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M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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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내슈빌 핫치킨 샌드위치 ‘잭잭’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49-4 101호, 201호


“일단 맛있어야죠. 기왕이면 다 같이 먹으면 좋고요. 그래야 더 맛있잖아요.”

“전부 저희 매장에서 쓰는 재료로 만들 거예요.” 치킨 머슈룸 리소토는 내슈빌 핫치킨 샌드위치와 전혀 다른 음식이지만, 특별히 새로운 재료를 준비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쌀, 닭 가슴살, 양파를 볶은 뒤, 그레이비소스를 만들 때 쓰는 닭 육수를 여러 차례 부어가며 졸이면 끝. 여기에 새송이버섯, 고기느타리버섯, 팽이버섯을 넣으면 향과 식감이 한층 다채로워진다. 흐뭇한 표정으로 직원들이 숟가락을 뜨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지훈태 대표에게 ‘좋은 스태프 밀’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일단 맛있어야죠. 기왕이면 다 같이 먹으면 좋고요. 그래야 더 맛있잖아요.”

02 이북 음식 ‘리북방’
주소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1길 16 2층

“스태프 밀도 결국은 밀이잖아요. 이것도 트레이닝이거든요.”
“오늘은 순대 만드는 날이에요. 평소보다 바쁜 날이라 미리 식사를 준비해두려고요.” 이른 아침의 리북방. 최지형 셰프는 자신을 ‘마포에서 순대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북에서 건너온 외가, 경상도에서 올라온 친가 사이에서 태어난 실향민 3세대다. 최지형 셰프가 이날 선택한 메뉴는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국물이 뽀얀 서울식과 달리, 경상도식은 고춧가루를 넣어 칼칼하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어렸을 때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식탁에 오르던 메뉴예요. 어머니는 서울분이지만, 아버지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드셨어요. 사실 이북 음식은 시간이 많이 드는 편인데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은 금방 됩니다. 맛있고 빠르게 먹을 수 있고요.”

최지형 셰프의 ‘킥’은 고추기름이었다. 손님상에 내고 남은 자투리를 활용해 고추기름을 내면, 남은 재료도 사용할 수 있고 맛도 한층 깊어진다. 등심 덧살과 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달달 볶은 뒤, 센불에 콩나물과 제철 대파를 육수와 함께 넣어 끓이면 금세 완성된다. 최지형 셰프는 20년 동안 요리를 하면서 자연스레 ‘1일 1식’을 하게 됐다고 한다. “스페인에 페란 아드리아라는 세계적인 셰프가 있어요. 그분은 <패밀리 밀>이라는 책까지 냈어요. 스태프 밀도 결국은 밀이잖아요. 이것도 트레이닝이거든요. 바쁜 와중에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즐길 수 있어야죠.” 최지형 셰프가 생각하는 ‘좋은 스태프 밀’은 ‘밥 한공기 더 먹게 되는 식사’라고.


03 텍스멕스 ‘벤디또’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 100 1층



해방촌 신흥시장 일대를 걷다 보면 마치 지구본을 돌리는 기분이 든다. 이국적인 이름의 간판이 줄지어 있는 이곳에서는 전 세계 각지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벤디또는 ‘텍스멕스’를 선보인다. 텍스멕스는 그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미국 텍사스에서 새롭게 재해석한 멕시칸 푸드다. 벤디또의 스태프 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남은 재료를 소진하는 음식과 정식 메뉴판에 오를 수도 있는 음식. 김인혁 헤드 셰프는 오븐에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집어넣으며 설명했다. “오늘은 총 세 가지를 만들 거예요. 오크통닭, 아구아칠레, 명태칩스. 오늘은 저희한테도 운이 좋은 날이죠. 매일 이렇게 챙겨 먹진 못해요.”
이날 벤디또 직원 식사는 신메뉴 테스트로 진행됐다. 오크통닭은 참나무에 훈연한 치킨에 한국식 고추장 양념을 발라 완성된다. 옆에 놓인 샐러드는 송인욱 수셰프가 최근 필리핀 출장에서 먹었던 샐러드를 나름대로 떠올려가며 완성한 것. 아구아칠레는 ‘남미식 초무침’에 가깝다. 새우는 그릴에 굽고, 세 가지 살사를 버무려 새콤하게 즐긴다. 명태칩스는 명태 껍질을 부각처럼 튀겨 나초와 함께 낸다. 김인혁 셰프는 커다란 손으로 닭 가슴살을 찢으며 말했다. “스태프 밀 만들 때 실력이 많이 늘거든요. 새로운 재료와 레시피를 도전해볼 수 있으니까요.” 벤디또에서는 아무리 바빠도 직원 식사만큼은 같이 만들고 같이 먹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04 아시안 파스타 ‘디핀옥수’
주소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194 지하 1층


