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우분투 골프'를 깨닫게 해준 벗에게!

[골프한국] 골프메이트 중에 초등학교 동창이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소식을 모르고 지내다 사회인이 되어 재회해 40년 가까이 골프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와의 라운드는 언제나 즐겁다. 우아한 스윙 폼을 갖고 있진 않지만 나름의 스윙으로 시원시원한 경기를 펼친다. 안정된 보기 플레이어로 가끔 싱글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한다. 동반자를 배려하는 매너가 유난히 돋보인다.
그와 함께 한 라운드는 항상 즐겁고 뒤풀이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아름다운 저녁노을 같은 여운이 남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동반자들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가 왜 만인으로부터 환영받고 사랑받는 골퍼가 되었을까 생각해 봤다.
그는 절대 라운드 중에 화를 내는 일이 없다. 터무니없는 미스샷을 내고도 허허 웃으며 '이럴 때도 있지 뭐!'하고 혼잣소리를 하고 넘긴다. 굿샷을 날리고선 다른 동반자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를 전해준다. 물론 다른 동반자가 굿샷을 날려도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눈에 거슬리게 행동하는 동반자가 있어도 나서서 비난하지 않는다. 동반자 중에 누군가가 축하할 기록을 세우면 자진해서 축하 자리를 만든다.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지면 흔쾌히 중재자로 나서고 라운드가 끝난 뒤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술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의 골프 백 속엔 여분의 공이나 티, 티마크는 물론 반창고, 진통제, 소화제, 스프레이 소염제 등도 들어있어 누군가가 필요할 때 서슴없이 내놓아 동반자들을 감동케 한다.
그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담금주를 자주 가져온다. 귀한 야생 열매나 뿌리로 담근 술이어서 동반자들을 기쁘게 한다.
동반자들이 라운드 후 뭘 먹을까 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면 자신이 나서 식당과 메뉴를 정해 이끄는데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라운드 중에도, 뒤풀이 자리에서도 "이렇게 어울려 보내는 게 얼마나 행복해! 안 그래?"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그가 함께 라운드한다고 하면 다른 동반자들은 모두 반기며 인간미 넘치는 행복함 즐거움 등을 기대한다.
뒤늦게 그 친구가 '우분투 골프'를 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분투(Ubuntu)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반투어에서 유래한 말로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한 인류학자가 남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을 찾아갔을 때 겪은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아이들을 불러 모은 뒤 재미있는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나무에 매달아 놓고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차지하는 게임이었다.
그런데 게임을 설명하고 "시작!"을 외친 뒤 그는 당황했다. 아이들이 각자 앞다퉈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가서 나무에 매달아 놓은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인류학자가 물었다.
"왜 모두 함께 갔니? 일등으로 가면 혼자 다 가질 수 있는데."
그러자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분투!"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떻게 혼자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
우분투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넬슨 만델라 대통령 집권 이후 용서와 화합으로 국가통합을 이끌어낸 사상적 뿌리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 성공회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와 함께 '우분투'라는 아프리카 전통 윤리사상을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합을 위한 평화운동으로 승화시켰다.
넬슨 만델라는 우분투를 이렇게 설명했다.
'옛날 어렸을 적에 여행자가 우리 마을에 들르곤 합니다. 여행자는 음식이나 물을 달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들르기만 하면 사람들이 밥상에 음식을 차려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분투의 한 측면이고, 다양한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우분투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 주변의 공동체가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그 일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고, 만일 여러분이 그런 일을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고마워할 아주 중요한 일을 한 것입니다."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우분투의 뜻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분투 정신을 갖춘 사람은 마음이 열려 있고 다른 사람을 기꺼이 도우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할 줄 압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뛰어나고 유능하다고 해서 위기의식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더 큰 집단에 속하는 일원일 뿐이며 다른 사람이 굴욕을 당하거나 홀대를 받을 때 자기도 마찬가지로 그런 일을 당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을 알기에 우분투 정신을 갖춘 사람은 굳은 자기 확신을 가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는 'No Future Without Forgiveness(용서 없인 미래가 없다)'라는 책에서 우분투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바로 우분투의 핵심입니다. 우분투는 우리가 서로 얽혀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홀로 떨어져 있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이라고 할 수 없고, 우분투라는 자질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관용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내 친구는 넬슨 만델라와 데스몬드 투투가 들려주는 우분투의 철학 즉 타인과 내가 얽혀있다는 유대감, 다른 사람을 돕는 자비심,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할 줄 아는 관용 정신 등을 골프에서 실천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존경심을 갖는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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