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돋보기] 청년 여성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의 민생 현실과 정치의 역할

장윤정 2025. 5. 2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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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에는 뚜렷한 분업 구조가 존재했다. 아버지는 직장에 다니고, 어머니는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을 살피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외벌이 수입으로도 아이 셋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었고, 한 달에 한 번 외식하는 것만으로도 가족의 행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평범함'은 이제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버티기'라는 단어뿐이다.

1980년대만 해도 외벌이로 생계가 가능했다. 물론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가능'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가계경제는 급속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과 실업이 늘어나고, 비정규직이 확산되면서 생계 불안이 시작됐다. 많은 가정의 어머니들은 가사 노동만으로는 가정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부업'이라는 이름의 경제활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바느질을 하거나, 포장 작업을 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물가는 오르고, 아이들 교육비는 치솟으며 '주거 안정'이라는 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어머니들은 부업을 넘어 파트타이머가 되었고, 그마저도 부족해진 지금, 수많은 부모는 본업에 더해 '투잡'을 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배달 라이더. 평일에는 강사, 주말에는 마트 시식 아르바이트 등 이처럼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동시에 유지해야만 가계의 '적자'를 면할 수 있는 현실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부모의 두 배 이상 노동이 필요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가계경제의 구조는 이제 더 이상 '희생'이나 '절약'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지경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00만 원을 웃도는데, 지출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는 매년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가계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투잡 사회'를 넘어 '번아웃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현실은 청년에게도, 부모에게도, 노년층에게도 결코 녹록하지 않다.

이제는 누군가 나서야 한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구호가 아니라 제도로.

대한민국의 정치가 다시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야 한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책이란, 단순한 퍼주기가 아니라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로잡는 과정이어야 한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청년에게는 기회의 사다리를, 부모에게는 육아의 공동체를, 노년에게는 존엄한 삶의 마지막을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우리 사회는 실효성 있는 정책, 통계로 보여줄 수 있는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삶이 나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체감'을 원한다. 어느 한 계층의 구호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그리는 것이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행동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구조적으로 쌓인 불평등, 양극화, 세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자들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듣고, 말하고, 실천하는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오늘 하루의 노동을 더하고 있다. 청년들은 내일의 불안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며, 노년층은 한 끼의 식사와 병원비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 모든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 그 모든 삶의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정치,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꿔야 할 '진짜 정치'다.

무너진 일상의 회복, 국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변화, 그리고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이제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는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갈등을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공존을 위한 지혜를 찾을 것인가. 정치는 그 선택에 대한 해답이 되어야 한다.

장윤정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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