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활용 사례] 관수시스템으로 언제든 물 분사…생산성 향상 | 월간축산

장영내 2025. 5.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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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대응 사료작물 안전재배단지 육성 시범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5월호 기사입니다.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는 소가 잘 먹고 사료 가치도 높아 축산농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사료작물이다. 하지만 최근 가뭄과 혹한 등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농가들이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뭄 대응 사료작물 안전재배단지 육성 시범’ 사업에 참여해 안정적으로 IRG를 생산하고 있는 경기 안성 <송우농장>을 찾아가봤다.
경기 안성에서 한우 250여 마리를 일관 사육하는 <송우농장> 오휘석 대표는 사료비 절감과 분뇨 처리를 위해 조사료포 4만 9587㎡(약 1만 5000평)를 확보해 겨울철에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를, 여름철에는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예전에는 호밀을 심었습니다. IRG가 추위에 약해 경기 지역에선 재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다 10년 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추위에 강한 <코윈어리>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 뒤론 IRG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관수시스템을 도입하면 물이 반경 50m까지 멀리 분사된다. 가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물을 마음대로 조절 가능해 안정적으로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다.

오 대표는 IRG를 재배해 소에게 먹여보니 호밀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좋았다고 털어놨다. 일단 기호성이 좋아 소들이 잘 먹을 뿐 아니라 조단백질과 가소화영양소총량(TDN) 등 사료 가치도 높아 소들의 육성률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에 IRG 재배면적을 9917㎡(3000평)에서 4만 9587㎡로 늘렸다. 육성기 반추위 발달에도 도움이 돼 생후 12개월까지 소에게 IRG를 먹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뭄으로 생산량 감소 “스프링클러 설치해야”
최근 가뭄과 혹한 등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IRG를 재배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몇 년 전엔 애써 파종해 놓은 IRG 수확을 아예 포기한 적도 있었다.

“가뭄이 심해지면 IRG의 성장이 아예 멈추거나 죽어 버립니다. 생산량이 70% 정도 떨어지죠. 봄에 파종을 다시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럴 땐 차라리 밭을 갈아엎고 옥수수를 빨리 파종하는 것이 상책이더라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성시농업기술센터 김봉순 팀장은 실증시험으로 오 대표와 함께 조사료포에 자동관수시스템(스프링클러)을 설치해 봤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출장을 갔던 김 팀장이 사막에서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농작물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시도해 본 것이다.

조사료포를 확보해 땅을 파고 직경 50㎜짜리 피이(PE)관을 1m 깊이로 깔아준 뒤 설치해 놓은 관수시스템(오른쪽)과 연결해 주면 된다.

당시엔 조사료포에 반경 5m 길이로 물이 분사되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뒤 IRG를 파종하고 수확하기 전 거두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필요할 때마다 물을 공급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었지만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 농가에 계속 접목하기는 어려웠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까지는 그나마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IRG를 수확하기 전 1m 이상 자란 풀들을 헤치고 들어가 스프링클러를 거두기는 쉽지 않았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손을 들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김 팀장은 조사료포에 반경 50m까지 물이 분사되는 ‘고정식 관수시스템(이하 관수시스템)’을 설치했다.

“물이 워낙 멀리까지 분사돼 일명 물대포 사업이라고 불렀습니다. 고정식이라 한 번 설치해 놓고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물도 타이머를 맞춰 놓으면 자동으로 분사돼 설치할 때를 제외하곤 별도의 노동력이 필요치 않아요. 무엇보다 조사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김 팀장에 의하면 월동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남부 지방에서는 대충 키워도 264㎡(80평)당 한 롤의 IRG를 생산할 수 있지만 중부 지방에서는 현장지침서대로 키워도 330㎡(100평)당 한 롤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관수시스템을 설치한 조사료포에선 198㎡(60평)당 한 롤의 IRG가 생산됐다.

10t 이상의 물탱크를 설치해야 한다.

