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먹튀' 2주 전 통지하면 끝?…돈 받아낼 '보증보험' 직원도 몰라

"보증보험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먹튀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지난 27일 서울 A 헬스장에서 회원가입 상담을 하던 중 직원에게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전국 6개 체인점을 두고 있다는 A 헬스장 안내데스크에는 보증보험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은 "우리는 그런 게 따로 돼 있는 거 같진 않지만 12년째 운영 중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안심시켰다.
서울 대형 헬스장들을 둘러본 결과 헬스장 관계자들은 보증보험 관련 내용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보증보험에 대해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100개가 넘는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는 B 헬스장 관계자는 "헬스 업계에선 대기업에 속하기 때문에 먹튀 걱정은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했고, 40여개 지점 중 하나인 C 헬스장 트레이너는 자신은 모르는 내용이라 관리자에게 문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헬스장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소비자는 사실상 피해액을 변제받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사업자의 부도와 폐업 등으로 연락이 불가능하거나 소재 파악이 어려워 피해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원에 지급 명령을 신청하고 싶어도 헬스장 사업주가 잠적해버린다면 주소를 파악하기엔 불가능하다. 소송을 진행하려 해도 피고인 측에서 여력이 안 된다면 돈을 곧바로 돌려받을 수 없다. 피해 금액보다 소송 비용이 커서 법적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헬스장 폐업 관련 피해 신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접수된 헬스장 등 체육관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총 1만104건이다. 특히 폐업 관련 사건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증가해왔다. 폐업 관련 사건은 올해 1분기에만 22건 접수돼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다.

정치권은 헬스장 보증보험 의무화를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체육관 돌연 폐업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3개월 이상 이용료를 미리 받은 체육시설업자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체육시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강 의원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진척이 없다.
정부는 헬스장 먹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6일 개정한 '체력단련장(헬스장) 이용 표준약관'에는 △헬스장 사업자가 휴점 및 폐업할 경우 2주 전까지 그 사실을 고객에 통지해야 하고 △보증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이 내용을 고지해야 한다는 점이 포함됐다. 다만 표준약관을 사업자에게 강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사업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보증보험에 대해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표준약관을 개정한다고 해도 (사업주에 대한) 강제성이 없고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페널티를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자조차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을 잘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홍보를 통해 소비자 본인이 권리를 챙길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후 보상 체계가 체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쉽진 않겠지만 지자체에서 헬스장에 대한 재무 사항을 모니터링하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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