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무의 복합도시개발, 봉이 김선달도 울고간다

박정환 기자 2025. 5. 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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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ity와 용유·무의 개발
개발 독점권, 민간업자에 올인 
▲ 1999년부터 지금까지 개발광풍이 몰아친 인천시 중구 무의도가 잠진도 사이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됐다. /인천일보DB

2007년 7월 25일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 K-컨소시엄은 인천 중구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8city) 개발을 위한 기본협약을 맺는다. K-컨소시엄의 뒷배로 독일계 호텔그룹이자 개발기업인 캠핀스키가 있었다.

기본협약의 내용은 그야말로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지경이었다.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 개발 독점권을 K-컨소시엄이 틀어쥐었다. K-컨소시엄이나 K-컨소시엄이 인정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말고는 어떤 투자도 인정하지 않기로 쐐기를 박았다.

K-컨소시엄이 개발계획을 제출하면 시와 인천경제청은 중대한 악영향이 없는 한 실시계획승인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는 멍에를 짊어졌다.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승인이 떨어졌을지라도 K-컨소시엄의 사업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사업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대못을 박았다.

황당하고 아찔한 일은 사유재산을 마음대로 흔들어 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가 개발사업 터를 사들이고, SPC가 요구하면 소유권을 넘겨야 한다는 조항도 덧씌웠다.
▲ 대한항공이 중구 을왕동 산 143 일대에 조성한 왕산 마라나 시설

기본협약을 등에 업고 만들어진 것이 2014 아시아경기대회 요트경기장인 왕산마리나였다.

인천시와 ㈜대한항공, ㈜에잇시티 전신인 용유·무의프로젝트매니지먼트(PMC) 등 3자는 2011년 3월 30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구 을왕동 산 143일대 9만9708㎡)에 조성된 왕산 마리나 건설사업은 8city 사업부지 안에서 이뤄지는 단위개발 사업이었다.

시는 총사업비 1500억원이 드는 요트경기장 건설을 위한 공유수면(9만6604㎡)을 매립하는 데 행정과 재정(국시비 167억800만 원) 지원을 했다. 대한항공이 요트장 건설을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 왕산레저개발이 요구할 경우 매립부지를 조성원가나 그 이하 가격으로 넘겨주기로 약정도 했다.

매립할 돌과 흙이 없자 시와 인천경제청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소유인 을왕산 일대(68만1천990㎡)를 깎아 토석 199만4천302㎡를 제공하는 특혜도 아끼지 않았다. 인천경제청과 민간개발사업자 아이퍼스힐㈜이 영상콘텐츠 개발 단지(80만7천733㎡)를 조성하겠다며 2018년부터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

대한항공은 대신 15억 원을 넣고 ㈜에잇시티의 주주사로 끼어들었다. ㈜에잇시티의 자본금은 대한항공 이외에 K컨소시엄(23억 원)·대우건설(15억 원)·C&S자산관리㈜(10억 원) 등이 출자한 63억이었다.
▲ 2011년 3월 30일 송영길 인천시장이 대한항공과 용유무의복합레저단지 PMC와 함께 왕산마리나 조성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기본협약의 존속기간도 8city 개발사업이 살아있는 한 사실상 무제한이었다. 법령이나 기본협약에서 정해진 대로 적법하게 해지되거나 K-컨소시엄(또는 SPC)과 시가 용유·무의 개발사업을 끝내 협약 종료를 문서로 합의될 때까지 계속 유지됐다.

기본협약은 7.03㎢에 그쳤던 개발대상지가 24.4㎢로 늘어나는 단초로 작동했다. 종전 계획에 없던 아파트 건설(수용 인구 12만 명) 등의 내용을 담은 개발계획 변경으로 이끌었다.

8city 개발사업 대상지는 공유수면을 포함해 중구 을왕·덕교·남북동 일대 79.5㎢로 넓혀졌고, 총사업비만 해도 당시 국가 예산에 맞먹을 정도인 317조 원에 이르는 '현실 가능성 없는 매머드급'으로 불어났다.

썩은 윗물에 아랫물은 악취진동 
▲ 317조원을 투입해 용유·무의 앞바다와 육지에 조성키로 했던 에잇시티. /인천일보DB

용유·무의에서 주민과 토지주들을 '봉'으로 만드는 독점적 개발사업은 8city 개발사업 이전에도 있었다.

경기도 옹진군에서 인천시 중구로 편입(1989년 1월 1일)된 지 10년째인 1999년 10월 용유·무의 일부 6.25㎢가 관광단지로 지정됐다. 최기선 인천시 정부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CWKA사와 관광단지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1999년 5월) 뒤였다. CWKA사는 최 전 시장의 대학 동문인 '김철욱'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에이전트였다.

관광단지는 2000년 2월 7.03㎢로 늘어났다. CWKA사가 용유·무의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인천시에 제출하기 2개월 전이었다. CWKA사는 6조2900억원을 투입해 용유도에 드래곤시티와 마린월드, 무의도에 앨리스랜드 등 카지노 호텔과 리조트, 워터파크 등을 2011년까지 건설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냈다.

