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217> 룰루랄라레코드 ‘입는음악’ 시리즈
얼마 전 영도의 바다 뷰가 멋진 카페를 방문했다. 계산대 옆에 공짜 라이터들이 진열되어 있길래, 주머니에 넣으려니 직원이 말렸다. 라이터는 판매하는 굿즈(goods)라고 했다. 요즘엔 별의별 것이 다 굿즈다. 턴테이블, 시디플레이어가 없어도 CD와 LP를 꾸준히 사 모으는 이유도 굿즈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다양한 굿즈를 구입하는 비용이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당장 걸치고 있는 것만 봐도 가방에는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와 부산 최애 평양냉면집 부부면옥의 배지가 박혀있고, 휴대전화에는 뉴진스 팬덤의 마스코트 버니즈 토끼 스티커가 붙어있다. 계절 상관없이 걸치고 다니는 티셔츠 역시 4가지 종류의 세이수미 티셔츠,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 5주년 기념 티셔츠다.
고등학교 때 산 다 해진 롱코트를 30년 넘게 입고 다닐 만큼 옷을 사는 데 무심한 편이지만, 굿즈일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팬심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정체성을 천하에 드러내는 마치 ‘종교적 의식’같다고 할까? 내가 입고 있는 옷만 보고 인사와 대화를 건네는 반가운 형제 자매님들을 만날 때도 있고, 간혹 길에서 세이수미나 김일두 같은 최애 뮤지션과 마주쳤을 때, 때마침 그들의 티셔츠를 입고 있다면, 즉석에서 프라이빗한 팬 미팅 느낌을 연출하며 성공한 덕후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행운의 아이템이다.
특히 인디레이블 룰루랄라레코드에서 만드는 ‘입는음악’ 시리즈는 얼핏 봐도 탐나는 굿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 중 산울림의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후드집업, 그리고 오랜 염원 중 하나였던 ‘김일두와 불세출’의 티셔츠를 입수해 한창 돌려가며 입고 다닌다. 그 밖에 ‘빛과 소금’ ‘한대수’와 같은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이 등판과 가슴팍에 박힌 티셔츠와 ‘단편선’ ‘씨없는 수박 김대중’ 등 현역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티셔츠까지 ‘입는음악’이란 매력적인 타이틀로 가난한 통장 잔고를 위협한다.
‘굿즈(goods)란 아이돌 영화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등 문화 장르 팬덤계 전반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해당 장르에 소속된 특정 인물이나 그 장르 및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주제로 제작된 상품·용품을 뜻한다’고 네이버 국어사전은 설명한다. 세상에 좋은 것들(goods)로 가득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내가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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