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암 유발’ 과불화화합물은 강 건너 불? [유레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2차 스톡홀름 협약 당사국총회는 한국이 협약상 규제 대상 물질인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을 거품 형태의 포소화약제에 4년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 총회에서 규제에 대한 ‘특정 면제’ 기간 연장을 신청한 것은 180개가 넘는 협약 당사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다. 환경부가 산업계의 요청에 따라 규제 적용 면제를 얻어낸 물질은 협약이 2009년부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기 시작한 과불화화합물(PFAS)의 일종이다.
프라이팬 코팅제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과불화화합물은 열에 강하고 오염물질을 잘 튕겨내는 특성을 지녀 조리도구 외에도 의류, 포장재, 화장품, 소방용품 등 다양한 용도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별명처럼, 한번 만들어지면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니 지구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 고래에서부터 북극곰, 각종 조류, 플랑크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물에게서 검출되고 있다. 음식 섭취나 접촉, 호흡을 통해 인간의 몸에 들어와 축적되는 과불화화합물이 암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로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이런 위험에 대응해 선진국들에선 산업계의 반발에도 적극 규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1만종이 넘는 과불화화합물의 전면적 사용 제한을 추진 중이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먹는물의 과불화옥탄산과 과불화옥탄술폰산 기준을 리터당 70ng(나노그램·10억분의 1그램)에서 4ng으로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한국은 두 물질에 대해 나 홀로 규제 면제를 신청한 사실로도 드러나듯 무척 느긋하다. 일부 정수장에서 미국의 최신 기준을 초과하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돼도 환경부는 여전히 2018년 미국 기준을 그대로 따른 수질감시기준을 유지하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한국의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규제를 적극 강화하고 있는 선진국들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국민 6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제5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2021~2023)와 미국의 2017~2018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2017~2018) 결과를 보면, 한국의 성인 혈액 속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미국에 비해 최소 2.5배(PFOS), 최대 4.8배(PFOA)나 높다. 한국이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란 얘기다.
김정수 편집부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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