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AI 등장에 예술 지위·저작권 개념 근간 흔들… 새 제도 기반 마련해야"
슈토커 "서사의 다양성·확장 시도하는 예술가의 존재 중요해"



김아영 작가·게어프리트 슈토커 오스트리아 예술감독
"기술 비관주의도 낙관주의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물러서 몰딩해야 할 재료와 같죠. 이를 위해 끊임없이 '기술 문해력'을 넓히려고 합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삶 깊숙이 파고들며 세상을 바꾸는 사이 인류의 일상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10차 문화예술세계총회'를 찾은 김아영 작가와 게어프리트 슈터커 오스트리아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예술감독은 27일 서울 노보텔 동대문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AI 시대 예술은 시대를 가리키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존재이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감정과 서사를 만들어가는 인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작가는 AI와 가상현실(VR)과 같은 첨단 기술을 융합한 미디어아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이자 미디어아트 부문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인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골든 니카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는 올해 해당 상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슈토커 감독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예술·기술 융합기관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를 30년 간 이끌어 온 예술감독이다. 그는 "1984년 백남준이 아르스 알렉트로니카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40년 후 김아영 작가가 같은 무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상을 받았다"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아티스트"라고 평가했다.
김 작가의 대표작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도시, 배달노동자가 겪는 현실을 신화적 서사와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했다. '삶에 침투한 기술'의 미시적 현실을 포착해 픽션과 서사로 직조하며 반향을 끼쳤다. 김 작가는 "기술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사유와 감각"이라며 "심사위원으로 수준 높은 AI 영상을 많이 봤지만 결국 기술 자체보단 깊이있는 사유가 좋은 기술과 맞물릴 때 빛을 발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AI가 단독으로 창작한 콘텐츠는 한계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김 작가는 "AI 모델 하나만으로 만든 결과물은 '인텐션(의도)'을 가지지 못해 패턴이 쉽게 읽히고 균질성이 생겨 흥미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AI를 예술 작업에 사용할 때는 리소스가 누구의 데이터인지 분명치 않아 '퍼블릭 도메인 리소스'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슈토커 감독은 생성형 AI 시대에 예술의 지위와 저작권 개념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럽연합(EU)과 아시아가 국가들이 공동 대응 전략을 통해 새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사진, 영화, 영상을 사람이 만들었다는 전제 아래 지식재산권과 예술의 가치를 규정했다"며 "이제는 AI가 만든 결과물 앞에서 법적, 윤리적, 미학적 질문을 동시에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슈토커 감독은 가까운 미래에 거대 AI 기업들이 콘텐츠에 대한 지식재산권(IP)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AI로 생성된 결과물의 소유권이 알고리즘을 만든 기업에 있는가, 데이터를 제공한 개인에 있는가, 아니면 의도를 부여하고 AI를 창작 도구로 상용한 아티스트에게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정치·경제적 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EU와 아시아 국가들이 공동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예술은 기술의 해답이나 기술의 수용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김 작가는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SF 소설에서 유래했듯 소설가들은 상상력으로 선지자 역할을 해왔다"며 "예술가는 다시금 미시적으로 주어진 것에 대해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반응하고 이것이 쌓이면서 하나의 경향성을 보여주고 시대를 가리키는 인덱스 좌표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슈토커 감독은 "예술은 기술적 해결이 아닌 사회를 비추는 상상력의 토양"이라면서 "예술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대안과 가능성, 혁신적인 생각으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공학가나 엔지니어들에게도 책임감 있는 토대가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의 다음 작품은 다른 차원의 서사를 향해 뻗어나간다. 그는 1980년대 중동 건설 붐 시기에 파견된 한국인들과 그 지역에서 발생한 기생충 감염 사례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이자 픽션을 준비 중이다. 김 작가는 "홍해에서 잡은 물고기로 회를 떠 옮겨온 기생충이 사람 몸으로 이주한 실화가 있다"며 "이를 인간, 동물, 병원균간 '마이크로 이주'로 풀어내 이주사와 감염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토커 감독은 김 작가처럼 서사의 다양성과 확장을 시도하는 예술가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은 단순한 미디어가 아니라 유산과 정체성을 기록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며 "얼마나 다양한 내러티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어떤 미래를 상상하느냐가 핵심으로 예술은 결국 시대의 방향을 바꾸는 이야기의 힘"이라고 했다.
한편, 김아영 작가와 슈토커 감독은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리는 제10차 문화예술세계총회에 참가해 문화예술의 미래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간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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