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어른도 책 읽어야죠

김지나 2025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2025. 5. 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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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사탕이 그냥 사탕으로만 보이지 않아요. 사탕을 먹고 나서도 입안에 맛이 남아 있는 것처럼 내 몸속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서 사탕을 볼 때마다 알사탕 책이 생각나요.” 얼마 전 한 어린이가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을 읽고 이런 감상을 전해주었다. 달콤한 사탕 같은 말은 내내 귓가를 맴돌더니 내 마음에도 달고 찐득한 흔적을 남겼다. 자신이 읽은 책과 읽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자신의 말로 이야기해주는 어린이를 보며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반가움과 스스로 세계를 구축해가는 것에 대한 기특함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어린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왜 어른은 읽지 않으면서 어린이에게만 읽으라고 하는 걸까?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책을 읽을 그 시간에 다른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어린이가 책을 읽지 않더라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마찬가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걸로 된 걸까. 정말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아무리 마침표를 찍고 넘어가 보려고 해도 잘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그럼에도 책을 읽거나 안 읽거나 두 가지 선택지뿐이라면, 읽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 권의 책이 하나의 세계라고 했을 때 이것은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언제고 곁을 내어주며 위안을 주는 소중한 친구인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이 수많은 세계를 자유로이 펼칠 수 있고, 한 문장을 읽고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으며, 멈추고 싶은 곳에서 멈출 수 있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유롭고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를 한 명이라도 더 알 수 있다면, 여러 종류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읽을 수 있다면 정말로 좋겠다. ‘어린이에게 책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했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어른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왜 어른은 읽지 않으면서 어린이에게만 읽으라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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