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생존법 찾고 있나?···품종 개량, 도시 설계 등 할 일 산더미
"차기 정부에서 적응 정책 주류화 필요"
적응, 물가·보건·건축 등 광범위한 의제
"목표 설정과 이행 평가 체계 확립해야"

"당장 오늘부터 인류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어도, 이미 대기에 배출된 탄소만으로 향후 50년, 100년 동안 기후변화가 진행될 겁니다. 적응 대책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입니다."
이례적 폭염과 시간당 100㎜ 극한 호우, 대형 산불 같은 '기후위기'는 이제 일상이 됐다. 26일 만난 송영일 한국기후변화학회장은 "적응 정책의 주류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완화'와 기후 리스크를 줄이고 적응력을 높이는 '적응'으로 나뉜다. 송 학회장은 한국환경연구원(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 미래환경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한 적응 분야 전문가다.
숫자로 측정 가능한 '완화' 분야는 실현은 어려워도, 목표 설정과 이행 평가는 쉽다. 반면 재난에 대비한 안전 투자와 도시 계획, 기후에 따라 출렁이는 물가 관리, 바뀐 기후에 맞는 품종 개발, 노인·노동자 폭염 대책 등 '적응 분야'는 인명과 생계가 달렸음에도 '노력해도 잘 표시가 안 나 뒷전으로 밀려나는 일'이 되기 쉽다. 그러나 기후 선진국인 영국의 기후변화위원회(CCC)는 "적응에 대한 조기 투자가 장기적으로 수십 배 비용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송 학회장은 "주요 후보들 공약에 재난, 물가 등 적응 정책이 없지 않지만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차기 정부가 이것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기후 적응'을 국정과제화해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후변화 적응 정책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이미 기후변화는 진행 중이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보통 '적응 정책'이라고 하면 80~90%는 재난 대책을 떠올리지만 사실 적응은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 쉽게 생각하면 여름철 도심 열기를 식히기 위해 지자체들이 하는 쿨링포그, 살수차 운영도 적응 대책의 일환이다. 기후변화 취약계층 냉난방기 보급, 기후변화 맞춤 품종 개량, 한반도 주변 어종 변화에 따른 어민 지원, 극한 기후에 버티는 공간과 도시 설계 등이 모두 적응 대책이다."
-대선 후보들의 기후변화 적응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안전 사회, 재난 대응 등 적응 의제가 조금씩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적응'이라는 키워드로 묶이지는 못한 상황이다. 당장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이 중요하기에 대선에서는 감축 의제가 전면화됐지만,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적응 분야도 법·조직 개편이나 국정과제 설정 등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한다."
-이미 범정부 차원의 적응 대책은 5년마다 만들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도 적응 대책을 잘하는 편이다. 중앙 정부뿐 아니라 광역·기초지자체, 공공기관에서도 적응 대책을 짠다. 다만 정책 목표를 보다 정교하게 수립하도록, 적응 정책의 지표를 개발하고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강남역 침수사고' 같은 재난을 예방하려고 빗물 터널을 새로 지어도, 지표가 불분명하면 효과 체감이 어려울 수 있다. 목표 설정과 이행 평가 체계가 명확해야 '효과도 없는데 왜 하냐'는 오해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적응의 주류화'가 필요하다. 정부 당국자들이 각종 정책을 설계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때 기후변화 적응 문제를 중요한 의사 판단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학회 소개와 향후 운영 방향은.
"활동 회원이 2,000여 명 정도인데, 전공 분야가 기상학, 지구과학, 보건학, 토목공학, 환경공학, 농업, 산림학, 해양학, 법학, 경제학 등 매우 다양하다. '기후변화'의 특성상 다학제적인 학회이기 때문에 학문 간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대학생, 대학원생들의 기후 의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자 좋은 논문을 썼다면 학술대회 등록비를 면제해주는 등 학회 문턱을 낮추는 프로그램도 확대하려고 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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