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긍정적인 밥-함민복
정훈탁 2025. 5. 29. 00:05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시 한 편-삼만 원-쌀 두 말, 시집 한 권-삼천 원-국밥 한 그릇, 시집 한 권-삼백 원-소금 한 됫박'의 병치와 '~하면 ~하네'의 대구가 감상의 즐거움을 준다.
시에서 병치란 둘 이상의 서로 다른 소재를 한 곳에 나란히 배치하여 정서적 긴장과 시적 의미를 부여하는 표현법이다.
시 한 편과 시집 한 권은 화자의 가치(노동)를,
삼만 원과 삼천 원과 삼백 원은 경제적 가치(돈)를,
쌀 두 말과 국밥 한 그릇과 소금 한 됫박은 현실적 가치(생계)를,
마음 따뜻한 밥과 사람들 가슴 덥혀 줄 생각과 상할 마음 하나 없음은 정서적 가치(시적 의미)를 나타낸다.
화자는 시에 대한 값이 너무 박하다 헐하다 박리다 싶다가도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다면서 타의적 가난을 자발적 풍요로 극복한다.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시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먹고 살기 각박한 때, 정서적으로 궁핍한 때, 시 한 편이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되고, 마음 상하지 않게 하는 굵은 소금이 된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