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호텔경제론’이 본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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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정치가 자꾸 국민 상식을 시험하려 든다.
난데없는 '호텔경제론' 공방으로 교과서를 뒤적거리게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세에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정책 효용성을 설명하며 든 예시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호텔경제론'이라 부르고 '노쇼경제론'이라 비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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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지역화폐 예산 효율성 검증 필요
정책 장점 살리려면 국민 합의 요구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정치가 자꾸 국민 상식을 시험하려 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작이다. 지난해 말 뜬금없는 12·3 비상계엄 선포로 온 국민이 헌법을 공부하게 만들더니, 올해 초에는 관저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해 형사소송법 법전을 뒤져보도록 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시험 범위를 넓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지연되면서 헌법재판소법까지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6·3대선에선 시험 과목이 경제학으로 바뀐 듯하다. 난데없는 ‘호텔경제론’ 공방으로 교과서를 뒤적거리게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세에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정책 효용성을 설명하며 든 예시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호텔경제론’이라 부르고 ‘노쇼경제론’이라 비난하면서다.
이재명 후보는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관광객이 호텔에 예약금 10만 원을 내면, 나중에 예약이 취소돼 10만 원이 빠져나가도 그사이에 돈이 돌았기 때문에 경제는 살아난다”고 말했다. 초기 지출이 여러 차례 소비로 이어지며 총수요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케인즈 경제학의 ‘승수 효과’와 유사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무한동력 같은 비현실적 모델” “베네수엘라식 괴짜 경제학”이라며 연일 날을 세운다.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독일 경제평론가 루카스 자이제가 독일 공산당 기관지 UZ 편집장 출신임을 문제 삼으며 색깔론까지 편다.
경제가 어려울 땐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고, 활황일 때는 반대로 거둬들여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국가 경제를 안정화시킨다는 건 경제 상식이라 생각했는데 아리송해진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한국은행과 지급결제제도’ 책자에 담긴 ‘5만 원으로 어느 마을 구하는 법’ 사례가 나온다. 어느 여행객이 한 마을 모텔에 묵으려 5만 원을 지급했다 방을 살펴본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돈을 돌려 받고 떠났지만, 그사이 모텔 주인 등 마을 사람들이 여행객의 5만 원으로 서로에게 지고 있던 빚을 갚아 마을의 채무 관계가 해소됐다는 내용이다.
이준석 후보 주장처럼 호텔경제학이 그저 노쇼경제학이라면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지 모른다. 오히려 지역화폐 정책의 타당성을 걸고 넘어지는 게 더 본질적이다. 이미 개별 정당 차원 정책을 넘어서 전국 254개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발행하고 있다. 수혜를 얻는 대상은 분명하니 때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자체장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역화폐는 월 최대 70만 원까지 최대 1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발품을 팔면 매달 7만 원씩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역 기준으로 사용처가 제한돼 영세소상공인은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카드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돼 비용도 절감되니 반긴다. 반면 백화점·대형마트·카드사·대형 배달앱사 등은 사용처에서 제외돼 역차별이라 반발한다.
본질에서 벗어난 노쇼경제학 논쟁으로 놓친 건 지역화폐 정책을 확대하는 게 최선인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다. 지역화폐 발행 총액은 이미 20조 원을 넘어섰다. 대부분 예산을 지자체 자체 재정으로 충당한다지만 2025회계연도 정부 총 사회간접자본(SOC)예산 25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잠재성장률이 0%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정부 세수 결손도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마당이다. 이재명 후보는 “힘있는 사람, 돈 많은 쪽에 돈을 쓰면 투자이고, 돈이 없는 데 쓰면 낭비라고 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 국민적 논의와 합의가 중요하다.
이동현 논설위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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