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핫이슈 거북섬, 그래서 누구 책임이라고? [정책 다이브]

이정하 기자 2025. 5. 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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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거북섬 일대 해양레저복합단지 내 웨이브파크 전경. 시흥시 제공

시화호 조성으로 생긴 간석지 위에 만든 인공섬인 ‘시흥 거북섬’이 6·3대선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거북섬 ‘웨이브파크 유치’ 발언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거북섬 공실’ 공세로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공실률 90%’에 육박하는 거북섬의 현실을 두고 ‘대선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모양새다. 거북섬 상인들은 국가주도 사업인데도, 정작 부실한 수요예측으로 인한 정책 실패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해법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시화호 개발로 탄생한 거북섬…장기 프로젝트 국책사업

경기도 시흥시 거북섬이 있는 해양레저복합단지 전경. 시흥시 제공

거북섬은 1994년 시화방조제 완공 이후 한국수자원공사 주도로 탄생한 인공섬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지사였던 2007년, 시화호 북쪽에 첨담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국책사업인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면적 924만㎡) 조성공사가 시작됐고, 2013년부터 시흥시가 시화엠티브 내 거북섬에 요트마리나 항만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시절, 남경필 경기지사 때인 2015년 7월 거북섬이 마리나항만 예정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해양레저 복합단지 개발로 본격 추진됐다. 남 지사는 2017년 10월 수자원공사, 시흥시와 시화엠티브 문화공원 일대 33만㎡를 해양레저스포츠단지로 특화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지금의 거북섬 일대 개발계획이 이때부터 밑그림이 그려졌다. 해양레저시설과 마리나, 관상어유통단지(아쿠아펫랜드), 관상어테마공원, 해양생태과학관 조성, 생활형 숙박시설까지 집약된 휴양지로 개발이 목표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지사로 취임한 뒤 2018년 11월 수자원공사와 시흥시가 추진한 거북섬 해양레저복합단지의 핵심시설인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를 거북섬에 유치했다. 민간 투자업체인 대원플러스건설이 세계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 등 시설과 땅을 시흥시에 기부채납하고, 20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개발이 성사됐다. 웨이브파크는 2020년 개장했다.

거북섬 90% 육박 상가 공실은 누구 책임?

웨이브파크는 거북섬을 중심으로 한 해양레저복합단지의 핵심이지만, 일부 관광시설일 뿐이다. 문제는 해양레저복합단지 내 상권은 활성화에 실패하며 유령섬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단지 내 들어선 상가점포 3253곳 가운데 입점한 점포는 약 1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 신고하지 않고 장기간 문을 닫은 점포까지 포함하면 공실률이 90%에 육박하는 수치다. 상가 개점 시기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상황과 겹쳐 장기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관광 수요를 높일 관련 시설 조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상가 공실 문제는 더 악화했다. 웨이브파크를 제외한 마리나시설, 사계절 운영 키즈파크, 대관람차, 문화공원 등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들이 줄줄이 지연되거나 무산됐기 때문이다.

상가 공실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결국 국책사업의 주체이자 개발계획을 수립한 수자원공사와 시흥시는 높은 공실률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상인들은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상업시설 위주의 계획을 세워 공급이 과잉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관광 수요를 기반으로 상업시설 계획이 수립됐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요 예측 결과를 공개한 적도 없다. 대중교통과 해상교통 등 접근성이 떨어지고, 관광객에게 초점을 맞춰 개발하면서 주변 유동인구도 제한적이다.

정치권의 공방에 수자원공사와 시흥시는 한발 물러서 있는 형국이지만,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시흥시는 지난해 3월부터 ‘거북섬 활성화 전담팀’(TF)을 구성해 침체된 거북섬 관광 문제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참다못한 거북섬 일대 상가 수분양자 수백명이 분양대행사를 허위과대 광고(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정다툼도 이어지고 있다.

공실이 90%에 육박하는 시흥 거북섬 일대 상가에 복합쇼핑몰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정하 기자

대선 정국 ‘뜨거운 감자’…해법 찾는데 전화위복 될까

대선 정국에서 거북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해법 제시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시흥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정복·조정식 국회의원이 움직였다. 이들은 지난 27일 거북섬 발전위원회와 상가번영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흥시 거북섬 현안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상인들은 이 자리에서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거북섬의 참담한 현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활성화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날 민주당 시도의원 13명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침체한 거북섬 상권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재명 후보에게 △안산~시흥(오이도IC) 구간 조속 착공과 개통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사업 적극 지원 △거북섬 일대 상권 앵커시설인 웨이브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행정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준석 후보는 거북섬 공실 문제 해법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전날 ‘제2의 거북섬 웨이브파크를 예방한다’며 새도시 공실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새도시 개발 때 상업용지 비율을 현행 20%에서 10% 안팎으로 줄여 과잉 공급을 막고, 생계형 투자자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북섬을 포함해 전국 관광지 주변의 상가 공실률 해소 방안이 아닌 새도시 중심의 개발계획에 맞춰진 공약이었다. 국민의힘도 전날 ‘이재명 경기지사 거북섬 비리 특별위원회’(특위)를 출범하고 위원장으로 김은혜 의원을 위촉하는 등 해법 제시보다는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민주당은 웨이브파크 유치 발언을 두고 ‘실패한 정책을 치적 홍보한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후보를 고발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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