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 감독과 유쾌하게 '하이파이브' 나누는 시간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겼다. 거미에 물리거나 감마선에 노출된 건 아니고, 건강이 좋지 않아 장기를 이식받았더니 건강은 물론 초능력까지 덤으로 딸려온 것. 심장을 이식 받은 태권도 유망주 완서(이재인)는 괴력과 스피드를 얻게 되는데, 그 앞에 폐를 이식 받아 남다른 폐활량을 갖게 된 작가 지망생 지성(안재홍)이 나타난다. 그러면서 말한다. 보통 장기 이식은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각막 등이 가능하다고. 다른 초능력자가 더 있다는 소리다.
'하이파이브'는 '장기 기증, 기적이 되다'라는 구급차의 슬로건이 현실이 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 코믹 액션 활극. 완서와 지성 외에 신장을 이식 받은 프레시 매니저 선녀(라미란), 각막을 이식 받은 '힙스터 백수' 기동(유아인), 간을 이식 받은 고지식한 작업반장 약선(김희원)이 나타난다. 기동은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것만으로 전자기파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고, 약선은 힐러처럼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유일하게 선녀만은 능력자의 표식은 있으나 아직 드러난 특별한 능력이 없는 상태. 좌우지간, 원래 세 명이 모이면 고스톱 치고, 네 명이 모이면 라운딩 가고, 다섯 명이 모이면 히어로 집단을 결성하는 게 '국룰' 아닌가. 심장 이식으로 1년을 유급한 데다 아빠의 과보호로 친구가 없던 완서는 다른 건 모르겠고, 장기로 연결된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기쁘기 그지없다.
히어로 집단이 있다면 그에 맞서는 빌런도 있어야 하는 게 당연지사.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한 다섯 사람과 달리 췌장을 이식 받은 영춘(신구)은 사이비 종교인 새신교의 교주다. 따르는 신도들로 인해 돈과 권력이 있었으나 건강만 없었던 그인데, 장기 이식으로 다른 사람의 젊음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버린 것. 영춘은 능력을 이용해 젊은 자신(박진영)으로 회춘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다른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대격돌이 불가피하다.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고, 생판 모르던 이들이 초능력으로 '우리'가 되고, 그리고 우리와 인류를 괴롭히는 악당을 쳐부수는 것은 히어로물의 기본이다. '하이파이브'는 히어로물의 기본 스토리를 충실히 따르되, 히어로가 된 이들의 보편성과 유쾌한 웃음에 집중했다. 그렇지 않아도 웃음은 실종되고 화만 증폭되는 세상인데, 골 아프게 머리 싸매지 않고 순도 높은 웃음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하이파이브'의 장점.
단, 히어로들이 나온다고 해서 마블의 어벤져스를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세상 심각하게 영화의 장면장면을 요리조리 분해하고 평가하는 시네필의 자세도 내려놓자. 착장해야 하는 마인드는 동심.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캡틴 플랫닛~ 캡틴 플래닛"을 부르던 그때 그 시절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 보면 좋겠다는 소리다. 즉, 동심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세상 유치하고 어이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허들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능력을 다루다 보니 만화 같은 설정은 당연하지만 아예 VFX 기술로 만화 같은 설정의 '끝판왕'을 찍는 것이 '하이파이브'다. 초능력자들을 납치하려는 무리들을 피해 요구르트 전동카트에 몸을 싣고 벌이는 일명 '요구르트 카체이싱'을 보라. 너무 만화 같아서 아예 웃게 되는 장면이다. 지구 멘틀까지 뚫을 기세로 펀치와 발차기를 주고받는 완서와 젊은 영춘의 대결도 유치하지만, 폭력적이란 눈살이 끼어들 틈 없는 시원시원한 유쾌함이 더 돋보이는 게 사실. 액션의 주인공인 완서가 10대 소녀라는 점에서 과장된 VFX 기술은 매우 효과적이다.

코미디의 운율은 액션 신이 아닌 장면에서 더 진하게 느껴진다. 약선을 제외하고 갑자기 생겨난 초능력을 세상 지질하게 쓰는 지성과 기동의 모습이 웃음 지뢰밭. 화려한 네온사인 아니 화려한 조명기기의 점멸과 함께 허세 작렬의 손가락 스냅을 선보이며 등장하는 기동의 모델 워킹도 그렇고, 완서와 함께 리코더를 연주하는 지성의 모습에서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오! 수재너'가 이렇게 웃긴 곡이라니.
이 웃음의 팔할은 연기를 맡은 배우들의 몫이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놔 버리는 연기로 '은퇴밈'을 갱신하는 안재홍은 말할 것도 없다. '족구왕'으로 시작한 안재홍의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는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처럼 되어 버린, 유아인의 존재감도 누군가에겐 거슬릴 수 있겠으나 이 영화에선 더없이 잘 어울린다. 직전 영화 '승부'에서와 달리 유아인 본인의 이미지를 적극 살린 캐릭터라 무척 자연스러워 더욱 웃음을 살리는 포인트가 많다. 라미란의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가 어시스트하고, 영화 '사바하'와 드라마 '라켓소년단'으로 이름을 알린 이재인의 말간 얼굴이 방점을 찍는다. 오정세, 김희원도 제 몫을 한다. 노년의 영춘과 젊은 영춘을 나눠 연기한 신구와 박진영의 호흡도 눈에 띈다. 특히 박진영은 몸 안에 신구를 집어 삼킨 듯한 발성과 톤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과속스캔들' '써니' 등에서 음악과 함께 웃음과 감동을 버무린 장기를 선보인 바 있는 강형철 감독의 작품인 만큼 1970~2000년대의 올드팝들을 적재적소에 삽입해 귀가 즐거운 것도 '하이파이브'의 특징.

코리 하트, 릭 애슬리, 스매싱 펌킨스의 명곡들이 흥을 돋우니 마음껏 즐기고, 마지막 엔딩곡으로 시스터 슬레지의 '위 아 패밀리'까지 야무지게 듣고 나오면 된다.
상영 등급이 15세 관람가란 점은 조금 아쉽다.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도 무척 잘 어울릴 것 같거든. 5월 30일 개봉하는데, 같은 날 '소주전쟁'이 개봉하기에 삶에 찌든 성인 관객들이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연 '하이파이브'가 그들을 무장해제 시키고 웃게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역시 소주의 위안을 이기긴 힘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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