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런 뜻이구나'···발달장애인 위해 '쉬운 공약' 사이트 만든 회사

김표향 2025. 5. 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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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전문용어·한자어 등 쉽게 풀이
이재명 김문수 권영국, 쉬운 공약 참여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이 26일 개설한 '쉬운 10대 공약' 웹사이트. 공약 페이지 캡처

‘정치 보복 관행 근절 등 국민통합 추진’(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투자 저해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혁신’(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 및 전담 변호사 배치’(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환경파괴 유발하는 불필요한 토건사업과 난개발 전면 중지’(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주요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들이다. 뜻은 어렴풋하게나마 알겠는데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단박에 머릿속에 들어오진 않는다. 정치 보복, 글로벌 스탠더드, 국가책임제, 토건사업 같은 용어가 일상에서 흔히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고령자, 이주민, 느린 학습자, 어린이 등 문해력이 낮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욱더 난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유권자를 위해 정보의 문턱을 낮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한 사회적 기업이 ‘쉬운 10대 공약’(sosoeasyvote.notion.site) 웹사이트를 26일 개설했다. 전문용어와 한자어, 외래어가 많고 압축적으로 나열된 공약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익숙한 단어들을 이용해 줄글로 풀어냈다. 예컨대 앞에서 소개한 공약은 각각 이렇게 달라졌다.

‘정치적인 생각이 달라도 모든 정당과 국민이 서로 잘 이해하고, 잘 지낼 수 있도록 할게요’ ‘세계가 인정하는 기준에 맞춰 투자를 막는 규제는 고칠게요’ ‘교사가 억울하게 소송당하면, 국가가 소송을 도와줄게요’ ‘쓸데없이 건물, 도로를 짓거나 개발하느라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그만두게 할게요’

쉬운 공약 웹사이트를 만든 곳은 발달장애인 등 정보 약자를 위한 쉬운 책자와 안내문을 제작하는 사회적 기업 소소한소통이다.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는 “후보의 공약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은 후보의 외적인 이미지를 보고 선택하거나 주변의 조언에 의존해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며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공약을 비교하고 투표할 후보를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웹사이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쉬운 10대 공약' 웹사이트의 후보 소개 페이지.

공약 소개 대상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TV토론회 후보로 초청된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다. 각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다뤘다. 소소한소통은 ‘10대 공약’을 “‘대통령이 되면 이것만은 꼭 하겠습니다’라고 국민에게 약속하는 가장 중요한 10가지 공약”이라고 안내한다.

공약은 주제별로 그림을 넣어 구별했다. 줄글로 풀어 쓰는 게 어려운 전문용어는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포괄임금제 금지 등 근로기준법에 명문화’는 ‘포괄임금제는 법으로 금지할게요’라고 설명하면서 ‘포괄임금제’라는 단어에 ‘야근 수당, 주말 수당 등을 미리 월급에 포함하는 방식. 정해진 시간보다 오래 일해도, 추가로 돈을 더 받기 어렵다. 임금은 일을 한 대가로 받는 돈을 말한다’라고 뜻을 덧붙이는 식이다. 공약이 나오게 된 사회적 배경을 알 수 있는 기사를 첨부하고, 공약 실행으로 기대되는 효과도 함께 담았다.

예정에 없던 조기 대선이긴 하지만 공약집 발간이 역대 가장 늦은 탓에 쉬운 공약 웹사이트를 제작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백 대표는 “후보자 인터뷰, 정책 활동, 토론회 발언 등 공약을 이해하는 데 참고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일부 공약은 자료를 끝내 찾지 못해 쉬운 공약임에도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선관위는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제작 방법을 후보들에게 안내하고 있지만, 제작·배포가 의무는 아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이 쉬운 공보물 제작 등을 의무화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했지만 후속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장애인단체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공보물처럼 발달장애인과 정보 약자를 위한 쉬운 공보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사전 투표(29, 30일) 직전인 27, 28일 이재명, 김문수, 권영국 후보는 늦게나마 쉬운 공약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재명, 권영국 후보는 장애인 공약에 집중했고,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을 다뤘다. 하지만 쉬운 공약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거나 큰 방향성만 담아내 세부 정책을 알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대표는 “쉬운 공약은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곧 투표권을 갖게 될 청소년, 정치를 어려워하는 비장애인 유권자의 정치 참여 장벽을 낮추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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