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태연&샘스미스, 'I'm Not The Only One' 벌써 1주년

조성진 기자 2025. 5.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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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기술보다 소리 자체의 미니멀에 충실
가창의 고민‧해석‧설계 돋보이는 콜라보
성숙함보다 한발 더 나아간 태연의 원숙미
보컬미학 절정은 드라마틱 고음보다 ‘진득’한 저음
태연의 꽉 찬 진성으로 후렴의 맛 잘 살려
함께 부른 게 아니다보니 보컬마이크 EQ 달라
한 호흡 맥락으로 부드럽게 오가지 못한 건 아쉬워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태연이 지난 8월 세계적인 R&B 소울 싱어송라이터 샘 스미스와 듀엣으로 부른 'I'm Not The Only One'이 어느덧 발매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최고의 가창력을 주무기로 하는 명인들의 만남인 만큼 음원 발매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태연&샘 스미스의 '아임 낫 디 온리 원'은 태연-샘 스미스-태연-샘 스미스에 이어 함께 가창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곡을 플레이하는 순간 낯섦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영어 원곡에 익숙했던 곡이라 한글 가사로 시작되는 순간 잠깐 익숙하지 않게 들리는 것이다. 마치 명곡인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를 틀면 유명한 기타 인트로에 이어 나오는 "On a dark desert highway / Cool wind in my hair"란 영어 가사가 "어두운 사막 고속도로를 달리니 시원한 바람이 머리에 불고"라는 한글 가사로 노래하는 것과 같은. 그러나 이런 낯섦은 아주 잠깐일 뿐, 빠른 순간 익숙한 분위기로 바뀐다. 태연의 힘이다.

워낙 잘 알려진 곡인 만큼 두아 리파를 비롯해 멜로망스, 폴킴, 정승원, 제시 등 국내외 많은 가수가 커버했다. 알리샤 키스 또한 태연처럼 샘 스미스와 듀엣으로 노래했다.

그간 이 곡을 노래한 여러 가수와 달리 태연은 극히 단아하고 차분한 진행을 보인다. 중후반부터 살짝 기교를 부리는 샘 스미스와는 달리 태연은 시종 조미료(기술)를 넣지 않고 정직한 방식으로 노래한다. 흔한 꺾기나 비브라토조차 최대한 자제하며 소리 자체의 미니멀에 충실하려고 한다. 내 개인적으론 그래서 더 좋았다. 예를 들어 알리샤 키스와 샘 스미스 듀엣만 해도 가창이 화려하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진행인 것이다.

최고 가창력의 태연임에도 이처럼 단아하게 노래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즉 음악이건 영화건 문학이건 미술이건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화려한 기술 대신 안으로 삼키듯 하지만 그 내공은 역시 태연이란 감탄이 나올 만큼 하이엔드 레벨이다. 이번 콜라보 처음부터 끝까지 여실히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연출방식은 드라마 OST를 부르며 다진 태연만의 또 다른 깊이의 감정선을 보유하고 있기에 이런 곡에서 더 빛나는 것일 수도 있다.

많은 화제가 된 콜라보 음원인 만큼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여러 보컬 전문가들의 평을 인터뷰‧정리(가나다 순)해봤다.

"샘 스미스가 이 곡을 처음 들고 나올 때 느낌이 너무 좋았다. 모두가 지르던 시대에 지르지 않고 살짝 숨기며 가는 듯한 창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원곡은 편곡 자체도 미니멀하고 심플한 반복 구성이 특징이다. 알리샤 키스 버전은 너무 끌어올리다 보니 샘 스미스의 원곡과는 다르게 연출됐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알리샤 버전보다 이번 태연 버전을 더 좋게 들었다. 믹싱으로 본다면 알리샤 키스 버전 보컬이 훨씬 잘 살아나 있고 좀 더 자유롭게 부른 느낌이다. 원곡이 워낙 유명해서 처음 들었을 때 한국말이 주는 이질감이 컸다. 그러나 듣다 보니 한국어 느낌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보컬 스타일을 맞춰 부른 것 같고, K팝이 글로벌 영역으로 우똑 선 시대에 각기 다른 서로의 언어로 하나의 노래를 표현한다는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좋은 음악적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한국은 해외보다 좀 가깝게 믹싱하는 편이다. 그런 스타일을 견지한 현지인들이 작업한 것이라 리버브도 많은 느낌이고 따라서 태연만의 특장점을 100% 담아주질 못한 건 2% 아쉬움이다." 김기원(보컬디렉터, 정화예대 실용음악 교수)

