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여성 노린 범죄?…의왕 '위계 촉탁살인' 미스터리
'우울증 갤러리' 사건과 닮은 꼴…경찰 "범행 의도 집중 수사"
(의왕=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채팅 앱을 통해 우울증이 있는 20대 여성을 자기 집으로 부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에 관여한 20대 남성이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숨진 여성이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20대 남성 A씨가 깊이 개입돼 있을 거라고 판단해 해당 혐의를 적용했다.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은 말 그대로 속임수 등에 의해 자살을 결심하게 하거나 실행을 촉탁하게 했을 때 적용하는 혐의다.
자살을 시도하려 한 여성이 범죄에 노출되는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이달 초 인천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 '우울증 갤러리'에서 알게 된 10대 여학생들을 성폭행한 20대 남성 2명이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우울증·조울증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8/yonhap/20250528151944588iqzp.jpg)
우울증 여성 자살 관여한 20대 긴급체포
경기 의왕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혐의로 A씨를 지난 27일 긴급체포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최근 채팅 앱을 통해 20대 여성 B씨를 알게 됐다. A씨가 올린 게시물을 본 B씨가 A씨에게 연락을 취해왔고, 이들은 의왕시 소재 A씨의 오피스텔에서 며칠 함께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B씨는 지난 27일 오후 9시께 출동한 경찰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의심스러운 도구 등과 함께 B씨가 가족에게 남긴 편지 형태의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B씨는 과거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 "술을 마시고 자고 있었는데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B씨가 숨져 있었다"며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현장에는 A씨와 함께 10대 C양도 있었다. 경찰은 실종 신고가 접수된 C양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통신 수사를 벌이던 중 C양이 A씨의 오피스텔에 있는 사실을 확인해 현장을 방문한 상황이었다.
C양은 B씨와 마찬가지로 채팅 앱을 통해 A씨를 알게 돼 B씨가 숨진 이후인 같은 날 오후 A씨의 오피스텔로 왔으며,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6시간여를 머물렀다.
B씨의 시신은 복층 구조의 오피스텔 위층에 있어 C양이 시신을 목격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C양이 다른 범죄 피해를 본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피스텔 안에서는 B씨 것뿐 아니라 A씨의 유서도 발견됐다.
![경기 의왕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8/yonhap/20250528151944759umfb.jpg)
살인죄와 법정형량 동일한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죄는 형법 제253조에 명시된 혐의로 위계 또는 위력으로 자살을 촉탁 또는 승낙하게 하거나 결의하게 했을 때 적용된다.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살인죄와 동일하다.
위계는 목적 및 수단을 상대에게 알리지 않음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을 말하며, 기만뿐 아니라 유혹도 포함된다.
죄의 성립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속임수 등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조정했느냐의 여부다. 상대를 속여 자살을 결심하게 하거나 촉탁하게 해 실행으로 이어졌을 경우 살인죄와 동일한 행위로 보는 것이다.
단순히 상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살해한 행위는 형법 제252조 촉탁살인죄에 해당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이번 사건에서 A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A씨가 위계로 촉탁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정황은 다수 존재한다.
A씨는 채팅 앱을 통해 대상자를 물색한 뒤 B씨를 집으로 불렀다. 며칠을 머무른 뒤 유서도 함께 썼지만, A씨도 함께 실행한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A씨는 B씨가 숨진 이후에도 C양을 집에 들인 뒤 함께 머물렀다. A씨가 B씨가 숨진 이후 재차 C양에게 연락해 집으로 불렀는지, 그 이전에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아직 조사되지 않았다.
A씨가 B씨 사망 사실을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C양에 대한 실종 신고에 따라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면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우울증갤러리 (CG) [연합뉴스TV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8/yonhap/20250528151944955mktk.jpg)
과거 우울증 갤러리 사건 연상…"조사 필요"
이번 사건은 과거 '우울증 갤러리'를 매개로 한 사건들을 연상시킨다.
해당 사건은 2023년 4월 우울증을 앓던 10대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을 SNS로 생중계한 사건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해당 여학생은 우울증 갤러리를 매개로 형성된 가출팸에 속해 심리적 지배를 받으며 성 착취, 마약 투약 등 각종 범죄에 노출돼 온 것으로 조사됐다. 가출팸을 운영하며 피해자를 감금하고 성 착취한 주범들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13세 아동을 도와주기는커녕 성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며 "피해자가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며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상태임을 알면서도 모텔 숙박료를 대신 내주며 성 매수를 하고 성 착취 영상을 찍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인천에서도 우울증 갤러리에서 알게 된 20대 남성으로부터 10대 여학생이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 20대 남성 3명이 각각 1심에서 징역 7∼8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들은 "비행기 삯을 줄 테니 서울로 오라"고 유인한 뒤 9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피해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성관계 영상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번 사건 피의자 A씨가 다른 범행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숨지는 과정에서 A씨가 보다 능동적인 개입을 했다고 판단해 위계에 의한 촉탁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며 "A씨가 어떤 동기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top@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일가족 5명 살해범 2심도 무기징역…"숨 쉬는 모든 순간 속죄" | 연합뉴스
- 부모 폭행하다 형한테 맞자 가족 모두 살해…30대 무기징역 | 연합뉴스
- '마약 혐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경찰에 체포(종합) | 연합뉴스
- [시간들] 김범석과 유승준, 그대들에게 모국은 '옵션'이 아니다 | 연합뉴스
- 尹 전 대통령 부친 묘지 주변에 철침 박은 70대 2명 석방 | 연합뉴스
- 장애인 야학 교장, 중증 지적장애 자매 성범죄 혐의 송치 | 연합뉴스
- 아내에 약 처방해 준 의사 찾아가 흉기 협박한 40대 체포 | 연합뉴스
- 투자사기 죄책감에 동반자살 시도…홀로 살아남은 50대 중형 | 연합뉴스
- 올해 주식부호 100인 중 1위는 이재용…BTS 멤버도 순위권 | 연합뉴스
- 가수 정동원, 내년 2월 고교 졸업 후 해병대 자원입대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