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커들, 미국서 원격 위장 취업해 "수천억 벌어"

북한 해커들이 미국기업에 원격으로 대리인을 내세워 취업하고 수억 달러(수천억 원)의 외화를 벌어들였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북한 해커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다 검거된 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이 여성이 '활약해온' 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WSJ은 북한의 이러한 외화벌이 사례는 한두 케이스가 아니며 미국에서 흔치 않게 암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북한 해커가 '업무'를 위해 보내온 노트북 컴퓨터를 관리하는 미국 대리인을 '노트북 농장주'라고 지칭했다.
기본적 코딩 지식을 갖춘 크리스티나 채프먼(50)이라는 여성은 일상을 전하는 틱톡커다. 어느 날 그녀의 동영상에는 슬쩍 비춘 선반 위에 노트북 10여대가 설치돼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 노트북 대다수는 북한 해커들이 보내준 것이다. '재택근무 사업가' 채프먼은 사실 북한 해커를 고객으로 둔 '노트북 농장' 운영였던 셈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미국인의 신분으로 위장해 원격근무 형태의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업한 북한인 적발 사례가 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원격으로 미국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채프먼이 운영한 것과 같은 노트북 농장이다.
노트북 농장은 미국 현지에서 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 컴퓨터 여러 대를 동시에 운영하는 형태다. 해킹 등으로 미국인의 신원을 탈취한 북한 해커들은 북한 내부나 중국·러시아 등지에서 원격으로 노트북 농장에 연결해 매일 아침 시간에 맞춰 미국 내 직장에 원격 출근한다. 미국 회사에서 보기에는 미국인 직원이 미국 내에서 업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 지금도 적잖은 IT기업들이 원격 채용과 원격 근무를 활용하고 있는 데서 허점을 발견한 것이다. 채프먼과 같은 노트북 농장 운영자들은 북한 해커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직장에 등록할 미국 현지의 주소를 제공해주고, 노트북 배송을 받아 원격 연결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인터넷 연결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관리자 역할을 맡는다.
원래 마사지사 등을 전전하던 채프먼은 웹 개발자 직종에 취업하려는 꿈을 품고 기초 코딩 교육을 받은 사실을 채용 관련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 올린 것이 인생을 뒤바꾼 계기가 됐다. 2020년 3월 북한 측에서 "해외 IT 근로자를 채용하는 회사를 위해 미국의 얼굴이 돼 달라"며 연락을 해온 것이다. 채프먼이 '북한'이라는 고객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요구를 받아들인 후 사업은 번창했다.
채프먼은 세금 관련 처리나 신분 증빙 서류 발송 등 고객의 요구에 성실하게 응했다. 상시 인터넷 연결을 유지하고,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해결했다. 때때로 급여 수표가 농장 주소로 배송되면, 직접 사인해서 수수료를 떼고 다른 계좌로 입금해주기도 했다.
'고객'도 채프먼의 서비스에 만족했는지 버지니아의 다른 노트북 농장에서 채프먼의 농장으로 노트북 수십 대를 옮기기도 했다. 북한 해커들은 이런 농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WSJ에 북한이 이런 형태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수억 달러에 이른다고 했다. 북한의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작지 않은 규모다.
FBI는 노트북 농장의 일부 컴퓨터에는 바이러스 백신·방화벽을 우회하는 자체 제작 소프트웨어가 대거 설치돼 있었다며 해커들이 직장의 중요 데이터를 탈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채프먼의 농장은 결국 꼬리가 밟혔다. 2023년 10월 27일 FBI 수사관들이 결국 현장에 들이닥쳤다. 당시 농장엔 북한 해커들의 노트북 90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채프먼은 지난 2월 재판에서 금융사기, 신원 도용, 자금세탁 등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농장 운영으로 채프먼이 벌어들인 돈이 17만7000달러(약 2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익이 끊긴 채프먼은 2024년 8월 애리조나 피닉스의 노숙자 쉼터로 거처를 옮겼다. 채프먼의 선고공판은 7월 16일 열린다. 최대 9년 형이 가능하다고 WSJ는 전망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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