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급 지원해야 한류 지속… 中과 긴밀 소통해 한한령도 풀어야
K콘텐츠 육성 한목소리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 필수
기획·개발·제작 등 단계별 지원
징벌적 손해 확대해 저작권 보호
광고·심의 관련 방송규제도 풀어야
[이데일리 김가영 김보영 윤기백 기자]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에서 K콘텐츠 육성 지원과 판로 확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산업을 반도체,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등과 함께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육성하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하청기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0년째 지속하는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 해제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를 보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33억 3940만 달러(약 18조 원, 2023년 기준)으로,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이차전지 수출액(99억 8100만 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주력 산업으로 성장한 콘텐츠산업의 위상과 달리, 정부의 문화분야 지원은 초라하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7조 1214억 원으로, 국가 전체 예산(677조 원)의 1.05% 편성에 그쳤다. 총예산에서 문체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42%에서 지속 하향해 1.05%까지 떨어졌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 지원, 투자가 문화산업 발전의 근간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아쉬운 수치다
열악한 정부 지원에 K콘텐츠 육성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수한 IP(지적재산권)와 감독, 배우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로 향하고 있는 데다, 광고시장 위축·제작비 상승 등으로 국내 제작사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작품을 제작하지 않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중소제작사의 기적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제작사들은 콘텐츠 IP 기획·개발 단계부터 자기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데, 해외 자본의 유입으로 제작비가 급증하면서 콘텐츠 제작이 원활하지 않다”며 “양질의 콘텐츠가 꾸준히 만들어져야 K콘텐츠의 글로벌 열풍이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단계별 정책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TT 분야 등에서 국내업체에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콘텐츠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감안하면 반도체산업 못지 않게 금융 지원, 세제 혜택 등 다각도의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특히 국내 방송영상사업자에게만 과도하게 부여한 각종 광고, 심의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등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6년 이후 10년 가까이 단절된 한중 문화교류의 복원도 시급하다. K콘텐츠가 전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한한령 족쇄에 묶여 중국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한한령이 완화돼 아이치이 등 중국 OTT 플랫폼에 진출해 K콘텐츠 유통채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내 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은 만큼 거대한 판로가 뚫릴 수 있도록 정부가 중국 당국과 긴밀한 소통,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한령 완화는 K팝 업계에서도 최대 관심사다. 오는 9월 중국 하이난에서 4만 석 규모로 진행되는 ‘드림콘서트’가 한한령 완화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 쑤저우에서 단독 공연을 예고했다가 돌연 연기된 그룹 이펙스의 사례에서 봤듯 중국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이다. 고기호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 부회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한 민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제도적, 정책적으로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콘텐츠 불법 유통 및 저작권 침해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 내 K콘텐츠 불법 시청, 불법 유통 사이트 ‘누누티비’가 대표적이다. 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는 “불법 유통이 이뤄진 플랫폼 운영 사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상시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AI 기술 등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와 저작권 교육도 병행되어야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외 제작 영화 관세 부과 시사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발 빠른 대응 체계 마련도 요구된다. 이정하 콘텐츠판다 이사는 “보호무역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K콘텐츠가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면밀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플랫폼, 글로벌 OTT에 시장이 휘둘리지 않도록 새로운 보호제도나 정책을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공연장 부족 문제도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현재 대규모 대중음악 공연이 가능한 곳은 고양종합운동장, 올림픽공원 KSPO돔 뿐이다. 늘어나는 공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고 부회장은 “K팝 종주국에서 공연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마치 K콘텐츠를 한국에서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민관정이 뜻을 모아 공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기백 (giba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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