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지원 ‘경남패스’…농촌 고령층엔 ‘빛 좋은 개살구’
배차간격 길고 이용 불편 호소
인터넷 기반 가입 절차도 부담
택시비 지원 사업 확대 등
농촌 어르신 맞춤 제도 절실

경남지역에서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는 복지제도인 ‘경남패스’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고령자 비중이 높은 농촌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장 범위가 대중교통에 한정돼 인프라가 충분히 확충되지 않은 농촌에선 활용 빈도가 그리 높지 않은 데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등록절차가 필요해 인터넷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은 이용이 힘들어서다.
경남패스는 지난해 5월 도입된 중앙정부의 대중교통비 환급제인 ‘케이(K)-패스’의 혜택 범위를 넓힌 도 사업이다. 올 1월부터 시내버스·농어촌버스·도시철도 등을 이용하는 19세 이상 지역민을 대상으로 교통비를 최소 20%에서 최대 100%까지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이용횟수에 상관없이 교통비 전액을 환급해주고 저소득층 지원액을 늘려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경남패스 가입자수는 4월 기준 21만8482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같은 가입 열풍에서 농촌지역은 한 발자국 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도시처럼 도시철도 등이 없고 거의 유일한 대중교통 인프라인 농어촌버스도 차량이 적고 배차 간격이 길어 활용성이 낮기 때문이다.
거제에서 20㏊(6만평)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김수향씨(51)는 “버스정류장이 있긴 하지만 읍내 방향 외엔 노선도 얼마 없고 그나마도 하루 네차례만 다니는 수준”이라며 “이동할 일이 있을 땐 자차나 트럭을 주로 타고 다녀 귀촌한 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버스를 이용해본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농어촌버스를 타기 어려운 건 복지 핵심 대상인 고령층도 마찬가지다. 창녕군 성산면에 거주하는 진분출씨(82)는 “차가 없어 읍내로 가기 위해선 버스를 타야 하지만 정류장까지 가려면 500m도 넘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며 “한쪽 무릎이 안 좋고 오래 걸을 체력도 없어 볼일 보러 갈 일이 생길 땐 마을사람 차를 얻어 타고 갈 때가 많다”고 했다.
인터넷 기반 가입 절차도 농촌 고령층을 제도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남패스를 사용하려면 은행 등에서 발급받은 카드를 K-패스 앱 또는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하지만, 농촌 고령층은 해당 절차를 낯설게 느끼기 때문이다. 진씨는 “경남패스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설사 가입할 마음이 있다고 해도 관련 수속을 혼자서 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2024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경남도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56.8%로 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인 21.8%보다 2.6배 높았다.
현장에선 경남패스 사업과 더불어 농촌 고령층을 위한 택시비 지원사업이 함께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교통비 지원을 넘어 수요응답형 버스나 백원택시처럼 농촌 맞춤형 지원모델이 개발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성태경 원동마을 이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월 1회 택시 승차권을 배부해주는데 이 횟수를 늘리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며 “농촌 경로당·마을회관을 순회하는 버스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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