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젓가락` 파문… 실언인가? 계산된 발언인가?
존재감 부각 효과보다 잃을 게 더 클 듯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3차 대선 TV 토론회에서 꺼냈던 '젓가락 발언'이 정치권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사태 진화를 위해 "보면서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심심한 사과 드린다"고 말했지만 그의 발언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28일 서울 여의도공원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날 3차 대선 TV 토론에서의 자신의 발언에 대해 "보면서 불편한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성의식을 묻는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아들이 과거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 글을 언급해 토론회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이준석 후보는 사과하면서도 "제 입장에선 그런 언행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의 발언 중 문제가 됐던 부분은 이재명 후보의 아들 논란을 에둘러 겨냥하며 권영국 후보에게 민주노동당의 성의식을 물은 대목이다. 이준석 후보는 "민노당 기준으로, 만약 어떤 사람이 '여성의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 혐오에 해당하나"라고 질문했다. 권 후보가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준석 후보는 "민주노동당은 기준이 없느냐"고 되물었고 권 후보는 "묻는 취지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준석 후보의 이날 젓가락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계산된 발언'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무엇보다 이준석 후보는 이 논쟁을 하기 전에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는 과거 형수에게 욕설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트위터에서 했던 발언('화장실에 가서 대변기에 머리를 넣으세요', '이분은 간질이 있나 본데 정신병원에 보내세요', '수준 낮은 일베만 보면 수 준낮은 짝짝이 눈에 정신지체가 될 수 있다')도 그대로 읊었다.
이번 발언도 철저하게 TV 토론회에 맞춰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준석 후보는 이날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지난 2021년에 이재명 측이 문제가 된 아이디 중 하나에 대해 인정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안다"면서 "추가 언론 취재 등을 통해 해당 아이디와 문제가 된 아이디가 동일 아이디라고 쓰인 것을 확인하고 발언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이준석 후보가 예상한 방향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는 이날 "이준석 후보가 전날 3차 TV 토론에서 질문을 빙자해 여성 신체를 언급하며 여성과 온 국민을 모욕했다"며 사과 및 사퇴를 촉구했으나, 이준석 후보는 "후보자와 후보자 가족의 도덕성을 검증해야 하는 게 분명한데, 구체적인 사례보다 상황을 가정해서 양당의 입장을 물어본 것에 두 후보가 모두 답변을 꺼렸다. 진보진영의 혐오논쟁에 대한 위선적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을 든 사람을 혐오로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간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존재감을 부각하고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과는 달리 이번 TV토론에서는 잃은 것이 많았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결국 보수층 유권자보다 이재명 후보의 도덕성에 실망한 진보·중도층 유권자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유권자 입장에서는 TV토론회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와 똑같은 품격 없는 행동을 한 셈으로 비치기 쉽다는 것이다.
정치적 미래를 볼 때 이준석 후보가 입을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런 언사가 지도자급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반 국민도 역치가 낮아져서 계속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는데, 이준석 후보 자신도 이 기준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찬조연설을 했으나 최근 개혁신당에 입당한 김슬기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는 "민주당에도 도덕적 기준이 높은 사람이 많다. 민주당에 잔류할 수 없다고 여기지만 국민의힘에게는 표를 못 주겠는 상태인 사람들"이라며 "그래서 이준석 후보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서 넘어오는 지지층이 많은 것인데, 이준석 후보의 해당 발언으로 그럴 요인이 상당히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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