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에서 빼낸 호르몬을 주입?”…50년 지나 ‘이 병’으로 숨진 女, 무슨 사연?

김성훈 2025. 5. 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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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 추출 호르몬이 크로이츠펠트 야곱병 불러
약 50년 전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으로 사체의 장기에서 추출한 호르몬을 투여 받은 여성이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으로 숨졌다. 사진은 크로이츠펠트 야곱병 환자의 뇌 MRI 영상. [Practical Neurology 캡쳐]

자신도 모르게 사체에서 추출한 호르몬 주사를 맞은 여성이 비정상적인 단백질 질환인 프리온병으로 약 50년이 지나 숨졌다.

이 미국인 여성(58세)은 주사를 맞은 뒤 수십 년 동안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몸에 떨림 증세가 나타나고 걸을 때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그녀는 몇 주 동안 요실금, 언어 장애, 호흡 곤란 증세를 겪다 병원에 입원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했다.

그녀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 뇌 손상이 발견됐고 추가 검사에서 '프리온' 단백질 양성으로 밝혀졌다. 프리온은 세포를 둘러싼 세포막에 있으며 세포 통신 및 상호 작용에 관여하는 분자다.

프리온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 주변 단백질이 뒤틀려 신경세포를 손상할 수 있다. 오염된 소고기로 인해 생기는 비정상적 프리온 질환인 광우병도 신경세포를 망가뜨린다. 이 질환으로 인한 뇌 손상은 치명적이어서 대부분 환자는 처음 증상이 나타난 지 1년 이내에 숨진다.

그녀는 프리온에 의해 발생하는 희귀하고 치명적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1971-1980년 특정하기 어려운 시점에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panpanhypopituitarism)'이란 질환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프리온에 감염된 호르몬을 투여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호르몬을 만드는 뇌하수체의 기능이 떨어져 성장과 성적 발달에 관여하는 호르몬 등 다양한 호르몬 결핍이 생기는 병이다.

1970년대에는 범뇌하수체기능저하증 환자에게 사체에서 추출한 호르몬을 주사하는 게 흔한 관행이었다. 난소에서 난자를 생산하지 않는 여성에게도 이런 호르몬을 투여했다.

1985년 미국에서 CJD 발병 사례가 사체 추출 성장 호르몬 치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이 치료법은 중단됐다. 나중에 유전공학으로 생산된 합성 대체 호르몬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 사체의 장기에서 채취한 성장 호르몬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0.4%가 CJD에 걸렸다. 이 호르몬이 어떻게 프리온에 감염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잠복기가 긴 이유도 설명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CJD 등 프리온 질환에 대한 치료법은 없다.

연구자들은 성장 호르몬 치료로 인한 CJD 발병이 지난 몇 년 동안 둔화됐지만 새로운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례는 미국질병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학술지《신종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됐다.

김성훈 기자 (kisad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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