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방송 독립’ 외칠 때…김문수 나홀로 ‘언론노조 오염 타파’ [정책 다이브]
대선후보 미디어 공약 따져보니


윤석열 정부 임기 3년 내내 방송·미디어 분야에선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 공공성’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이동관·김홍일·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앞세워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려 했고,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좌초를 거듭했다.
이번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3법 재추진 등을 방송·미디어 분야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말할 때, 나홀로 ‘언론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에 의해 오염된 방송의 질적 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주요 세 후보 입모아 ‘방송3법 찬성’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28일 정책 공약집을 내고 ‘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공적 책무 이행으로 국민의 방송 실현’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과 역할 명확화’, ‘방송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 등이 세부 공약으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교육방송(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수를 13~15인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국회와 학계, 각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및 종사자 대표한테 배분하는 내용의 방송3법 초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지금껏 공영방송 이사는 여야가 법적 근거 없이 여야가 7대 4 혹은 6대 3 구도로 나눠 가졌는데, 국회와 여당 몫을 줄이고 나머지를 외부에 개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의 방송3법 재추진과 관련해서는 집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전향적 법안을 추진한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일부 우려도 공존한다. 지난 21대, 22대 국회를 통과한 방송3법에서는 정치권이 인사권을 통해 공영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하려고 국회 추천 몫을 21명 중 5명으로 비중을 확 줄였던 반면, 이번 재추진안에선 국회 몫이 절반 가까이 늘어난 탓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릴레이정책의 1번으로 ‘방송의 선진화’를 내세웠다. 구체적 공약은 ‘방송법 개정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 보호’와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임명동의제 시행’, ‘정권 낙하산 및 보도 기능의 정치 편향성 방지’ 등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이 후보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방송3법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특별부담금 성격인 ‘티브이 수신료 폐지’와 함께 ‘한국방송과 교육방송에 대한 적극적인 조세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외려 정부가 예산권을 지렛대 삼아 공영방송에 정치적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 보호’ 공약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지난 21일 언론노조와 맺은 21대 대선 미디어 정책협약의 형태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송3법 신속 개정’과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 언론 정상화’, ‘신문 편집의 독립성 확보와 정부 광고 집행 정상화’, ‘미디어 노동시장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언론개혁 과제의 실천을 약속했다.
김문수, 윤석열의 ‘언론노조 혐오’ 되풀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다른 세 후보가 방송3법 처리 등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한 것과 달리, ‘미디어 개혁’ 분야 실천 공약에서 언론노조에 대해 적대적·비판적 태도를 거듭 드러냈다.
특히 김 후보는 ‘오염된 방송의 질적 변화 개선’ 항목에서 “민주노총 언론노조에 의해 오염된 조직 구조와 보도 행태의 질적 변화 추구”와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경영권·인사개입·편성권 관여 금지”, “언론노조 미가입 직원 보호 시스템 마련” 등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주요 부서 책임자 임명 시 임명동의제 폐지” 등 각 방송사 노사가 단체협약을 통해 마련한 공정방송 보장 장치를 해체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28일 김 후보의 ‘언론노조에 의해 오염된 방송’ 표현과 관련해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언론사 구성원의 상당수가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김 후보의 발언은 사실상 언론 전체를 악마화하는 발언”이라며 “내란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전체 언론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이런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과거 20대 대선을 앞두고 언론노조를 겨냥해 “(민주당이) 강성노조 전위대를 세워서 갖은 못된 짓을 하는데 그 첨병 중의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며 “정치개혁에 앞서 (언론노조를)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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