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대신 현실을 택한 극장가...정치선전장이 돼버리다 [IZE 진단]
아이즈 ize 김형석(영화평론가)

최근 극장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관객 감소에 대한 우려나 톰 크루즈 방한이 아니었다. 윤석열이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보러 간 일이었다. 전한길이 제작하고 탐사 전문 PD였던 이영돈이 연출한, "6월 3일 부정선거 확신한다!"라는 카피를 달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작품 자체가 화제가 된 건 아니었다. 계엄을 선포한 후 탄핵된 윤석열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부정하는 작품을 보러 갔다는 사실이 주는 충격이 컸다. 이 영화는 5월 21일에 개봉해 5월 27일 현재 2만8000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첫 주말 스코어는 전체 6위. 저예산 다큐로선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이 영화뿐만 아니다. 어느새 우리 곁엔 이른바 '진영론적 다큐'가 쏟아지고 있다. 정치적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이 영화들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봉한 '건국전쟁'이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논란과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승만 전기 다큐 '기적의 시작', 공연을 기록한 '박정희: 경제 대국을 꿈꾼 남자', 육영수 여사 다큐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 등이 이어졌는데 모두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 이야기다. 한편 진보 쪽에선 '길 위의 김대중'이 개봉되어 약 13만 명의 적잖은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시적 현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준비한 듯하다. 12월 3일 계엄과 해제 그리고 4월 4일 탄핵과 6월 3일 대선으로 이어지는 6개월의 동안, 기다렸다는 듯 양 진영에서 영화를 쏟아내고 있다. 시작은 작년 12월 12일에 개봉된 '퍼스트 레이디'였다.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에 대한 의혹을 파헤친 다큐다. 진보의 선공. 그러자 이에 맞서 계엄을 정당화하며 포스터에 윤석열을 내세운 '힘내라 대한민국'이 2월에, 이승만-박정희를 다룬 '하보우만의 약속'이 4월에 개봉했다. 보수의 반격이었다.

그러자 뉴스타파에서 제작한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의 반격이 있었다. 한편 '독자노선'도 있었다. 탄핵으로 갑자기 대선 정국이 조성되자 이준석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가며 '준스톤 이어 원'을 내놓았으며, 조국 대표에 대한 두 번째 다큐 '다시 만날, 조국'이 나오기도 했다. 라인업은 계속 이어진다. 보수 쪽에서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와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내놓자, 지난 겨울 시민들의 저항을 담은 '빛의 혁명, 민주주의를 지키자'가 5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그녀'에 대한 극영화 '신명'이 대선 전날인 6월 2일에 선보인다. 총 10편의 영화가 치고 받듯 등장한 반 년이었다.
두 개의 시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예상치 못했던 정치적 상황이 몰고 온 극장가의 특수다. 흥행 성적을 살펴 보면 5월 27일 기준으로 '퍼스트 레이디'가 8만 5000 명, '힘내라 대한민국'이 7만 3000 명,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이 6만 4000 명이다.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가 2만 8000 명, '다시 만날 조국'이 2만 7000 명, '하보우만의 약속'이 1만 9000 명이다. 2024년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인 '장손'이 작년 9월에 개봉하여 지금까지 약 9개월 동안 3만 4000 명의 관객과 만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든 진보든 '진영론적 다큐'의 흥행력은 만만치 않다.
두 번째, 영화관이라는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은 어느새 현실의 연장이 되었다. 그만큼 현실이 급박하고 한국의 정치적 역동성이 대단하다는 증거다. 광장부터 인터넷까지 모든 곳이 정치적 격전지가 된 지난 6개월. 영화관이라고 예외는 될 수 없을 것이며, 현실 정치가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을 조금씩 잠식한 셈이다. 그런데… 괜찮은 걸까? '내부자들'이나 '야당' 같은 '정치 영화'가 아닌, 특정 정파와 정당의 정치적 이해 관계와 결부된 프로파간다 영화들이 극장가에서 대결 양상을 벌여도 되는 걸까? 정치적 팬덤을 기반으로 각자 자기 진영의 관객들을 모으는 영화들의 끊임없는 등장은, 그 영화들의 퀄리티는 둘째 치고서라도, 바람직한 것일까? 우려되는 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는 점이다. 잠깐이지만 영화를 보며 현실과 거리를 두는 공간인 영화관. 이곳이 현실 정치의 이름으로 유린 당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논의라면, 유튜브나 SNS로 충분하지 않은가. 만약 극장까지 필요하다면, 우리는 분명 정치적으로 과잉된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이다.
김형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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