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활용 사례] 관수시스템으로 언제든 물 분사…생산성 향상 | 월간축산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5월호 기사입니다.
“예전에는 호밀을 심었습니다. IRG가 추위에 약해 경기 지역에선 재배가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다 10년 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추위에 강한 <코윈어리>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 뒤론 IRG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오 대표는 IRG를 재배해 소에게 먹여보니 호밀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좋았다고 털어놨다. 일단 기호성이 좋아 소들이 잘 먹을 뿐 아니라 조단백질과 가소화영양소총량(TDN) 등 사료 가치도 높아 소들의 육성률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에 IRG 재배면적을 9917㎡(3000평)에서 4만 9587㎡로 늘렸다. 육성기 반추위 발달에도 도움이 돼 생후 12개월까지 소에게 IRG를 먹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뭄이 심해지면 IRG의 성장이 아예 멈추거나 죽어 버립니다. 생산량이 70% 정도 떨어지죠. 봄에 파종을 다시 했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럴 땐 차라리 밭을 갈아엎고 옥수수를 빨리 파종하는 것이 상책이더라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성시농업기술센터 김봉순 팀장은 실증시험으로 오 대표와 함께 조사료포에 자동관수시스템(스프링클러)을 설치해 봤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출장을 갔던 김 팀장이 사막에서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농작물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시도해 본 것이다.

당시엔 조사료포에 반경 5m 길이로 물이 분사되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뒤 IRG를 파종하고 수확하기 전 거두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필요할 때마다 물을 공급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었지만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 농가에 계속 접목하기는 어려웠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까지는 그나마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IRG를 수확하기 전 1m 이상 자란 풀들을 헤치고 들어가 스프링클러를 거두기는 쉽지 않았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손을 들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김 팀장은 조사료포에 반경 50m까지 물이 분사되는 ‘고정식 관수시스템(이하 관수시스템)’을 설치했다.
“물이 워낙 멀리까지 분사돼 일명 물대포 사업이라고 불렀습니다. 고정식이라 한 번 설치해 놓고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물도 타이머를 맞춰 놓으면 자동으로 분사돼 설치할 때를 제외하곤 별도의 노동력이 필요치 않아요. 무엇보다 조사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김 팀장에 의하면 월동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남부 지방에서는 대충 키워도 264㎡(80평)당 한 롤의 IRG를 생산할 수 있지만 중부 지방에서는 현장지침서대로 키워도 330㎡(100평)당 한 롤밖에 안 나온다. 그런데 관수시스템을 설치한 조사료포에선 198㎡(60평)당 한 롤의 IRG가 생산됐다.

자체 실증시험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김 팀장은 지난해부터 ‘가뭄 대응 사료작물 안전재배단지 육성 시범’ 사업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제안해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동·하계 사료작물 재배지에 2㏊ 이상 관수시스템과 열풍을 이용한 원형 베일 사일리지 건조기술이 투입된다. 지난해 시범 사업 농가로 선정된 <송우농장> 오 대표 역시 관련 기술들을 도입했다.
“비어 있는 조사료포를 확보해 땅을 파고 직경 50㎜짜리 피이(PE)관을 깔아준 뒤 가운데 설치해 놓은 스프링클러와 연결해 줍니다. PE관을 너무 얕게 묻으면 기계 작업을 하다 건드릴 수 있으므로 1m 정도 깊이로 묻어줘야 해요. 보통 9917㎡ 면적에 1개의 관수시스템을 설치하면 됩니다.”
취재 당일인 4월 8일 IRG의 생육 상태의 점검해 본 결과 풀길이와 가지치기 수는 각각 20㎝, 13개 정도로 우수했다. 관수시스템은 파종 후부터 월동 전까지 사용한 뒤 동파 예방을 위해 11월 말이 되면 물탱크 안에 있는 물을 모두 빼야 한다. 이후 날이 어느 정도 풀리고 봄이 되면 물탱크에 다시 물을 채워 사용한다.
오 대표는 낮보다 밤에 물을 뿌려주는 편이다. 낮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햇볕도 강해 물의 허실이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외부에서도 언제든지 물 분무 시간이나 양을 설정할 수 있다. 현재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두 번 정도 돌아가도록 타이머를 맞춰 놨다. 오 대표는 “고정식인 만큼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놓은 곳에는 되도록 파종하지 말고, 수확할 때 기계로 스프링클러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축산과학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보통 수분함량 60% 내외의 사일리지를 20% 이내의 건초로 만드는 데 16시간 정도 소요된다. 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 김창한 지도사에 의하면 조사료 품질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사료의 수분함량이 높으면 쉽게 변질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래핑을 풀어놓은 뒤 빨리 먹이지 않으면 곰팡이 등이 생겨 소들이 설사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건초를 만들어 먹이니 그럴 염려가 없죠. 게다가 육성우에게 비싼 수입 건초를 사다 먹일 필요 없이 직접 생산한 조사료로 건초를 만들어 먹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입니다.”
열풍 이용 원형 베일 사일리지 건조기 역시 충분한 전력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최소 30㎾의 전력을 확보해 놓은 곳에 설치할 수 있어서다. 작동 과정에서 뜨거운 바람과 소음으로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축사 내부보다는 외부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는 게 오 대표의 얘기다.
“지금까지 사용해 본 결과 열풍을 이용한 원형 베일 사일리지 건조기보단 관수시스템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관수시스템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조사료 생산성이 눈에 띄게 달랐기 때문이죠.”
관수시스템을 도입하면 가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물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니 조사료가 잘 자라고 생산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IRG뿐만 아니라 여름철 옥수수 재배에도 영향을 미친다. IRG 수확 후 옥수수를 파종하면 파종 적기를 놓쳐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관수시스템을 해 놓으니 생산량을 만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오 대표는 “IRG에 진심인 농가라면 관수시스템을 도입해 볼 만하다”며 “특히 IRG는 육성우에게 좋은 조사료인 만큼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글·사진 장영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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