"태연이 첫 소절을 내뱉을 때, 영어가 아닌 한국어 번역의 이질감이나 샘 스미스의 목소리가 아닌 태연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첫 소절이 흐르고 두번째 소절이 시작하며 벌써 태연의 말하듯 노래하는 집중력과 감정선에 빠지게 된다. 두 번째 벌스에서 리듬을 살며시 레이백하며 감정 몰입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 스토리의 주인공 심정을 돋보이게 한다. 후렴부 가성처리 후 바로 쏟아내는 "I'm Crazy~"부분으로 곡이 한층 무르익으며 원곡처럼 따라부를 수 있게 된다.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그 후에 샘 스미스가 2절을 넘겨받으며 노래가 무르익어 가면서 이 곡의 도입부에서 태연의 배려를 한층 느낄 수 있었다. 샘 스미스가 절정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본인의 가창을 절제해 곡 해석을 한 부분, 그로 인해 샘 스미스를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몫을 남겨 놓았다. 브릿지 부분에선 샘 스미스가 태연에게 왜 이 곡을 제안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태연의 에너지와 톤이 본인과 잘 어우러질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태연과 샘 스미스가 만나 함께 노래한 게 아니다 보니 태연과 샘 스미스의 보컬 마이크 EQ가 달라서 같이 한 호흡의 맥락으로 부드럽게 오가는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 들으면 강렬히 좋은 기억으로 기억될 만큼 가창에 대한 고민과 해석, 계획이 돋보이는 인상적인 콜라보다." 민아영(한양대 실용음악 교수)

"이 곡은 독특한 매력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태연은 1절에서 벌스를 한국어로, 후렴은 영어로 노래하며 언어 전환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특히 낮은 음역대의 벌스에선 태연의 저음 톤이 돋보이며, 흉성에서 발현되는 깊이있는 로우 톤과 진성-가성 전환의 능숙함을 통해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다. 이 곡이 태연에겐 낮은 음역대였지만, 이를 자신의 스타일로 잘 소화해내며 보컬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 듀엣은 전반적으로 샘 스미스의 오리지널 버전에 맞춰진 느낌이 강해, 두 아티스트의 조화로운 연결이 부족해 보인다. 듀엣 곡의 묘미는 각자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함께 부를 때 두 보컬리스트가 혼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새로운 시너지를 발산하는 데 있다. 특히 1절에서 2절로 넘어가는 순간, 샘 스미스가 태연의 1절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태연이 자신의 개성과 역량을 잘 살려냈음에도 불구하고, 듀엣곡의 특성인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감정의 클라이맥스는 다소 미흡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서근영(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 실용음악 교수)

"벌스에서 태연의 풍부한 저음에 매료되는 곡으로, 고음 보컬로 유명한 태연이 이런 매력적인 저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영어 곡을 한글 가사로 개사해서 부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보컬스타일을 드러내며, 특히 브릿지 후반에서 후렴에 이르는 샘 스미스와의 듀엣에서 태연의 파워보컬이 클라이막스 부분을 확실히 돋보이게 해준다." 서빛나래(동아방송예대 실용음악 교수)

"성숙함보다 한발 더 나아간 원숙미. 우리가 보컬에서 말하듯 노래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보컬 미학의 절정은 의외로 드라마틱한 고음보다도 '진득'한 저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완된 성대와 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한 느린 호흡은 어떻게 보면 명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크같은 고음을 내는 태연은 그 탄력성을 이용해 첼로같은 질감의 저음까지 우리들에게 선물해 주고 있다. 하나 더 언급하자면 샘 스미스의 키(key)에 불러야 해서 후렴이 비교적 여자에게 낮은 중음역에 부르게 됐지만 태연의 꽉 찬 진성을 잘 활용해서 후렴의 맛을 잘 살린 것도 태연의 독보적인 가창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오한승(동아방송예대 실용음악 보컬주임교수)

"평소 태연보다 확실하게 가라앉은 저음과 정확한 한글 딕션으로 샘 스미스와 방향을 같이 한 게 느껴진다. 중반부와 후반부로 이어지며 태연 특유의 중‧고음으로 감싸안은 하모니가 원곡을 잊게 할 정도로 슬프면서 달다." 윤혜린('사운드 비저블' 뮤직디렉터)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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