잔치국수부터 오코노미야키, 동파육, 버섯들깨탕, 시금치커리, 오삼불고기까지.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메뉴들은 모두 디핀옥수에서 직원 식사로 나왔던 음식이다. 옥수동에 자리한 2호점은 아시안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이다. 디핀옥수는 최근 스태프 밀을 기록하는 ‘디핀 스탭밀(@deepin_staffmeal)’ 계정을 새롭게 개설했다. “스태프 밀도 결국 요리인데 그냥 먹기만 하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기록해보기로 했어요.” 이날 직원 식사는 최지우 수셰프가 담당했다. 디핀옥수에서는 여섯 명의 셰프들이 교대로 돌아가며 스태프 밀을 담당하는데, 덕분에 매일 각기 다른 스타일의 메뉴를 기대할 수 있다.
“저희 직원은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왔어요. 혼자 살면 건강하게 챙겨 먹기 힘들잖아요. 그 한풀이를 해보고 싶었어요.” 최지우 셰프는 평소 자취생들이 해 먹기 힘든 건강식 위주로 식사를 준비한다. 제철 봄나불 비빔밥에는 고사리, 참나물, 취나물, 비름나물, 콩나물이 올라갔다. 토장을 사용한 배추된장국 역시 자취생들은 만들어 먹기 어려운 메뉴. “처음 레스토랑에 취직하면 불 쓸 기회가 많지 않아요. 스태프 밀을 준비하면 확실히 주방에 빨리 익숙해지죠. 서로 레시피도 공유하고요. 이만한 공부도 없어요.” 이 기사를 쓰는 중에도 디핀 스탭밀 계정에는 새로운 음식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내 돈을 주고서라도 사 먹을 법한 메뉴들이다.


05 퓨전 누들 ‘라무라 성수’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12길 8 2층


“스태프 밀은 주방 직원들이 하루 중 제대로 식사할 수 있는 유일한 한 끼다.”

메뉴 선정은 오롯이 담당 셰프의 몫이지만, 공통으로 피하는 메뉴가 있다. 닭이 들어간 요리. “매일 아침 출근하면 라멘을 한 그릇씩 먹어요. 육수 상태를 확인해야 하거든요. 하루 종일 닭 냄새를 맡다 보니까 굳이 닭을 찾아 먹진 않죠.” 스태프 밀은 주방 직원들이 하루 중 제대로 식사할 수 있는 유일한 한 끼다. 그렇기에 든든히 챙겨 먹는 게 중요하고, 든든히 먹으려면 맛있는 게 중요하다. 정태양 대표는 브레이크 타임이 시작되는 때에 맞춰 곧장 직원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음식을 준비했다.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식사를 하길 바라기 때문. 하지만 이날 직원들이 그릇을 비우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06 도쿄 차이니스 ‘마차이짬뽕 방이’
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2길 58 1층


“먹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거 왜 안 팔지? 그래서 팔기 시작했는데 대박이 난 거죠.”

이날 메인 메뉴는 차돌강된장이었다. “대구에서 처음 음식을 배울 때였어요. 사수가 종종 점심시간에 해주던 메뉴였는데, 저는 그날을 제일 좋아했어요.” 김신명 대표가 차돌강된장을 고른 건 단순히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마차이짬뽕 메뉴판에는 볶고 튀긴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평소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직원 식사만큼은 담백한 음식으로 챙기려 한다고. 차돌강된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콩나물볶음, 무나물무침을 곁들여 삶은 양배추에 싸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직원들이 식사하는 동안에도 매장 밖에는 기다리는 손님이 있었다. 그중에는 ‘아까 사장님이 먹던 메뉴’를 궁금해할 손님도 있을 것 같았다.

Editor : 주현욱 | Photographer : 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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