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비난 '현수막 경쟁'…오히려 정치혐오 부추겨

김혜진 기자 2025. 5. 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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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후보자 발언 인용 수두룩
시민들 정치 피로감 상당 느껴
선관위 “색상 등 위반 판단 불가”
▲경기지역 곳곳에 설치된 사전·본투표 독려 현수막. 특정 정당 색상이나 후보 발언 등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제공=독자·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경기지역 곳곳에 설치된 일부 사전·본투표 독려 현수막 문구가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겉으로는 투표를 권유하는 내용이지만 특정 정당 색상이나 후보 발언 등이 담긴 일부 문구는 되레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전·본투표일을 앞둔 28일 수원시 권선구 한 사거리에는 '이번에는 투표해야 독재권력 막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번에는 투표해야'는 붉은색 글씨로, 독재권력은 파란색 글씨로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사거리에 걸려있던 현수막에는 '커피원가 120원? 분노하면 투표장으로', '사전투표로 경제위기 극복' 등 다양한 문구의 투표 독려 현수막이 내걸렸다. 남양주 한 사거리에선 '호텔경제학? 분노하면 투표장으로'라는 문구의 현수막도 포착됐다.

해당 현수막에는 주최자가 명시돼있지 않았지만 붉은색이나 파란색 같은 특정 정당 대표색으로 문구를 강조하거나, 최근 논란이 된 특정 후보자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중립적이지 않은 투표 독려 현수막들이 오히려 정치에 대한 피로감 등을 느끼게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중립적이지 않고 서로를 비난하는 듯한 문구에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처음엔 단순 투표 독려인가 싶었지만 문구에서 의도가 보여 불법현수막으로 선관위에 신고했다"고 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는 관련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현수막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유추될 수 있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제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지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면 안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제재 기준이 애매하단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정 후보자 기호가 현수막에 포함된 경우 유죄로 인정된 바 있지만, 색상이나 인용 문구만으로는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최근 중앙선관위 유권해석에서도 '커피원가 120원' 문구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당의 꼼수로 볼 수 있는 만큼 정당 스스로 자제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며 "선거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어 선관위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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