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전쟁 시작됐다…한국의 미래 여는 전략 로드맵은 [SFF 2025]
브랜든 쳉 쉴드AI 대표·조셉 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한국 공공부문 대표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인공지능(AI) 패권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전장에서의 생존과 도약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한국은 반도체, 5G 네트워크 등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AI 클라우드,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 생성형 AI 모델 연구 등 핵심 기술 영역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전장에서 한국은 과연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과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시사저널 미래 포럼(SFF)이 28일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기조세션에서는 쉴드AI, 팔란티어 등 글로벌에서 AI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AI 전략과 자율성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람이 싸우지 않는 미래 전장
브랜든 쳉 쉴드AI 대표는 "변화하거나, 죽거나"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이 조직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AI 시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 해군 특수부대(네이비 실) 출신인 그는 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AI 조종사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GPS나 통신이 없이도 AI가 스스로 인식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무인 시스템의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AI 자율성은 국가 안보와 전 세계 군대, 글로벌 안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든 쳉 대표는 "미 해군은 세계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함 체계로 운영됐지만 이후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전투단이 구축되면서 작전 방식이 완전히 변화됐다"며 "새로운 기술로 등장한 AI 파일럿은 (전투에) 더 심오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병력 구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AI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AI를 다양한 플랫폼에 통합하는 과정이 현실화되고 있고, 이 흐름은 공중뿐 아니라 해상, 육상, 우주까지 향하고 있다.
그는 방산 AI 패러다임 전환을 언급하며 컴퓨팅 산업을 예로 들었다. 데스크톱-노트북-모바일로 이어진 일련의 변화처럼 2001년 이전에는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사용해 전투를 했지만 이후 드론의 시대가 왔고, 이제 지능적이고 경제적이고 자율적인 AI를 활용한 드론이 전투에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또 값비싼 군사 자산이 저가의 드론에 의해 쉽게 파괴될 수 있다며 유인 무기 체계를 고도화하는 방식보다 수백 대의 자율 드론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더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그 자체만으로 전략적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수백, 수천만 대의 드론을 만들더라도 AI 자율성이 있어야 비로소 새로운 병력 구조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쉴드AI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F-16 전투기 등에 적용하고 우크라이나 실전 작전에서도 활용하며 범용성과 확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브랜든 쳉 대표는 모든 국가가 AI 운명을 스스로 통제해야 하기에, 기업과 정부가 AI 자율성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쉴드AI가 출시한 '하이브마인드 엔터프라이즈'를 언급하면서 "첨단 기능은 실제 세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사용해 AI 파일럿과 자율성을 신속히 구축해 자체시스템에 적용한다"고 말했다. 또 "자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산업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한국 기업과 협력하고, 한국 정부와 함께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AI 위기, 이순신 장군처럼 핵심 질문 던져야"
"AI 시대의 기술은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다. 가치가 충돌하는 전장이고, 새로운 세계 질서와 공급망을 재편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조셉 리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한국 공공부문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술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국가가 어떤 방향성과 가치를 선택하느냐를 드러내는 무대"라며 "우리는 이순신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위기 속에서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셉 리 대표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언급했다. 1597년 원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참패하고 8000명의 병력과 151척의 선박을 잃었지만,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 장군의 전략으로 무너진 병력을 재건해 기적같이 승리했다. 그는 "광화문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지날 때마다 그 굳건한 정신을 되새긴다. 그는 회복력과 혁신의 상징"이라며 "AI 기술을 둘러싼 혼란과 경쟁 속에서도 그런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국가 전략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AI가 진실에 기반한 더 빠르고 안전한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국방과 전략 영역에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복잡한 판단이 요구되는데, AI는 인간 중심 협업을 보완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며 협업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AI가 단절된 체계를 연결하고, 복잡해지는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각국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구축한 센서, 위성, 드론 시스템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작동하고 있다"며 "AI는 이 데이터를 통합해 실시간 상황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국방부의 Maven 시스템 사례를 들며 "기존에는 표적 식별 임무를 2000명이 수행했지만, AI 기반 시스템을 통해 이제는 20명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핵심으로 "AI 기술을 국가 전략에 통합하는 과정의 전제는 AI가 반드시 국가의 윤리와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AI가 잘못 설계될 경우 인간의 오류와 구조적 결함을 증폭시킬 수 있고, 국가안보 영역에서 AI를 도입하는 것은 무력 사용에 대한 판단을 알고리즘에 맡기는 일이라고도 경고했다. 중요한 결정 지점마다 인간의 통제가 보장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많은 조직이 자체 도구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서두르고, 이것이 기술을 구축하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믿는다"며 "이런 방식은 '기술 부채(장기보다 단기적 해결책을 선택할 때 발생하는 미래 비용)'의 축적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 아래 외세를 차단했던 조선이 급하게 근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을 언급하면서 실제 환경에서 검증된 솔루션을 선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결책으로는 '글로벌 공공-민간 파트너십 생태계'를 거론했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기술적 파트너십이 일조했듯, 적절한 해외 기술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 대규모 기술 부채를 해결하고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설명이다.
그는 한국이 윤리적 AI 생태계 구축에 있어 제3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식 빅테크 모델도, 중국식 감시 중심 AI 모델도 아닌,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는 윤리 기반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는 것이다. 수출 중심의 제조 강국이라는 점, 한·미 연합작전 경험과 다국적 협력 체계를 지닌 한국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왜'에 대한 질문과 기술 부채를 해결하려는 비전을 공유하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팔란티어가 집중하고 있는 작전형 AI(Operational AI)를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지 않고 보완하며 위기에 대응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면서 한국이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세 가지 구체적 실행 방안을 강조했다. 진실 기반 작전형 AI 구축, 전장과 산업을 가로막는 기술 부채 해소, 현장 배치형 엔지니어링 기반 문제 해결 구조 정착 등이다. 그는 "우리가 AI로 승리하게 된다면, 그 승리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 데이터가 아니라 진실,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 양성·전력 인프라 등에 투자해야"
패널 토론에서는 이혜민 핀다 대표의 사회로 한국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내용이 논의됐다. 조셉 리 대표는 한국의 장점으로 집단 창의력과 방위 산업 기반 등을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블록체인 기반 신원 시스템을 구축한 것 등을 거론하며 한국에는 독특한 강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라지브 비스와스 아-태 이코노믹스(APE) 대표는 한국이 실행해야 할 가장 필요한 조치로 AI 인재 양성, 스타트업을 위한 AI 벤처 캐피탈 조성 등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인재 풀에서는 우위에 있지 않다"며 "정부와 대학, 산업간 협력을 촉진하고 우수 센터를 구축하는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 세계 여러 국가가 AI 팩토리나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AI센터는 앞으로 10년 동안 엄청난 양의 추가 전력을 필요로 하기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 세계 전력망 시스템에도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기술 에너지와 전력 인프라는 미래 산업 재편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기에 이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조셉 리 대표는 "기업 차원에서 운영형 AI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라며 "정부와 산업계 모두 AI 자율성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전략으로 떠올랐다. 한 기업의 능력을 넘어 한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됐다. 이제는 AI 전장에서 생존과 도약을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AI 패권전쟁 속 '생존'을 넘어, '도약'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시사저널 미래포럼(SFF)이 5월28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포럼의 주제는 'AI 패권전쟁-지속 성장을 위한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과 미래 비전'이다. 국내외 AI 선도 기업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반도체부터 데이터, 자율무기까지 아우르는 'AI 전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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