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하면 복막염까지"… 중장년층 아랫배 통증, '이 질환' 때문에?
갑작스럽게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기면 맹장염(급성충수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비교적 흔한 장 질환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발열, 오한 등 전신 증상까지 동반된다면 '게실염'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게실염은 중장년층에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질환으로, 대장 벽이 약해지면서 형성된 주머니 모양의 구조물인 '게실'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염증이 심해질 경우 복막염이나 장 천공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고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실염의 원인과 증상, 치료 및 예방법까지 외과 전문의 이이호 과장(창원파티마병원)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자세히 짚어본다.

가성게실, 약한 구조 탓에 염증 위험 ↑...비만·노화 등 영향
게실은 위나 대장처럼 속이 빈 장기에서 벽 일부가 바깥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비정상적인 주머니를 말한다. 이 중 대장에 생긴 게실은 돌출된 깊이나 구조에 따라 진성게실과 가성게실로 나뉜다.
진성게실은 점막,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이 함께 돌출된 구조로, 드물게 선천적으로 발생한다. 주로 우측 대장에서 나타나는데, 장내 압력이 특정 부위에서 높아지면서 장벽이 밀려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성게실은 점막과 점막하층만 돌출된 구조로, 근육층이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얇고 약한 특징을 가진다. 구조적으로 약한 만큼, 외부 자극에 더 쉽게 손상되거나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대장 내에서 가장 압력이 높은 에스결장과 하행결장 부위에 잘 생기는데, 흔히 일반적으로 말하는 게실은 대부분 이 가성게실이다.
게실 자체는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여기에 대변이나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면 '게실염'으로 진행된다. 게실염의 원인으로는 음식물 잔류, 저 섬유질 식사, 대장 내 박테리아 불균형, 변비, 장내 압력 증가, 복부 비만, 흡연, 운동 부족, 유전적 요인 등이 꼽힌다. 특히 한 연구에서는 복부 피하 지방량이 높을수록 게실염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화도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나이가 들수록 대장 벽의 탄력이 감소하고 약해지면서 게실이 생기기 쉬워지고, 염증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찌를듯한 복통이 특징...맹장염·IBS와 혼동되기 쉬워
게실염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좌 하복부에 찌르는 듯한 복통이다. 이 외에도 발열, 오한, 복부 팽만감, 설사, 변비, 메스꺼움, 구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증상들은 다른 복부 질환과도 유사해 혼동을 일으키기 쉽다. 대표적으로는 맹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IBS) 과 구별이 필요하다.
이이호 과장은 "게실염은 좌측 아랫배, 즉 좌 하복부에 통증이 집중되지만, 맹장염은 우하복부 통증이 특징적이다"라면서 "특히 맹장염은 처음엔 명치 부위 통증으로 시작해 우하복부로 옮겨가는 양상을 보이며, 식욕 부진과 발열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주로 복부 전반의 불편감을 호소하며,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지만, 발열은 동반되지 않는다. 대개 스트레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게실염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가 필요하며, 통증의 위치, 압통, 발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이 과장은 "염증 수치(CRP, 백혈구 수) 상승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혈액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라면서 "복부 CT는 가장 정확한 진단 도구로, 게실 주변의 염증, 농양, 천공 여부까지 확인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초기엔 약, 심하면 수술..."식이섬유 섭취·변비 관리가 기본"
게실염은 전염되거나 암으로 발전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가 지연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이호 과장은 "게실염 치료가 늦어지면 농양, 천공, 복막염, 장폐색, 출혈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합병증이 없는 경미한 게실염은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 과장은 "초기 단계라면 경구 항생제로 치료하며, 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음식을 줄이는 저잔사 식이를 하다가 서서히 일반 식이로 전환한다"라고 설명했다. 급성기에는 저 섬유질 식단이 소화 부담을 덜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중증도 이상의 게실염은 입원 치료를 고려하는데, 금식과 정맥 항생제 치료를 병행한다. 금식은 음식물 섭취로 인한 자극을 줄이고, 장을 쉬게 하여 염증 악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과장은 "만약 복막염, 또는 농양이 크면 배액술 또는 대장을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게실염 환자의 약 3분의 1에서는 재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 이후에도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이 과장은 "예방을 위해서는 과일, 채소, 통곡물 등 식이섬유와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한다"라면서 "특히 대변 정체와 변비는 장내 압력을 높여 게실염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평소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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