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환이 말하는, 진짜 ‘천국보다 아름다운’[스경X인터뷰]

배우 류덕환에게 최근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여러 의미가 있던 작품이었다. 일단 2020년 이후 5년 만에 출연하게 된 TV 드라마였다. 물론 지난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에서 주인공 우진(이솜)의 전 남자친구 정기석 역으로 출연했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그리고 1996년 그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MBC 드라마 ‘전원일기’ 이순길 역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 김혜자와 29년 만에 만났다. 당시 류덕환은 일용 엄니(故 김수미)의 손자로 김혜자가 연기한 이은심의 옆집에서 귀여움을 받았다. 이번에는 김혜자와 모자의 인연으로 만났다. 하지만 극 초반에는 아니었다.

“김석윤 감독님이 만나신 자리에서 시원시원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덕환씨 봅시다’라고 하셨다가 ‘합시다’라고 하셨죠. 대본도 못 본 상태라 ‘제가 뭘합니까?’라고 여쭸더니 ‘김혜자의 아들입니다. 목사인데… 반전입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목사 역은 드라마를 보며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역할이라는 걸 알았죠.”
‘전원일기’ 당시 겨우 10살 남짓, 류덕환의 기억 속 김혜자는 최불암과 마찬가지로 그냥 동네 아줌마와 아저씨였다. 나이가 들고나서 보니 동네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엄청 유명한 아줌마와 아저씨이긴 했다. 그런 김혜자와의 오랜만에 조우에 류덕환도 많이 떨렸다. 하지만 그 세월 속에서, 김혜자는 그대로였다.
“제가 어린 시절 숫기가 없어서, 어머니께서 연극을 시키셨거든요. 유인촌 선생님께서 심사하신 인연으로 ‘전원일기’를 하게 됐어요. 사실 촬영이고 뭐고 이런 게 없고 그냥 다 동네 아줌마, 아저씨였죠. 사실 30대 남자배우 중에 김혜자 선생님과 호흡을 맞출 기회는 많이 없잖아요. 그렇게 영광이자 부담을 갖고 갔는데, 예전에 봤던 아줌마 그대로셨어요. 소녀 같고, 장난도 많이 치시고요. 너무 자연스럽게 계시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아역부터 연기를 시작한 류덕환에게 촬영 현장은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하는 전쟁터였다. 하지만 예전 김수미와의 기억처럼, 김혜자와의 촬영은 각박함과 거리가 멀었다. 특히 두 사람이 따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류덕환의 마음속에는 ‘과연 이곳이 천국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목이 ‘천국보다 아름다운’이잖아요? 10회가 넘어가고 많은 비밀이 풀리면서 제목을 이해하게 됐어요. 정말 가족이 있는 곳이 천국이라는, 지금 나이의 김혜자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멋진 이야기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분명 긴장감이 있거나 충격적인 결말을 바라실 수도 있지만, 결국 분위기에 맞는 예쁜 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류덕환이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연기한 고은호는 천국의 목사로 등장해 어린 시절 교회 앞에서 기다렸다는 기억을 떠올리지만, 결국 이는 알고 보니 해숙이 어린 시절 잃어버린 아들의 기억이었다. 지금의 해숙은 당시 아들을 잃은 기억이 고통스러워 아예 기억을 잃는 방식으로 자아를 분리했고, 그 모습이 솜이(한지민)의 모습으로 재현돼 천국에 나타난 셈이다. 교회 앞에서 기다렸던 은호처럼 류덕환도 한동안 연기를 쉬면서 자신을 기다렸던 때가 있었다.

“일찍 데뷔해서 군대에 다녀올 때까지 쉴 새 없이 달렸어요. 군에 있던 친구들도 저를 알아봐 주고, 응원해 주는 모습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지금의 와이프가 제 군 생활을 기다려주기도 했는데 결혼을 결심하면서, 와이프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했어요. 결국 제 시간을 할애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카페도 열어보고 그 생활에서 예술하시는 분들과 만나서 전시도 준비하게 됐어요. 배우는 자신의 이야기를 못 하잖아요.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좋았죠.”
MBTI가 ‘대문자 T’라는 와이프는 이번 작품을 보고 눈물을 지었다. 생각보다 냉철하게 판단해주는 와이프마저 울릴 정도로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여운은 컸다. 바로 그 순간이 류덕환이 진짜 연기를 하게 된 것을 만족하게 된 순간일지도 몰랐다. 아역 이후 지금까지 남을 위한 삶을 살았던 그. 연기를 쉬었던 5년의 시간은 오히려 그에게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는, 그리고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계속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도 중요하지만 제 만족도 중요했어요. 그 시간 동안에도 좋은 작품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기다렸고, 지금 이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혼숨’이나 ‘LTNS’를 통해 다른 이미지도 보여드렸는데, 조금 쉬면서 생각도 정리됐으니 이제 잘 채워진 연기를 하면 좋겠어요.”
일찍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던 류덕환이었지만, 또 그만큼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살고 있었다. 언제나 실수가 없어야 하고 완벽해야 했던 지난 30년, 그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김혜자를 만나고, 지금의 스태프를 만나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충만해진 그 스스로가, 어쩌면 ‘천국보다 아름다운’ 인생일지도 몰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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