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그만뒀던 월남전 참전 용사, 66년 만에 ‘과티’ 입고 캠퍼스로…
88세 김효전씨, 고대 한문학과 편입
“한자 깊숙이 이해할 때까지 공부”

“임금이라면 마땅히 패도를 물리치고 왕도를 행해야 하니…. 이 나이에 맹자(孟子) 한 줄이 가슴을 울릴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한 강의실에서 노신사가 세 번째 줄에 앉아 맹자 한 구절을 소리 내 읽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고려대 로고가 새겨진 호랑이 티셔츠를 입고 ‘맹자 읽기’ 수업에 참석한 김효전(88)씨는 월남전 참전 용사다. 주변 학생들이 노트북 타자를 칠 때 김씨는 펜으로 한자 문구를 한 자 한 자 적었다.
1959년 우석대(옛 국학대)를 자퇴했던 김씨는 올해 3월 66년 만에 고려대 한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그는 이번 학기 아들뻘 교수가 가르치는 ‘맹자 읽기’ ‘논어 읽기’ 등 5과목을 손주뻘 학생들과 듣는다. 서울 강서구 집에서 성북구 캠퍼스까지 두 번 지하철을 갈아타고 1시간 넘게 통학한다. 그러나 대학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지난달엔 고려대 로고가 새겨진 과 잠바도 샀다.

전남 장흥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1957년 우석대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아버지 사업 실패로 2년 만에 학업을 접었다. 생계를 위해 입대한 그는 1969년 월남전에 참전했다. 13개월 동안 맹호부대 중대장(대위)으로 군인 150명을 이끈 김씨는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제대 후에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남아 있었지만 가족을 부양하느라 학업을 다시 잇지 못했다.
기회는 작년에 우연히 찾아왔다. 작년 고엽제 후유증으로 상이군인 6급 판정을 받고 관상 동맥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상이 군인에게는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혜택이 있었다. 마침 김씨가 다녔던 우석대가 1971년 고려대에 흡수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그는 고려대에 편입할 수 있었다.
만학도가 된 그는 입학 전 3개월 동안 한문을 독학해 한자 시험 1급을 땄다.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 50만원짜리 노트북도 구매했다. ‘맹자 읽기’를 담당한 고려대 양원석(54) 교수는 “중간고사에서도 아주 우수한 성적을 받으셨다”고 했다. 김씨는 “이전엔 생각하지 못한 ‘기막힌’ 한자 구절을 만날 때 배움의 기쁨이 크다”며 “한자의 세계를 깊숙이 이해할 때까지, 끝까지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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