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이틀 앞둔 '소주전쟁', 감독 삭제 확정…"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길"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5. 5. 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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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영화 '소주전쟁'의 두 주연배우 이제훈(왼쪽)과 유해진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스타뉴스 DB

유해진, 이제훈 주연의 영화 '소주전쟁'을 둘러싸고 제작사와 전 연출자 사이에 벌어진 '감독직 해촉' 분쟁에서 법원이 제작사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소주전쟁'은 감독 크레디트가 빈 상태로 개봉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7일 '소주전쟁'의 최윤진 전 감독이 제작사 더램프를 상대로 제기한 '감독 계약 해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더램프가 지난해 영화 제작 도중 최 전 감독을 해촉한 조치가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사건은 연출 계약 당시 최윤진 전 감독이 단독 작가로 표기된 시나리오를 제출했지만, 이후 해당 각본이 신인 작가 박현우의 기존 작품과 유사하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더램프는 감정을 통해 박 작가를 원작자이자 제1각본가로 인정했고, 최 전 감독을 제2각본가로 정리하면서 감독직도 함께 박탈했다. 대신 하차 직전까지의 촬영 기여도를 감안해 '현장 연출'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줬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편집본은 해촉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완성된 것으로 보이고, 해지 통지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각본 크레디트에 박현우가 표기되지 않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박 작가의 저작인격권 역시 인정했다.

'소주전쟁' 포스터 / 사진=㈜쇼박스

더램프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 감독이라는 직책이 타인의 창작물을 바탕으로 부여됐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최윤진 전 감독은 자신의 시나리오라는 명분으로 첫 연출 계약을 따냈지만 해당 시나리오가 실제로는 박현우 작가의 작품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감독으로서 책임과 신뢰가 훼손됐고, 이에 따라 제작사는 계약 해지라는 조처를 했다.

더램프는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다른 이의 노고를 빼앗아 얻을 수 있는 명예 또는 다른 이의 노고를 짓밟을 수 있는 권력으로 이용될 수 없다"며 "당사는 신인 작가의 정당한 권리보호, 윤리경영, 영화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 수호라는 원칙하에 감독 해촉 등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더램프는 이번 사건 외에도 이달 초 최윤진 전 감독이 단독 작가라고 주장한 또 다른 영화 시나리오 '심해'에 대해서도 법원이 다른 신인 작가의 원작자 지위를 인정한 것을 언급했다. 또한 최 전 감독이 더램프 임원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도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특히 더램프는 "'소주전쟁'을 많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소주전쟁'의 빈 감독 타이틀이, 감독이라는 그 직책이 얼마나 숭고하고 소중하며 또한 참여자들 모두를 아우르고 보호해야 하는 무겁고 중요한 직책인가 하는 점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온 '소주전쟁'이 치른 홍역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부탁했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계약 해지의 문제가 아닌 영화계 전반에 걸친 권력 구조와 저작권 인식의 결핍에 대한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낸다. 특히 신진 창작자의 권리 보호 부재, 공정한 크레디트 표기의 기준은 아직까지도 명확한 산업적 합의 없이 관행과 관성에 따라 좌우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번 판결은 제작사가 신인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고 윤리적 판단을 우선시한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으나, 반대로 업계의 불투명한 창작 시스템을 여실히 드러낸 계기이기도 해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한편,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틀 후인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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