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미래다] 오이 시설재배하는 박지혜씨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5월호 기사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365일 오이를 수확하고 있어요. 또 순 정리와 유인 작업도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일이 많은 편이에요. 게다가 수확한 오이는 매일 소포장해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해야 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날씨가 따뜻한 요즘은 오이 소비량이 크게 늘어 하루 평균 3개들이 1000봉지 이상을 출하하고 있어요.”

충남 논산에서 40년 농사 경력의 부모와 함께 오이 농사를 짓는 박지혜 씨(39·오이나라피클공주 대표)의 얘기다. 박씨가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든 것은 집안의 부족한 농사 일손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오이 재배 면적을 늘려 대규모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원래 5동이었는데 2018년 제가 농사에 가세하면서 4동을 더 늘렸어요. 연중 생산체계로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하면서 안정적인 농장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매일 소포장 오이를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하고 진열까지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저희처럼 유통하는 곳이 흔치 않죠. 공판장에 한꺼번에 대량 출하하면 일이 훨씬 편하거든요.”
박씨는 일은 고되지만 이런 방식으로 오이를 생산·판매하면 안정적인 출하로 충분한 돈벌이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여기엔 부모의 고품질 오이 생산 기술도 한몫했다.

“처음엔 부모님께서 대전 유성구 쪽에서 포도·멜론 농사를 지었어요. 거기서 20년 넘게 농사를 짓다가 2009년에 논산으로 이사를 왔죠. 오이 농사를 시작한 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작물이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농사는 쉽지 않아요. 오이 농사에 통달하면 다른 어떤 작물도 재배할 수 있다고 할 정도죠. 병충해가 있고 온도 변화에도 예민해 조금만 관리를 잘못하면 품질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이런 이유로 그의 부모 역시 초창기엔 시행착오를 겪었다. 오이가 많은 양분을 필요로 하는 작물이라는 생각에 너무 많은 비료를 준 것이 문제였다. 이에 대해 어머니 김영희 씨(61)는 “비싼 비료도 많이 주고 좋다는 것은 다 했는데 어느 해 갑자기 작황이 안 좋아져 애를 먹었다”며 “선도 농가에 자문을 구해보니 염류집적, 즉 작물이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과잉 양분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의 부모는 영양 과잉이 되지 않도록 비료를 적절히 주며 토양 속 양분을 남김없이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염류 농도(EC)를 ‘1’ 이하로 떨어뜨리고 미생물을 활용해 땅심을 높인 결과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고 기형과 없이 단맛과 향이 좋은 고품질 오이를 생산할 수 있었다.
“오이 재배는 시비 외에도 온도·병해충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비교적 시원한 온도를 좋아하고 온도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게 오이거든요. 생육 적온이 낮엔 22~28℃, 밤엔 15~18℃로, 밤낮의 온도 차이가 7~10℃ 안팎이면 좋아요. 시설 내부 온도가 25℃ 이상 되면 줄기와 잎이 웃자라고 노화가 촉진돼 재배 기간이 단축되죠. 이 때문에 덥거나 춥다고 문을 갑자기 모두 열거나 닫으면 안 돼요. 또 병충해를 막기 위해선 적절한 환기로 습도를 관리해야 하죠. 이 밖에도 여름철 고온 피해와 겨울철 냉해를 막기 위해 부직포 차광막에 차광페인트를 도포해 관리하고 있어요. 이것만으로 온도를 5℃ 이상 낮추거나 보온할 수 있거든요.”
이와 함께 박씨는 부모의 조언에 따라 오이 잎과 덩굴·열매 상태를 수시로 살피며 재배 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2024년엔 9동 가운데 5동의 시설을 수경재배로 바꿨다. 여기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까지 설치해 부족한 일조량을 보충하고 있다.

“오이 연중 생산을 위해 모종은 하우스마다 시기를 달리해 순차적으로 아주심기를 하고 있어요. 2년에 5번 아주심기한다고 보면 돼요. 그러다 보니 심토 파쇄, 고랑 만들기, 퇴비 넣기 등 땅을 만드는 준비에만 한 달이 걸려요. 아버지가 연로하셔서 힘든 경운 작업을 줄이기 위해 시설 일부를 수경재배로 전환한 거죠.”
박씨에 따르면 수경재배의 이점은 많다. 배지에 양액을 공급하며 일정하게 환경 관리를 하면 균일한 품질의 오이를 생산할 수 있다. 또 부족한 일조량을 보광등으로 충당하면서 토경재배에 견줘 수확량을 30% 이상 늘렸다고.
“처음엔 솎아낸 작은 오이를 이용해 장아찌와 피클을 만들고 소량씩 주문받아 팔았어요. 그러다 반응이 좋아 생산량과 품목을 늘렸죠. 지금은 마늘·양파·고추·양배추 장아찌 등과 함께 매실·딸기·라임·레몬·유자·백향과·청귤·생강 등으로 청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건 논산 딸기로 만든 청인데, 1년에 2t가량을 가공하고 있어요.”
직접 생산한 가공품은 오이를 납품하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온라인 자사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을 통해 팔아 연간 1억 5000만~2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다.
박씨는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고 뛰어들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을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어 배울 점이 많다”면서 “앞으로 나머지 하우스 4동도 수경재배로 전환하고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으로 매입한 농지에 가공시설과 체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이소형 | 사진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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