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라진 것 찾아 떠난 인형들 건네고 싶은 말 ‘사랑’이더라

최우은 2025. 5. 29. 00: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춘천세계인형극제 주요 공연

경계를 넘나드는 인형’을 주제로 지난 23일 개막한 춘천세계인형극제가 일정 중반부를 넘어왔다. 어렸을 때 인형극제를 보며 자랐던 아이는 이제 어른이 돼, 또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았다. 6월 1일까지 전 세계 21개국 100여 편의 인형극이 펼쳐지는 올해 축제는 프랑스 인형극단 4팀의 무대가 진행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26일 KT&G 상상마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인형극 아트마켓 ‘환상의 퍼펫쇼’는 올해 춘천세계인형극제에 참여한 9팀의 공연을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였다.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부터 사회·철학적 고찰을 담은 작품까지, 관객과 나눈 인형들의 교감은 춘천에 또 다른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문화부 기자들이 관람한 춘천세계인형극제의 주요 공연을 소개한다.

돈 웨잇 포 미-프랑스 극단 ‘Snow on the eyelashes Company’

발이 달린 집들이 지붕 위 돛을 펄럭이며 매일 밤 하늘을 날아다닌다. 햇빛이 따사로운 날에도, 비가 촉촉이 내리는 흐린 날에도, 심지어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도 집들은 어딘가를 향해 쉼 없이 날아간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집’을 찾아 나선 다양한 캐릭터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인형극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공연은 상상의 세계를 무대 위에 환상적으로 펼쳐낸다.

한국어·프랑스어·영어·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가 교차돼 등장했지만, 언어의 장벽은 극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품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상실의 감정을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그 감정의 파도를 건너며 다시 살아갈 이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에 대한 희망을 은근하게 건넨다.

늙은 개-극단 나무

늙은 개 누렁이와 고양이가 할머니를 찾아 떠나는 험난한 여정을 담은 그림자극이다. 할머니가 가꿔놓은 고구마밭은 쑥대밭이 됐고, 할머니의 흔적을 따라가는 과정에는 뱀과 개장수가 있어 위험천만하다. 늙은 개는 고양이와 여정을 떠나는 와중에도 노쇠함 때문에 잠이 들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기억하지 못할 만큼 나이가 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기억하는 건 자신을 살린, 자신에게 사랑을 처음 준 ‘할머니’다. 긴 여정 끝 할머니가 지난 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누렁이는 할머니의 부재를 잊고, 다음 날에도 할머니를 찾는다. 개장수 등 배우들의 열연이 그림자극 속에서 빛난다. 다채로운 무대 장치 속 역동적인 연출로 관객들이 탄성을 내지를 만큼 몰입감이 생생했다. 단순하지만 눈물을 자아내는 서사의 힘이 있었다.

한밤중의 카주-프랑스 극단 ‘Cie Singe Diesel’

단편영화를 보는 듯 구성이 독특하다. 슬픔에 젖어 늘 몸을 웅크리고 있는 인형 ‘카주’가 등장한다. 20개가 넘는 인형 들이 나온다. 아내를 잃고 슬픔에 잠긴 인형, 911테러가 일어날 줄 모른 채 ‘사랑의 말’을 고민하는 커플, 늘 실수하는 마술사 등 슬픈 구석이 있는 인물들이 나와 감정을 건드린다.

라이브 음악과 드로잉이 어우러져 극이 진행되면서 카주의 비밀이 드러난다. 인형사인 카주는 공연을 하다 연인 루를 만났다. 마법같이 사랑에 빠진 그들의 행복은 짧았다. 카주는 사랑하는 루를 잃고 그녀와의 사랑과 추억을 다양한 이야기로 펼친다. ‘부재가 존재를 증명한다’는 말처럼 카주는 루가 없는 시간 속에서도 루와의 시간을 살아낸다. 루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을 인형극으로 표현하는 것이 카주의 사랑법이다. 인형들이 전한 이야기의 결론은 사랑이었다. 비록 루는 곁에 없지만 카주는 이야기 속에서 루를 만난다. 사랑하기에 기억하고자 하는 카주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최우은·이채윤 기자

 

#인형들 #인형극 #춘천세계 #인형극제 #공연장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