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삼매당(三梅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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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라는 식물은 우아하여 속되지 아니하고 깨끗하여 더럽지 아니하며 보기에 모양은 괴이하고 향기는 더없이 그윽하여 식물 중에서도 고귀한 품종에 속한다. 그래서 이미 작고한 평양군의 박공 계립이 이어 회남 가양리에 좋은 위치를 골라 집을 지어 놓고 친히 뜰에다 매화 세 그루를 심어 놓았다. 박공의 손자 첨추(僉樞)를 지낸 만선은 나의 선조 우암 선생의 학생이다. 그는 선조가 남겨 놓은 매화를 가꾸고 옛집을 수리하여 가문을 계승하였으며 후대의 본보기로 살아가다가 삼매당에서 세상을 떴다." 이 글은 송달수의 삼매당 제영서(序)이다.
박계립이 호를 삼매당이라 한 것은 이곳 삼매당에 매화 세 그루를 심었다 해서 연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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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립의 손자 박만선은 우암 송시열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한 인연이 있어 우암은 '삼매당'이라는 편액과 '삼매당 팔경'을 지어 보내기도 하였다. 삼매당에서 본 소제호 주변의 팔경은 계악숙운(鷄岳宿雲)-비 온 후 계족산에 쉬고 있는 구름, 용산낙조(龍山落照)-해거름 무렵 계룡산의 저녁노을, 소호채연(蘇湖採蓮)-개나리(소제호)방죽의 연 캐는 풍경, 명평삽앙(椧坪揷秧)-홈통 골 들판의 모내기 모습, 석촌취연(石村炊煙)-석촌(성남동)마을의 밥 짓는 연기, 갑천어화(甲川漁火)-멀리 갑천에 횃불로 물고기 잡는 모습, 화암효종(花菴曉鐘)-화암에서 울리는 새벽 종소리, 금암만적(琴岩晩笛)-늦은 밤 금암에서 들려오는 피리소리로 전통시대 소제호에서 바라본 지역의 경관을 유추할 수 있는 팔경 시이다. '삼매당 팔경'으로 당시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소제호 주변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이 팔경 시에 의하면 삼매당의 위치는 현재 소제산의 대성여자고등학교 둔덕을 따라 대동천 가제교로 이어지는 인근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소제호에 접하여 우암의 기국정과 마주 바라볼 수 있으며 삼매당 팔경의 경관이 조망되는 곳이다.
전통 시대를 거쳐 삼매당이 있었던 소제호 부근은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지역경관을 대표하는 장소였다. 그러나 현재 가양동으로 옮겨진 삼매당이 처한 환경은 우암이 찬한 팔경이 무색할 지경이다. 굳게 닫힌 문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하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모습은 처참하다. 지금 삼매당이 있는 곳은 주택가와 산기슭에 묻혀 있어 주변과 단절된 곳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대전의 근대도시 형성 과정에서 왜곡된 전통 시대 지역의 정신적 상징이었던 공간의 상징물들은 이제 전통 공간의 정체성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복원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전의 근대도시 형성 과정에서 사라지고 왜곡된 지역의 역사를 도외시 해서는 안된다. 새로이 조성될 소제동의 공원에서는 근대공원의 편의시설이나 명분도 없는 새로운 건축물들이 세월질 것이 아니라 기국정, 삼매당이 원래 자리를 찾아 복원 이전되어 그동안 균열 된 문화정체성의 정립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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