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생이 "계집X들아, 제육이나 볶아"…유행처럼 번진 '여혐' 어쩌나

청소년들 사이에서 여성 혐오(여혐) 표현이 유행처럼 번진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시작된 왜곡된 성 인식이 교실까지 침투했다. 전문가들은 여혐 표현이 일종의 유머처럼 소비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사 역시 SNS 콘텐츠 소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계집신조 외에도 다양한 여혐 표현이 유행처럼 번진다. '제육이나 볶아 온나'는 한 유튜버가 "새벽에 게임하다가 깨워 '제육이나 볶아온나'라고 해도 군말 없이 해오는 미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됐다. '인생네컷'을 '계집네컷', '마라탕'을 '계집탕'이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여혐 표현을 유머로 인식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고교2학년 A양은 "남학생들이 반 단톡방에 계집신조를 올린 적이 있다"며 "여학생들에게 '계집 X들아 제육이나 볶아'라고 자주 말한다"고 말했다. 중학교1학년 B양은 "같은 반 남학생들 사이 유행어가 '계집'이었다"며 "탕후루를 '계집간식'이라고 하는 등 여자가 좋아하는 것에 계집이란 단어를 넣어 말했다"고 했다.
고교2학년 C양은 "얼마 전 남학생이 칠판 앞에 나와서 큰 소리로 계집신조를 읽었다"며 "SNS에서 봤던 혐오 표현이 귀를 잡아 뜯고 싶을 정도로 자주 들린다"고 말했다. C양은 "문제 제기한 사람이 놀림감이 될 수 있어서 지적하기가 어렵다"며 "신변 보호가 안 될까 봐 선생님께도 털어놓지 못했다"고 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SNS에서 소수자 대상 혐오 표현을 유머로 소비하는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며 "학생 대상 디지털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사례를 충분히 반영한 경우는 드물다.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 등 현실과 접목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존감이 낮은 학생들은 혐오 표현을 교실에서 사용하고 주목받는 것을 즐긴다"며 "교사가 혐오 발언을 한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도하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교사가 경각심을 갖고 청소년 SNS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김지영 국립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극소수의 일탈이다'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부모와 교사들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 해악적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청소년들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학생과 자녀의 SNS 계정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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