관광단지 면적 증가의 반사이익은 무의도 서남단의 호룡곡산을 갖고 있던 임광토건에 돌아갔다. 33개 필지 62만6천739㎡가 보전녹지에서 자연녹지로 풀렸다. 그랜드개발㈜가 사업비 1900억 원을 투입해 중구 무의동 산 349-1 일원 123만5613㎡에 휴양레저단지로 꾸밀 '무의LK지구' 자리이다. 당시 개발계획을 한창 준비하던 CWKA사는 서울의 임광토건 건물을 사용했다가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CWKA사의 용유·무의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안상수 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좌초하기 시작했다.

안상수 시 정부는 같은 해 11월 20일 CWKA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지정 1년 4개월 만에 박탈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거나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할 능력이 'CWKA사에는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는 CWKA사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민간이 아닌 공영개발로 용유·무의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CWKA사는 그다음 해 2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를 철회하라'며 시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지만 2년여의 법정 다툼 끝에 지고 말았다.

주민과 토지주는 '호구'
▲ 2009년 3월 2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헌석 청장(왼쪽 네번째)이 용유무의관광단지 성공적인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CM) 설립을 기념하며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용유·무의 주민들은 분노했다. 근 20년 동안 재산권을 묶고 놓고 실현 가능성 없는 거대 개발로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시를 향해 쏟아부었다.

주민 524명은 시와 인천경제청 상대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2008년 6월 시와 주민 간에 맺은 '용유·무의개발 추진 민·관 협약서'의 내용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민·관 협약서는 종합부동산세와 건축행위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시가 책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 불법 건축물 4천여 동으로 주민들이 물어야 하는 이행강제금만 56억 원 정도였다.

시는 단계별 아닌 일괄 보상계획을 세운 뒤 2009년 5월까지 일괄 토지보상(보상비 6조5000억원 추산)을 하기로 약속했다. 주민들은 이 약속을 믿고 땅을 담보로 빚을 내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이곳 주민들이 중구농협과 인천수협, 시중은행 등에서 대출한 금액은 3천억~4천억 원에 달했다.

보상이 미뤄지면서 대출 이자조차 못 내 담보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피해가 속출했다. 담보 대출한 금융권도 대손충당금 등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시와 경제청은 민·관 협약서를 공식 문서로 인정할 수 없는 데다가 그 내용이 관계 법령에 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며 종부세와 이행강제금을 대신 물지 않았다.

새로 출범한 송영길 인천 시정부는 집권 3개월여 만인 2010년 10월 인천경제청은 '용유무의 복합도시 SPC 설립 추진 탄력'이라는 보도 자료를 뜬금없이 내놓았다. 기본협약을 해지한 K-컨소시엄을 사업파트너로 인정했다.
▲ 2011년 5월 송영길 시장단은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등지를 방문해 캠핀스키 호텔 레또 회장을 만나 투자의지를 확인하고 있다./인천일보DB

이듬해인 2011년 5월 송영길 시장단은 4박 5일 동안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등지를 방문해 캠핀스키 호텔 레또 회장을 만나 투자의지를 확인까지 했다. 송 전 시장은 2012년 10월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 '에잇시티(8City)' 건설 마스터플랜 발표장에 나와 국내외 기업에 투자를 독려했다.

에잇시티는 사업시행자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자본금 400억 원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송 시장은 자본금 확보 시한을 2012년 말로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자 2013년 5월 말로 한 차례 연기해줬다가 또다시 6월 말로 미뤘다.

시는 에잇시티가 계속해 자본금 확보에 실패하자 시와 인천경제청은 그해 7월 10일 (주)에잇시티 측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7월 31일까지 자본금 확보에 실패하면 8월 1일 자로 '기본협약이 자동 해지된다'는 내용이었다. 에잇 시티사업은 1일 기본협약 자동 해지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허울뿐인 동북아 최고 관광단지 조성
▲ 2018년 10월 22일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을왕산 아이펄스 힐 개발사업 협약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14년 8월 5일 용유·무의지역 30.2㎢에서 선도사업구역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지정된 8개 사업 구역 3.43㎢를 제외한 전체를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했다.

8개 사업 구역마저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용유노을빛타운(면적 105만1347㎡·사업비 2703억원)은 경제자유구역을 해제한 뒤 인천도시공사(iH)가 독자적으로 근근이 꾸려가고 있다.

왕산레저개발이 추진했던 블루라군복합리조트지구(면적 10만6789㎡·사업비 2190억원)는 실체조차 사라졌다. 이토씨앤디가 개발사업자로 나섰던 무의힐링리조트지구(면적 12만3000㎡·사업비 1135억원)은 사업자의 부도로 없어졌다.
▲ 인천경제청이 용유무의 개발사업 기본협약을 해지한 뒤 내놓은 단위개발 사업지.

그나마 남은 것은 오션뷰지구(면적 12만4530㎡·사업비 2709억원)와 임광토건의 LK지구, 무의쏠레어지구(면적 44만5098㎡·사업비 1조5000억원) 등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오션뷰는 진입도로 개설 문제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끝낸 LK지구는 재해영향평가 협의 단계로 실시계획 승인절차는 올해를 넘겨야 한다. 무의쏠레어는 환경영향평가 초안 협의를 끝으로 본안 협의를 진행하지 않는 등 사업 추진에 소극적이다. 

동북아시아 최고 수준의 관광단지, 용유·무의는 4반세기 넘게 허울로 남아있다.

/박정환 선임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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