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중 '장외 팩트체크 전쟁'... 실상은 아전인수에 동문서답

박준규 2025. 5.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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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 대선 후보 마지막 TV 토론은 수준 낮은 토론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팩트체크'마저 아전인수 대결로 변질됐다.

각 정당은 이날 실시간으로 후보들의 발언을 팩트체크하며 각자 근거를 자료 형태로 제시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이날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회 전후로 '팩트체크 장외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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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에 대한 팩트체크
최악 저질 토론 여파... '팩트체크' 형식 빌려
건조한 사실 확인 대신, 각자 입장 정당화 골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7일 열린 대선 후보 마지막 TV 토론은 수준 낮은 토론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팩트체크'마저 아전인수 대결로 변질됐다. 각 정당은 이날 실시간으로 후보들의 발언을 팩트체크하며 각자 근거를 자료 형태로 제시했다. 하지만 본질인 사실 확인보다는 서로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전하며 정당화하는 데만 골몰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이날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회 전후로 '팩트체크 장외전'을 펼쳤다. 하지만 형식만 팩트체크였을 뿐 자신들의 주장 나열이 대부분이었다. 이른바 '이재명 면죄법'에 대한 공방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조항에서 '행위' 부분을 삭제하는 개정안에 대해 "방탄 목적이 아니라 위헌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2월 "'행위'는 후보자의 자질 능력 등과 관련된 것으로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항으로 한정된다"며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개혁신당도 팩트체크 형식을 빌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주장을 반복했다. 개혁신당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면소를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일방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해당 개정안이 공포되면 이재명 후보 사건은 면소 판결로 끝나는 건 맞는다. 하지만 입법의 의도를 상대 정당의 해석만으로 사실확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학계에서 그간 해당 법안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있어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서로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안을 팩트체크라고 호도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범죄 혐의가 있으면 당직이 기소 시에 정지되게 돼 있는 민주당 당헌 80조도 (이재명 후보) 마음대로 바꾸셨다"는 이준석 후보 발언에 대해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의 이재명 대표를 향한 정치 탄압이자 무리한 수사와 기소 탓에 당헌·당규가 개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치 탄압, 무리한 수사와 기소 모두 민주당의 입장일 뿐이다.

반면 개혁신당은 "증거가 없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대해 "중요 증인이나 참고인의 사망으로 검찰의 수사가 막힌 게 이재명 후보 재판이 오래 걸리는 이유"라는 주장을 팩트체크라고 내놨다. '동문서답식' 팩트체크를 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팩트체크도 빈틈이 많았다. 국민의힘은 "탄핵은 13, 14번밖에 안 했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대해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제출한 탄핵소추안이 31회에 달한다"고 반박하는 자료를 곧바로 냈다. 다만 탄핵소추안 발의 기준으로 보면 국민의힘 주장이 맞지만, 탄핵소추안 처리를 기준으로 하면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틀린 건 아니다.

팩트체크마저 이렇게 변질된 배경에는 네거티브로만 점철된 '저질 토론'이 있었다. 각 후보들은 마지막 TV토론에서 △정치 양극화 해소 △정치 개혁과 개헌 △외교·안보 정책을 꺼내놓고 상호 토론하는 대신 서로를 비방하기에 바빴다. 정치공세에 대응하다보니 팩트체크도 자연히 각자의 입장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토론이 끝날 즈음 "뒷담화하는 자리가 되어버려 죄송하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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