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웨이브' 내다본 이재현 30년 투자[광화문]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의 TPC 크레이크랜치에서 막을 내린 PGA(미국프로골프)투어 정규대회 '더 CJ컵 바이런 넬슨'(이하 더 CJ컵)은 깜짝 손님의 등장으로 경기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녀이자 골프선수인 카이 트럼프다. 1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면서 17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카이는 골프장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대회 후원사인 CJ그룹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CJ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하우스 오브 CJ'에서 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회 골프 코스의 마지막 18번홀 페어웨이 옆에 마련된 '하우스 오브 CJ'는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이 만든 음식(비비고)·베이커리(TLJ·뚜레쥬르)를 비롯해 화장품(CJ올리브영)과 영화(CJ CGV), 음악(CJ ENM) 등 CJ의 초격차 역량이 집약된 K컬처 체험 공간이다. 사실 '하우스 오브 CJ'는 '2024 파리올림픽' 기간에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한 CJ가 제안해 운영된 '코리아하우스'가 모티브가 됐다. 이 코리아하우스에서 CJ는 K푸드와 K뷰티, K콘텐츠, K드라마, K팝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유럽에 알리며 국가대표급 'K컬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해외 올림픽 현장에 들어선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 홍보관이었던 코리아하우스는 흥행에도 성공해 17일간 유럽 현지인들이 주축이 된 약 6만4000여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더 CJ컵 개막 첫날 '하우스 오브 CJ' 내 부스에서 직접 만난 카이도 "K컬처를 경험해 즐거웠고, 한국 음식은 매우 훌륭했다"며 K푸드와 K뷰티에 진심으로 환호을 보냈고, 올리브영 화장품엔 '세계 최고'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간 CJ가 쌓아온 K컬처의 달라진 위상과 영향력을 눈앞에서 실감한 순간이었다. CJ그룹 스포츠마케팅 부문 관계자가 "'하우스 오브 CJ'가 다시 한번 K컬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한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실제로 올해는 CJ가 문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1995년 당시 한국은 문화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문화 콘텐츠를 '산업'이라 부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룹 대표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연매출도 1조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재현 CJ 회장은 전혀 다른 결단을 내렸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선대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철학을 이어받아,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세운 영화제작사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밑그림을 그린 것이다. 이는 일종의 '창업 선언'으로 평가받으면서 '최초·최고·차별화'를 지향하는 CJ의 'ONLYONE(온리원)' 경영 철학의 근간이 됐다.
이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닥치자 영화 사업에 앞다퉈 진출했던 다른 기업들은 서둘러 자본을 거둬들였지만, CJ와 이 회장은 미래형 산업이란 확고한 의지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줄곧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전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게 목표"라고 밝힌 이 회장의 꿈과 비전이 동력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K웨이브'가 떠받치는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우뚝섰다. 오직 '문화보국'의 미래만 보고 달려온 이 회장의 30년 뚝심 경영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최근까지 골프를 필두로 한 스포츠마케팅뿐만 아니라 푸드와 뷰티, 콘텐츠 등에서 이미 'K'가 새겨진 발자취를 뚜렷하게 새긴 CJ는 지금도 세계인의 '문화 일상' 속에 한국이 스며들게 하는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아직 가보지 않은 CJ의 또다른 3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텍사스(미국)=최석환 산업2부장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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