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배신일까 결단일까…‘이재명의 민주당’과 완전한 결별 이끈 세 가지 키워드
“‘윤석열·이재명 동시 퇴진’이 시대정신” 강조…비상계엄에 대해선 비판적 입장
‘내란 동조자·변절자’ 비판에도…“비상계엄보다 견제 없는 李 폭주가 더 문제”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27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공동정부 구성, 제7공화국 출범을 위한 개헌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김문수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집권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핵심 명분이다.
이 상임고문은 2000년에 민주당에 들어와 국회의원 5선에 당 대표, 전남도지사,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까지 지내며 한평생을 민주당에 몸담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극적인 변신을 하게 됐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에서는 그를 정적과 손 잡은 변절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진영에서 그가 내란 세력으로 전락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도 이탈자가 나오며 후폭풍이 상당한 모습이다.
이 고문은 불과 2주 전까지 만해도 국민의힘과의 연대 가능성에 명확히 선을 그어왔다. 그는 지난 5월14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제게 연대를 기대하는 건 실례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대철 헌정회장 등이 거론하던 국민의힘과의 개헌 연대 합류에 관해서도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일에 가담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랬던 그가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이재명의 민주당'과 완전한 결별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의 입장을 바꾸게 했을까.

키워드①: 이재명의 괴물 독재 국가
"민주당에서 의무를 다하며 성장했지만, 괴물 독재 국가의 길까지 동행할 수는 없다."
이 고문은 27일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한 기자회견에서 '괴물 독재 국가'의 출현만은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삼권을 장악하고, 국무총리, 검찰, 경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해 국가 기관의 독립성을 허물어뜨리는 등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폭주를 막기 위해선 정치개혁과 개헌,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를 당장 함께 수행할 적임자로 김문수 후보를 택했다는 것의 이 고문의 설명이다. 정적과 손을 잡는 것이 '괴물 독재 국가'를 방치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읽힌다.
물론 그 역시 국민의힘과의 연대에 대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은 "제게도 선택의 고통이 크지만, 선택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면서 "괴물 독재 국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고 했다.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한 자신의 역할을 찾으며 고심하던 중 김문수 후보를 비공개로 만났고, 공동정부 추진과 제7공화국 개헌 등에 뜻이 일치하다는 점을 확인해 이번 연대가 성사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고문이 김 후보의 선거를 지원하는 일에는 선을 긋는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김 후보가 제게 선거 지원을 요청했지만, 저는 괴물 독재 국가 출현을 저지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일단 이재명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의힘과의 적극적인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한 셈이다.
거센 후폭풍…김대중 재단·文정부 모임, 이낙연 제명 결정
이렇듯 이 고문이 국민의힘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보다는 개헌과 괴물 독재 저지라는 취지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당 안팎의 반발은 거세다. 새미래민주당의 전신인 새로운미래부터 동고동락해 온 이 고문의 후배 동료들도 곧장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새로운미래 창당을 주도했던 신정현 전 새로운미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28일 "오늘의 새미래민주당은 창당 정신에서 너무나 멀어졌다. 윤석열씨의 탄핵을 부정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겠다고 한다"며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친문(親문재인)계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도 이 고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주축인 포럼 '사의재'는 "반헌법적인 12·3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고 이를 옹호하는 세력을 지지하고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입장은 제명 사유"라며 포럼 고문직을 맡고 있던 이 고문을 제명했다고 밝혔다. 김대중 재단 측도 27일 긴급 이사회를 연 뒤 언론 공지를 통해 "이 고문을 김대중 재단 상임고문 직에서 제명하고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재단 이사직에서 제명하는 것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빅텐트 구성이 절실했던 국민의힘은 어떤 방식이든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27일 TV토론에서 "이낙연 전 총리가 괴물 국가, 괴물 독재를 막아야 한다는 굉장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이 고문의 합류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키워드②: '윤석열·이재명 동시 퇴진'이 시대정신
"민주 세력으로부터 온갖 단물 다 빨아먹고 이제는 내란 세력 품에 안겼다."(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는 이 고문을 향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비판의 요지는 비상계엄에 동조한 '내란 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데 있다. 김민석 위원장은 "민주 세력으로부터 온갖 단물 다 빨아먹고 이제는 내란 세력 품에 안긴 변절자들의 연합이자 사쿠라들의 연합이자 네거티브 연합"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이 고문 역시 비상계엄이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심각한 사태라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비상계엄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일거에 무너뜨렸다"며 "국민의힘은 미친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비상계엄을 일부 두둔하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비상계엄을 두고 국민의힘이 민심에 역행하는 입장을 보인 것이 민주당이 지금처럼 폭주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다만 이러한 점을 고려해도 민주당이 '내란 종식'이라는 명분 하에 비상계엄을 독재의 기폭제로 삼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게 이 고문의 입장이다. 오히려 비상계엄은 헌정질서가 제대로 작동한 덕분에 내란 혐의 재판 등으로 신속하게 치유되고 있지만, 민주당이 예고하는 독재국가에선 이런 치유의 가능성마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계엄 때처럼 견제 기능이 살아있느냐 아니면 괴물 독재 국가로서 견제 기능이 죽느냐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윤석열·이재명 동시 퇴진'이라는 메시지에 일단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국민의힘과 새미래민주당은 합의문을 통해 "지난 3년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사이에 발생한 정치적 내전은 12·3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초래했고,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 됐다"며 "윤 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의 동반 청산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키워드③: '민주당 DNA'로 보수 혁신?
이 고문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이념이나 정책 노선에서 여전히 민주당 DNA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력이 국민의힘과 새미래민주당의 지속적인 연대인지에 대해서도 "당이 판단할 일이고,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이 고문이 민주당과 완전한 결별을 했다고 보는 것과 달리, 대선 이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념과 정책 노선에서 여전히 '민주당 DNA'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도 국민의힘을 대선에서 지지하는 엇갈리는 입장에 이 고문이 대선 이후 정치적 활로를 이러한 스탠스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협력의 근본적인 이유로 내세운 '괴물 독재' 저지와 개헌은 지지율 2등인 김문수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으면 현실화하기 어렵다. 즉 만약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대선 이후 '민주당 DNA'로 보수를 혁신하겠다는 깃발을 들고 정계개편에 나서려 한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고문의 목표인 개헌을 추진하려면 대통령이 되거나 국회 다수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사실상 김 후보의 지지율은 밀리고 있고 국민의힘 의석은 적다"며 "결국 대선 이후 국민의힘 당권 경쟁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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