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에 이것 섞으니 최고"…필리핀 사람들 삼겹살 먹으며 '짠'[리얼로그M]
[편집자주] 유통을 비롯해 식품, 패션·뷰티와 중소·중견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는 머니투데이(M) 산업 기자들의 '현실 기록(Real+Log)'. 각 현장에서 직접 보고, 묻고, 듣고, 느낀 것을 가감없이 생생하게 풀어내본다.

창고 한쪽에선 직원 4명이 '청포도에이슬'을 트럭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트럭 2대에 소주를 가로 6상자, 세로 5상자씩 차곡차곡 쌓았다. 이렇게 옮겨진 소주들은 식당과 편의점, 현지 유통업체 등 필리핀 전역으로 뻗어 나간다.
소주는 이렇게 현지 시장 점유율 60% 정도를 차지하는 K&L을 통해 연간 컨테이너 550~600대 가량의 물량이 필리핀에 유통되고 있다. 컨테이너 1대에 20병입 상자가 1260개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1년에 최소 1386만병의 소주가 K&L을 거쳐가는 셈이다.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법인이 경남 마산과 충북 청주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한 뒤 K&L이 이를 현지에 공급하는 구조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2019년 설립한 필리핀 법인을 앞세워 마케팅 등 현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정희 K&L 대표(51세)는 "법인 설립 후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었다"며 "소주 판매는 2018년부터 매년 약 15% 정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마트·편의점을 비롯한 가정 시장은 물론 유흥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강 대표는 "과거엔 식당에서 소주를 달라고 하면 종업원이 무작위로 여러 브랜드의 소주를 줬지만 최근엔 진로를 갖다준다"고 소개했다. 현지 식당에선 한국의 음식과 술자리 게임을 소주와 함께 즐기는 문화를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날 오후에 방문한 마닐라 현지 삼겹살 대형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에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콘텐츠인 '진로라이브(Jinro Live)'가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2015년부터 운영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것이다.
진로라이브에서 현지인들이 소주를 마시는 모습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지 힙합 가수 GY는 소주에 삼겹살을 곁들였고, 주변 사람들과 한국의 술자리 게임인 이른바 '손병호 게임'을 즐겼다. 또 소주병에 숟가락을 끼우고 마이크처럼 잡은 뒤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GY는 "참이슬 후레쉬 기준 주량이 3병"이라며 "K푸드 중 치킨, 삼겹살과 소주를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하고, 야쿠르트나 사과향 나는 홍차, 이온음료 등에 소주를 섞어 먹어도 맛있다"고 전했다. 이날 식당을 찾은 손님 골디씨(21세)는 "소주를 한 달에 4~5번씩 8~9병가량 구매해서 친구들 5명과 마신다"며 "친구들과 농구를 보거나 파티할 때 즐겨 마시고 삼겹살과 소주 조합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필리핀 유흥시장에 소주가 스며든 배경으론 한국과 유사한 사교 중심의 음주 문화가 꼽힌다. 구체적으로 △전통적인 건배 문화 타가이(Tagay) △음주에 안주를 곁들이는 푸루탄(Pulutan) △노래방과 음주를 결합한 비디오케(Videoke) △탄산음료, 커피 등과 소주를 혼합해 즐기는 칵테일 방식 팀플라도(Timplado) 등의 요소가 어우러져 현지인에게 친숙하게 녹아든 것이다.
예컨대 에이슬 시리즈의 다양한 맛은 팀플라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소주를 단순 음료가 아닌 창의적인 조합이 가능한 베이스란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필리핀이 전 세계 커피 소비량의 3위인 점도 활용한다. 지난해 현지 대표 커피 체인 'But First, Coffee'와 협업해 진로 기반의 칵테일 음료 시리즈를 선보였다. 올해는 마카티 기반 커피 브랜드 'Wideye Coffee'와 협업해 커피 칵테일을 개발하고 있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도 "현지인들이 술을 어떻게 즐기는지 파악해 전략을 짰다"며 "팀플라도 문화를 공략하기 위해 커피 브랜드와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닐라(필리핀)=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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