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왜 우리 직원들은 자꾸만 사표를 낼까?

이기왕 호원대학교 초빙교수 (전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2025. 5. 2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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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대학교 초빙교수 (전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많은 중소기업의 사장이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면 '급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퇴사 면담기록을 보면 급여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N사 대표가 필자를 찾아왔다. 20여명밖에 안 되는 회사에서 왜 이렇게 이직률이 높은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매일 주머니에 사표를 넣어다니는 것 같다며, 회사가 초창기다 보니 급여를 많이 주지 못해서 자꾸 나가는 모양이라며 하소연했다. 당장 급여를 올려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속속 나가는 그들을 붙잡을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즉시 회사를 찾아가 퇴사자 면담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이 작업으로 데이터를 내보니 원인은 '급여'가 아니라 바로 '사람'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즉, 꼴 보기 싫은 사람 때문에 떠나는 경우가 매우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윗사람만이 아니라 아랫사람, 옆 사람까지 모두 포함됐다. 이처럼 직원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한다면 사람문제, 즉 회사 내 조직이나 사람 간의 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우리 회사가 '끈터'로서 서로 소통하고 네트워킹되는 조직으로 잘 움직이는지 점검하는 것은 사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실제로 직원들은 사장에게 퇴사 사유를 "누구누구 때문"이라고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음 퇴사사유로 가장 많은 것이 바로 회사의 비전이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의 경우 회사의 비전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퇴사를 선택한다. 그러니 회사의 비전이 있는지를 먼저 점검하고 다음으로는 이 비전을 어느 수준의 직원들까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공유하는지를) 점검하기 바란다.

예전에 필자가 근무한 하림의 경우 급여를 6개월이나 밀린 적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부도 수준이었다. 하림은 이를 두 번, 세 번씩 밀려 직원들은 카드 돌려막기로 버텨야 했다. 그런데도 직원들의 퇴사는 거의 없었다. 왜였을까. '딱히 갈 곳이 없어 돈을 못 받으면서도 이렇게 눌러앉아 있는 건가' 생각했는데 실제로 직원들이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하림 오너가 제시한 비전 때문이었다. 김홍국 회장은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고한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하림의 생산직 아주머니들은 김 회장이 복도를 걸어가면 그의 손을 붙잡고 울곤 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얼마나 힘드시겠냐며 말이다. 심지어 당시 임원들이 급여 수개월 분을 반납하면서까지 회사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억이 있다.

당신의 기업은 어떠한가.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여러분의 회사가 급여가 한 달, 혹은 두 달 밀린 경우 직원들은 몇 명이나, 또는 누가 남아 있을 건지 생각을 해봤는가. 회사의 규모가 5명이든 500명이든 비전이 있는지, 그 비전을 제시하는 프로세스가 있는지, 그리고 잘 공유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돼 있다면 직원이 회사를 떠날 이유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소확행과 워라밸이라는 단어다. 이 중 워라밸(work-life balance) 이라는 말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업무와 사생활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워라밸은 연봉과 관계없이 높은 업무강도에 시달리거나 퇴근 후 SNS로 하는 업무지시, 잦은 야근 등으로 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이 곧 놀이고 직장은 일을 즐기는 놀이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일하는 것 자체가 워라밸인 것이다. 논어를 보면 '아는 이는 좋아하는 이만 못하고 좋아하는 이는 즐기는 이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일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티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일을 즐기도록 만들 수 있을까. 앞에서 이야기했듯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해라. 그러면 자연히 일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서로 소통하는 회사, 비전을 공유하는 회사, 일을 즐길 수 있는 회사를 떠날 직원은 별로 없다.

이기왕 호원대학교 초빙교수 (전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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