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지워져 뿌리 없이 떠다니는 무연고자"… 고선웅표 연극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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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났다면 사람으로 살다가 사람처럼 죽어야 한다. 유령이 돼 헤매고 다닐 일이 아니다."
스타 극작가 겸 연출가인 고선웅(57) 서울시극단 단장이 2018년 무연고자들의 삶을 추적한 일간지 기사를 읽고 마음에 품게 된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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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기술' 이후 14년 만의 창작극

"사람으로 났다면 사람으로 살다가 사람처럼 죽어야 한다. 유령이 돼 헤매고 다닐 일이 아니다."
스타 극작가 겸 연출가인 고선웅(57) 서울시극단 단장이 2018년 무연고자들의 삶을 추적한 일간지 기사를 읽고 마음에 품게 된 화두다. 불행하게 살다가 무관심 속에 사회에서 지워진 무연고자들의 인생 전체가 뿌리 없이 둥둥 떠다니는 유령처럼 느껴져 가슴이 아팠다. 30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서울시극단 신작 '유령'의 출발점이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고 싶었던 고 단장의 바람이 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결실을 맺었다.

헨리크 입센의 동명 희곡도 있지만 이번 공연은 수년간 각색 작품을 다수 선보였던 고 단장의 14년 만의 창작극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고 단장은 "각색할 때와의 차이라면 창작을 할 때는 오래 마음에 두고 틈날 때마다 생각했던 이야기를 꼭 해야 한다는 나름의 소명 의식이 있다"며 "14년 전 쓴 '늙어가는 기술'을 통해 고령화 사회에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자 한 것처럼 이번에도 무연고자 문제를 관객이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각색·연출한 '퉁소소리'로 최근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작품상을 받은 고 단장은 연극의 가치와 위상에 대한 고민을 자주 토로하곤 한다. '유령'에는 그의 그런 고민이 묻어난다. 극중극 형식으로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과 '존재', '정체성'을 질문한다.

연극과 현실 오가는 '극중극' 형식

연극은 분장실과 시신 안치실, 공연이 벌어지는 무대라는 세 공간이 맞물려 돌아간다. 극장에 모인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극 중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친 배명순은 정순임이란 이름으로 새 삶을 시작한다. 찜질방과 식당을 떠돌던 배명순은 병을 얻고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 이후 배명순은 유령이 돼 무대로 돌아오고, 자신처럼 지워지고 잊힌 이들과 함께 세상이 외면한 현실을 하나씩 꺼내 보인다. 무거운 주제지만 과장된 독특한 무대어법을 구사해 온 고 단장 특유의 소동극으로 펼쳐 보인다. 고 단장은 '세상은 무대, 인간은 한낱 배우'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언급하며 "작품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쇳말"이라고 했다. "인간이 그저 세상에 던져졌다고 보기도 하지만 인간은 세상을 선택해서 온 것이고, 자신의 역할을 선택해 그 역할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하, 신현종, 강신구, 김신기, 전유경, 홍의준, 이승우가 출연한다. '오징어 게임', '슬기로운 의사생활', '럭키, 아파트' 등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지하가 배명순을 연기한다.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이지하는 "연극은 존재하는 순간 사라지고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게 연극의 힘이고 무대가 세상이 되며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라며 "'유령'은 나 자신의 과거와 미래, 삶과 죽음을 반추하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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