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화재'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첫 재판…"시공·시행사 조직적 공모 범죄"
‘부산 반얀트리 화재’ 사건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아 구속기소된 원청시공사 삼정기업과 하청업체 관계자 6명의 첫 재판 절차가 열렸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김병주 부장판사)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정기업 박정오 회장과 삼정이앤시 박상천 대표 등 6명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다.
검찰은 삼정기업과 시행사 루펜티스 컨소시엄의 조직적 공모 범행이라고 전제했다. 당시 삼정기업이 PF 대출 채무 인수와 지체상금 부담 등을 막으려 루펜티스 컨소시엄 측 다수와 공모해 소방감리자를 압박·회유했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관리 시스템 없이 원·하청 안전책임자 모두 현장을 이탈한 채 소방설비가 완공되지도 않은 건물에서 화재 위험이 있는 여러 작업을 관리·감독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강행해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박 회장과 박 대표가 지난해 11, 12월 여러 회에 걸쳐 소방감리자를 회유·압박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화재가 일어난 복합리조트 ‘반얀트리 부산 해운대’의 소방시설이 다 지어지지 않았음에도 허위 소방감리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교사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현장 소방시설 미비 사실도 안전·보건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게 됐다고 했다.
원·하청 현장소장 2명도 소방시설이 미비한 점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혐의를 받는다. 또 하청 대표는 지난해 11월 21일부터 하청 현장소장을 경주의 또 다른 현장에서도 소장을 맡게 하는 등 이중 선임을 하고, 지난해 12월 안전관리자가 퇴사했는데도 새로 선임하지 않고 공백을 방치했다. 하청 배관공은 화재 당시 용접 작업 중 불티가 날아가지 않도록 조처하지 않아 화재 발생 직접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부산경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라며 “다른 중처법 사건처럼 단순 주의 의무 위반이 아닌 피고들의 공동 과실로 발생한 인재”라고 덧붙였다.
피고인 측은 일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소사실 전반을 부인했다. 먼저 박 회장 측 변호인은 “허위 소방감리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것은 지난해 11월 말쯤이며, 감리보고서 작성자는 다음 달 11일쯤 시행사에게 1억 원을 지급받겠다는 약속을 받고 실제 3000만 원을 받아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감리가 그에게 뇌물을 요구하며 보고서 작성을 거부했고, 이에 다소 흥분해 항의한 사실이 있을 뿐 허위 보고서를 교사하지는 않았단 거다.
박 회장 측 변호인은 또 사고가 하청이 보고 없이 무단으로 작업을 벌이다 생긴 것인 데다, 해당 공사의 실제 경영책임자는 박 대표이며 박 회장은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라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와 원청 현장소장 역시 하청의 무단 작업으로 사고가 일어나 자신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안전조치 이행 또한 하청 현장소장에게 위임한 상태였다고 변론했다. 반면 하청업체 측은 “무단 작업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특히 소방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피해자들의 사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하청업체 측은 “아르곤 용접은 불티가 잘 발생하지 않는 데다, 불이 붙었다는 단열재 또한 원래 불이 잘 나지 않는 재질이다”며 “현장 다른 곳에서 전기 용접 등으로 건물 전체에 전류가 흘러 불이 났거나 담배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배제하면 안 된다”고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정식 공판기일이 진행된 이후 화재 장소의 현장 검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얀트리 부산 해운대’에서는 현재 구조안전진단을 위한 외장재 철거 작업 등이 진행 중인 상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