자체 실증시험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김 팀장은 지난해부터 ‘가뭄 대응 사료작물 안전재배단지 육성 시범’ 사업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제안해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동·하계 사료작물 재배지에 2㏊ 이상 관수시스템과 열풍을 이용한 원형 베일 사일리지 건조기술이 투입된다. 지난해 시범 사업 농가로 선정된 <송우농장> 오 대표 역시 관련 기술들을 도입했다.

“비어 있는 조사료포를 확보해 땅을 파고 직경 50㎜짜리 피이(PE)관을 깔아준 뒤 가운데 설치해 놓은 스프링클러와 연결해 줍니다. PE관을 너무 얕게 묻으면 기계 작업을 하다 건드릴 수 있으므로 1m 정도 깊이로 묻어줘야 해요. 보통 9917㎡ 면적에 1개의 관수시스템을 설치하면 됩니다.”

물과 전력 충분히 확보해야
물이 반경 50m까지 멀리 분사되기 때문에 7.5마력 이상의 모터 펌프와 10t 이상의 물탱크를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물과 전기 용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송 대표 역시 자비로 3상 4선식 15㎾의 전력을 확보하고 지하수도 팠다. 실제 관수시스템을 도입한 조사료포의 IRG 생산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취재 당일인 4월 8일 IRG의 생육 상태의 점검해 본 결과 풀길이와 가지치기 수는 각각 20㎝, 13개 정도로 우수했다. 관수시스템은 파종 후부터 월동 전까지 사용한 뒤 동파 예방을 위해 11월 말이 되면 물탱크 안에 있는 물을 모두 빼야 한다. 이후 날이 어느 정도 풀리고 봄이 되면 물탱크에 다시 물을 채워 사용한다.

오 대표는 낮보다 밤에 물을 뿌려주는 편이다. 낮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햇볕도 강해 물의 허실이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외부에서도 언제든지 물 분무 시간이나 양을 설정할 수 있다. 현재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두 번 정도 돌아가도록 타이머를 맞춰 놨다. 오 대표는 “고정식인 만큼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놓은 곳에는 되도록 파종하지 말고, 수확할 때 기계로 스프링클러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열풍으로 수분함량 낮춰 건초 생산
열풍을 이용한 ‘원형 베일 사일리지 건조기’도 축사 옆에 도입해 활용 중이다. 비닐 래핑을 뜯은 조사료를 사일리지 건조기 위에 올려놓은 뒤 작동을 시키면 뜨거운 바람이 나오면서 조사료의 수분함량을 낮춰 건초로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화재 예방을 위해 조사료 내부 온도가 80℃ 이상으로 높아지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도록 설계돼 있다.

축산과학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보통 수분함량 60% 내외의 사일리지를 20% 이내의 건초로 만드는 데 16시간 정도 소요된다. 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 김창한 지도사에 의하면 조사료 품질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구역과 동작 시간 등을 설정해 놓으면 물이 자동으로 분사된다.

“조사료의 수분함량이 높으면 쉽게 변질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래핑을 풀어놓은 뒤 빨리 먹이지 않으면 곰팡이 등이 생겨 소들이 설사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건초를 만들어 먹이니 그럴 염려가 없죠. 게다가 육성우에게 비싼 수입 건초를 사다 먹일 필요 없이 직접 생산한 조사료로 건초를 만들어 먹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입니다.”

열풍 이용 원형 베일 사일리지 건조기 역시 충분한 전력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최소 30㎾의 전력을 확보해 놓은 곳에 설치할 수 있어서다. 작동 과정에서 뜨거운 바람과 소음으로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축사 내부보다는 외부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는 게 오 대표의 얘기다.

“지금까지 사용해 본 결과 열풍을 이용한 원형 베일 사일리지 건조기보단 관수시스템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관수시스템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조사료 생산성이 눈에 띄게 달랐기 때문이죠.”

관수시스템을 도입하면 가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물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니 조사료가 잘 자라고 생산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IRG뿐만 아니라 여름철 옥수수 재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IRG 수확 후 옥수수를 파종하면 파종 적기를 놓쳐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관수시스템을 해 놓으니 생산량을 만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오 대표는 “IRG에 진심인 농가라면 관수시스템을 도입해 볼 만하다”며 “특히 IRG는 육성우에게 좋은 조사료인 만큼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영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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