결로 그동안 진행된 각국과의 무역 협정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WSJ은 “법원의 명령은 상호 관세 부과 이후 12개국 이상과 진행 중이던 세계 무역협정이 큰 차질을 빚었다”며 “또 상호관세 부과 이후 영국·중국과 체결된 최근 합의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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